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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에 맞아 사산하고도 오히려 살인죄로 기소된 '마샤 존스' 사건의 진실

피해자가 있으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 박세회
  • 입력 2019.07.01 21:10
  • 수정 2019.07.01 21:25
ⓒASSOCIATED PRESS

비극에 비극이 덮쳐 최악의 사법 시스템을 만났다. 두고 볼 수 없는 사회적 어둠이 27살 앨라배마 여성의 삶을 막고 있다.

지난해 12월 임신 5개월의 마샤 존스(27)는 앨라배마주 버밍햄의 한 마트 앞에서 평소 관계가 좋지 않은 직장 동료 에보니 제미슨(23)과 마주쳤다. 당시 마트까지 함께 차를 타고 있던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존스는 매우 격렬하게 제미슨을 향해 달려든 것으로 보인다. 곧이어 아이의 아빠로 추정되는 남성을 두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둘은 몸싸움과 말다툼을 벌였고, 다툼이 격해지자 제미슨이 총을 빼들어 격발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제미슨의 가족은 존스가 먼저 싸움을 시작했다며 ”에보니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지갑에서 총을 빼들어 다툼을 피하기 위해 경고성으로 쐈을 뿐”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그러나 총알은 어딘가에 맞고 튕겨나와 존스의 복부에 맞았다. 

존스는 총상에서 생명을 건졌으나 태아를 사산했다. 당초 경찰은 총격을 가한 제미슨을 5개월 태아의 살인죄로 입건했다. 그러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에서 말이 바뀌었다. 경찰은 태아를 이 사건의 ‘유일한 피해자‘로 규정하고 존스에 대한 제미슨의 총격을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앨라배마는 미국에서 태아를 살인죄 또는 폭행의 피해자로 인정하는 38개 주 중 하나다. 

제미슨은 대배심에서 정당방위의 논지를 인정받아 풀려났다. 26일 경찰은 존스를 기소했다. 경찰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도 싸움을 시작하고 이를 이어나간 존스에게 책임이 있다”는 논지다. 

논리는 매우 단순하다. 두 여성이 다퉜다. 총이 발사됐다. 태아가 죽었다. 태아는 생명이다. 두 여성 중 하나가 책임을 져야 한다. 총을 쏜 여성은 정당방위다. 그러므로 싸움을 시작하고 총에 맞은 여성이 태아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이를 더 단순하게 얘기하면 ‘임신했다는 이유로 범죄의 가해자가 됐다’고 정리할 수 있다. 임신하지 않은 두 여성의 싸움이었다면 정당방위로 총을 쏜 제미슨이 풀려날 수는 있어도 존스가 체포되어 재판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 6월 27일 존스는 구금됐다. 기소 여부는 결정 났지만, 검찰은 아직 그녀를 어떤 혐의로 기소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존스의 변호인 측은 워싱턴포스트에 존스와 앨라배마의 명성에 흠을 내는 ”전례가 없는 사법 조치”라고 밝혔다. 그녀의 변호를 맡은 로펌은 ”이 여성은 배에 총을 맞고 그 결과로 아이를 잃었다. 직장과 집을 잃었다”라며 ”상상하기 힘든 이유로 그녀는 지금 전례 없는 사법 조치를 받고 더 심한 폭력과 위해의 피해자가 됐다”라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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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샤 존스 #에보니 제미슨 #국제 앨라배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