방글라데시에서 교장의 성추행을 고발한 여학생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된 16명이 전원 사형 판결을 받았다.

BBC 등은 25일 방글라데시 법원이 19세 여학생 누스랏 자한 라파를 학교 옥상에서 화형시킨 사건 관련자 16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이 16명은 누스랏을 성추행한 교장을 비롯한 교사 2명과 학생들, 지역 정치인 2명 등이다. 심지어 이 가운데는 누스랏의 여성 급우 2명도 포함됐다.

누스랏은 지난 3월 교장의 호출에 교장실로 갔다가 수차례 불쾌한 신체접촉을 당했고, 저항 끝에 도망쳤다. 이후 누스랏은 경찰에 교장의 성추행을 고발했고 교장은 즉각 체포됐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일부 남학생들은 교장 석방 시위를 벌이며 누스랏을 압박했다. 그러던 어느날 누스랏은 등교 후 친구가 옥상에서 구타를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누스랏은 4~5명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교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을 종용당했다. 누스랏이 거부 의사를 표하자 이들은 누스랏의 몸에 불을 붙였다. 그는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몸의 80%에 화상을 입고 끝내 숨졌다. 용의자들은 이를 자살사건으로 꾸미기 위해 현장을 훼손하는 등 치밀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누스랏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진 후 방글라데시에서는 용의자들을 엄벌할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들이 열리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 방글라데시 법원은 사건 관련자 16명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피고 측 변호사는 항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현지 경찰이 처음에는 교장의 성희롱 혐의를 기각했으나,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의 ”어떤 범인도 법적 조치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공개적 발언 이후 수사 양상이 달라졌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