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ANTHA BEATTIE/HUFFPOST CANADA
국제
2019년 05월 04일 12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5월 04일 12시 49분 KST

필리핀의 어린이들은 다른 나라 성인들에게 인터넷으로 성 착취를 당하고 있다(르포)

기술이 발전하면서 학대 형태도, 피해 아동들의 나이대도 달라졌다

필리핀, 마닐라 -  2015년, 14살 챙(가명)은 웹캠 앞에서 옷을 벗으며 울었다. 필리핀 밖 다른 나라에서 챙이 옷 벗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돈을 낸 이들이 이 ‘섹스 쇼’를 지켜봤다.

챙은 바닷가 어촌 마을에 산다. 챙이 웹캠 앞에 서야했던 곳은 같은 마을의 대나무 울타리가 쳐진 평범한 집이었다. 챙은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안녕”이라고 말하면 바지 한 벌을 살 돈 정도를 벌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니 챙의 이웃들은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에서 웹사이트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몸을 보여주라고 강요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부모님에게 말하겠다고 협박했다.”

챙이 허프포스트 캐나다에 한 말이다.

챙은 그 집에서 멀리 떨어지라던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했다. 돌이켜보니 아버지를 비롯해 동네 사람들은 그 안에서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챙은 아버지에게 친구들과 놀러간다고 말하고 나왔다. 아버지에게 알려질까 챙은 너무나 무섭고 불안했다.

필리핀 남부의 섬 민다나오에서 챙은 어른 5명에게 협박을 당하며 세 달 동안 몸을 꾸미고 카메라 앞에서 성적인 학대를 당했다. 챙이 학대에도 불구하고 세 달이나 계속 그 집에 갔던 이유 중 하나는 거기 사는 챙의 가장 친한 친구 때문이었다. 친구는 챙이 계속 오지 않으면 자기가 폭력을 당하거나 아니면 집에서 쫓겨날 거라고 말했다. 챙은 ”친구가 불쌍해서 계속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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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경찰들이 집을 덮쳐 용의자들을 체포했다. 챙은 총 세 개의 방 중 하나에 들어가 침대에 앉은 채 꼼짝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예전에 한 선생님이 해준 말을 계속 떠올렸다. ”너무 힘들면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차분하게 있어라”는 말이었다.

″나를 학대한 사람에게 수갑이 채워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사회복지사들이 체포 순간 집에 있었던 챙과 챙의 친구, 그리고 다른 피해자 10명을 구조했다. 가장 어린 피해자는 6살이었다.

필리핀 언론은 이날 경찰이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섹스 토이, 콘돔, 송금 영수증을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남성 2명, 여성 3명의 피의자들은 경찰에서 아동 포르노 제작과 유통 혐의를 인정했다. 4명은 20년형을, 1명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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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8세가 된 챙은 마닐라 근교의 폭력 피해자 보호소에 살고 있다. 

″그때 나는 그저 어린애였고 그들은 성인이었다. 싸울 수 없어서 그저 울 수 밖에 없었다.”

챙은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는데 동의했다. 자신의 인생을 돌이킬 수 없이 바꾸었고, 지금도 수많은 필리핀 어린이들에게 손길을 뻗고 있는 국제적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챙의 목소리는 낮지만 분명하고 단호했다.

 

이것은 국제적인 인도주의 위기다

 

챙이 구조된 2015년은 필리핀 경찰이 소아성애자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온라인 성범죄를 추적하기 시작한 해다. 4년이 지난 지금, 경찰과 전문가들은 온라인을 통한 어린이 성적 착취는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로 국제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서구 국가들의 수요가 이 범죄를 더 더 부추기고 있다.”

국제정의선교회(IJM, International Justice Mission)의 필리핀 최고 책임자 샘 이노센시오의 말이다. IJM는 경찰, 검찰,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며 성범죄 피해자들의 구조, 보호, 재활을 돕는다.

챙이 경험한 것과 같은 온라인 학대 웹사이트는 주로 서구 국가들에서 유료 가입한 이들이 필리핀 등지의 웹사이트 운영자들과 피해 어린이들에게 이러이러한 성행위 또는 학대를 보여달라고 지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노센시오는 “외국의 가해자들이 자기 집에서 필리핀의 어린이들을 학대하라고 실시간으로 지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라며 ”어린이에 대한 가장 사악한 학대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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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의 한 저소득 주택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아이들이 노는 곳은 얼마전 화재로 한 블록이 전소돼 생긴 공터다.

유니세프는 필리핀이 실시간 아동 학대 산업의 ‘국제적 진원지’이며, 어린이가 등장하는 성적 콘텐츠를 가장 많이 만드는 상위 10개국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필리핀 어린이 중 거의 5명 중 1명이 이같은 성적 침해를 당했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필리핀은 점점 이런 잔인한 온라인 범죄로 악명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노골적인 성적 콘텐츠를 구입하는 수천 명의 외국 소비자들의 표적이 되기 가장 쉬운 대상은 취약하고 순진한 어린이들이다.”

필리핀 경찰에서 인신매매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셰일라 포르텐토 대령의 말이다.

 

″극빈층이 생계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

 

필리핀은 수십 년 전부터 섹스 관광으로 인한 숱한 사회적 문제를 겪어왔지만, 기술의 발달은 범죄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예전에는 십대 소녀들이 매매춘 업소와 길거리에서 착취당했다면, 지금은 그보다도 더 어린 피해자들이 집안에서 학대당한다.

IJM의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12세 미만이며 20%는 남성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이 덮친 현장에서 구조한 피해자 중 가장 어린 나이는 3개월된 아기였다.

이런 범죄에서 가해자의 60% 가까이가 부모나 친척, 혹은 이들의 가까운 친구들이라고 IJM은 전한다. 빈곤과 빈부격차가 극심한 개발도상국 필리핀에서 이런 범죄 동기는 뻔하다.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들은) 밖에서 최저임금으로 버는 돈의 몇 배를 벌 수 있다. 그리고 이게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생계를 꾸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IJM의 마닐라 현장 사무소장 레이 비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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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인구 다수가 외국에서 일하며 국내의 가족에게 돈을 송금한다. 필리핀은 국외 송금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보통 영어를 잘 하고, 인터넷은 저렴하다. 무제한 데이터의 1일 사용료는 몇 페소, 즉 1달러 미만에 불과하다. 사실상 누구나 인터넷을 쓴다. 필리핀 인구는 1억 700만 명이지만, 휴대전화 등록수는 그보다 더 많다.

또한 230만 명의 필리핀인이 외국에서 일하고 있어서, 필리핀은 국외 송금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라고 정부는 밝혔다. 호주연방경찰 마닐라 지국의 리처드 스탠포드에 따르면 ‘가장 외딴 섬의 가장 작은 마을’에도 웨스턴유니온 등의 송금 센터가 있다. IJM의 조사에 따르면 영상당 20~150달러인 아동 포르노 생방송 시청 요금도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최악 중의 최악’부터 잡는다

 

필리핀 경찰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130건 이상의 수사를 벌였고 500명에 가까운 피해자를 구조했다. 검거한 사건 중 약 95%는 캐나다 경찰, FBI, 인터폴, 유로폴 등의 제보를 받은 사건이었다고 필리핀 경찰 여성과 어린이 보호 센터장 윌리엄 솔라노 마카빈타는 말한다.

다른 나라에서 먼저 포르노 사이트 이용자를 검거해 필리핀 경찰에 제보하는 경우도 많다. 캐나다 경찰청 마리-클로드 아스노 총경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캐나다 경찰이 필리핀에 제보한 건수는 8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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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출석 전까지 아동 성범죄 가해자들이 머무는 유치장

“동남아는 전반적으로 범죄가 많은 지역이다. 이 국가들의 문화, 빈곤 등으로 인해 이런 행동들이 꽤 오랫동안 있어왔다.” 아스노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17년, 캐나다와 필리핀이 합동 수사를 통해 필립 치코인을 체포했던 사건은 유명하다. 캐나다 서스케처원주에 사는 치코인은 해외 피해자의 부모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유아와 어린이의 성적 학대 온라인 라이브 영상을 보았다고 인정했다.

필리핀 경찰은 치코인의 컴퓨터에서 나온 이미지 및 증거들을 기반으로 추적해 필리핀에서 어린이 9명을 구조했고, 피해자 일부의 어머니를 구속기소했다. 당시 치코인은 12년형을 받았는데, 이는 해당 주법원 역사상 아동 포르노 관련 범죄로 받은 실형으로는 가장 긴 기간이다.

올해 초, 캐나다와 필리핀 경찰은 온타리오주 런던에 거주하는 남성 하워드 마인을 수사했다. 필리핀의 여성에게 돈을 주고 어린이에게 성폭력을 가하게 한 혐의였다. 6건의 아동 포르노 관련 혐의로 기소된 마인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필리핀에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구출된 피해자는 없다고 IJM은 밝혔다.

필리핀 어린이 대상 인터넷 범죄 센터(PICACC, Philippine Internet Crimes Against Children Centre)가 2월 문을 열면서, 필리핀 경찰의 온라인 성적 착취 수사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IJM 및 전세계 경찰들과 함께 수사할 예정이다.

“빨리, 아주 빨리 구조해야 할 피해자들이 정말 많다.” 마카빈타의 말이다.

마닐라의 필리핀 경찰 본부는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경찰 및 영국 경찰 NCA와 협업한다. 

캐나다 경찰은 파견되어 있지 않으나,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연락 담당이 있다. 

또 성범죄자로 등록된 캐나다인 51,000명 중 누군가가 필리핀 등 범죄가 잦은 지역으로 여행하거나 하면 예의주시한다.

캐나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네덜란드는 일반 대중, 해외 파트너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 소셜 미디어 업체들이 보내는 온라인 아동 포르노 관련 신고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2011년에는 6,072건이었으나 2016년에는 27,300건으로 350%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5만 건이었다.

 

3개국 경찰들이 공조한 구조 과정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경찰은 필리핀을 ‘블랙 홀’로 생각했다고 IJM의 수사 담당관 기디온 코튼은 말한다. 미국만 해도 온라인 아동 착취 관련 정보를 필리핀에 매달 1천 건씩 보냈지만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지역 경찰이 사이버섹스 범죄에 대처할 만한 자원이나 훈련을 받지 못했음을 인식한 정부는 이를 위한 자금 지원을 늘리고 있으며, 경찰은 올해 전담 센터 PICACC(필리핀경찰여성아동보호센터)를 만들었다.

PICACC는 2월에 문을 연지 열흘만에 FBI의 제보를 받았다. 미 육군 하사 모엔 요우엔(37)이 워싱턴주에서 체포된 것이 한 예다. 아동 포르노 소지 및 어린이 성적 학대를 위해 필리핀에 다녀온 혐의였다.

필리핀 경찰은 요우엔과 17세 필리핀 가해자가 나눈 채팅 로그를 분석했다. 10~13세 어린이들에 대한 ‘상당한’ 성적 학대 영상도 검토했다. 이후 경찰은 서둘러 위치를 추적하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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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경찰 여성아동보호센터 소속 경찰관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마닐라 나보타스 시티의 부둣가 슬럼에서 경찰은 학교, 사회복지사, 지역 정부, IJM과 협력하여 어린이들의 위치를 알아냈다고 구조에 참여했던 코튼은 말한다.

4월 2일에 경찰이 들어갔다.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경찰들이 나보타스 시티 대로에서 어둡고 좁은 미로 같은 골목으로 달려들어갔다. 10킬로미터 내에 약 25만 명이 살고 있을 정도로 혼잡한 아파트와 미등록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이다.

“피해자들은 달아나고 싶어한다. 그들은 우리를 믿지 않는다.” 앞으로의 구조 작업을 위해 익명 처리를 요구한 한 IJM 보안 담당자의 말이다. “우리는 강해야 하며 희망을 가져야 한다. 피해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IJM 보안팀은 점점 늘어나는 호기심어린 구경꾼들을 쫓고 사회 복지사들이 보복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데 집중했다. 최대한 빨리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와 대기 중인 밴에 태우게 하기 위해서다. 피해자들은 정부 보호 시설로 이송되어 카운슬링을 받게 된다고 IJM은 밝혔다.

가해자는 아직 잡지 못했다. 미리 귀띔을 받은 듯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새는 어떻게 나는가’

챙은 IJM이 지원하는 마닐라 근처의 보호소에 있다. 챙의 고향은 지금도 온라인 어린이 성 착취의 온상으로 남아있다고 익명을 요청한 담당 사회 복지사는 말한다. 챙은 아직 가족에게 돌아갈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자율권을 갖고 싶다. 집을 갖고 싶고, 여행하고 싶다. 성공한 다음에 집에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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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은 인터뷰 중 기자와 사회복지사, 직원들 앞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추어보였다.

챙은 이제 11학년이고, 교회와 학교에서 단장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춤을 좋아하고 과학 과목을 좋아한다. “나는 새가 어떻게 나는지 이해하고 있다. 환경에 대해 호기심이 아주 많다.” 챙이 들떠서 말했다.

장래희망 직업은 경찰이다. 이런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인신매매범들을 막고 싶다’는 것이 챙의 바람이다.

“내게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 지금 퍼지고 있는 것을 막고 싶다. 어린이 온라인 성학대뿐 아니라, 모든 불법 행위를 막고 싶다.”

 

*허프포스트 캐나다판의 Filipino Children Exploited Daily For Pedophiles In Countries Like Canada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