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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19일 17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2월 20일 10시 46분 KST

매너가 야구를 만든다?! 야구 불문율 톺아보기

야구 경기에도 분명 지켜야 할 예의는 있다.

Randy Faris via Getty Images

장면 1. 0-0으로 팽팽한 경기. 타석에 선 타자가 냅다 후려친 공이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타자는 너무 기쁜 나머지 두 손을 번쩍 들어 펄쩍펄쩍 뛰면서 1루 베이스로 달려갔다.

장면 2. A팀이 11-0으로 앞선 6회말 A팀 1루 주자가 2루로 도루를 했다. B팀의 포수는 던지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장면 3. C투수는 D타자에게 연속으로 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은 C투수는 그만 다음 타자의 등을 맞히고 말았다.

장면 1과 장면 2 타자들의 다음 타석은 어떤 모습일까. 분명 상대 팀으로부터 몸 쪽 위협구가 강하게 날아올 것이다. 머리를 겨냥한 헤드샷도 대비해야만 한다. 장면 3의 경우 C투수의 동료 야수들은 다음 공격에서 긴장을 많이 해야 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규칙 상 상대 투수는 그들의 등을 노릴 것이기 때문이다. 야구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고 이를 어길 때는 치명적이다.

야구는 연속성의 스포츠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정규리그 동안 한 팀과 3연전 혹은 2연전으로 맞붙는다. 때문에 상대의 배려 없는 행동에는 즉각 혹은 연전 동안 보복이 들어온다. “그런 식으로 야구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다.

일반적인 야구 불문율을 살펴보면 홈런을 친 뒤 지나친 세리머니는 자제해야 한다. 타구 방향을 계속 응시해서도 안 된다.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이승엽은 ‘손맛’을 본 뒤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고는 했다. 홈런을 맞은 상대 투수에 대한 배려였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천천히 걸어서 돌아서도 안 된다.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는 2018년 5월25일 롯데전에서 홈런을 기록하고 종아리 통증 때문에 천천히 걸어서 홈플레이트로 들어오면서 3루측 롯데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점수 차가 많이 났을 때 도루나 번트를 해서도 안 된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대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큰 점수 차이로 이기고 있는 팀은 잦은 투수 교체 또한 자제해야 한다. 9회초, 혹은 9회말 2아웃에 투수를 교체하면 다음날 1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타석에서 포수의 사인을 훔쳐봐서도 안 된다. 물론 2루 주자가 포수의 사인을 보고 타자에게 알려줘서도 안 된다. 투수 또한 삼진을 잡고 지나치게 기뻐해서는 안 된다.

상대 투수가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 노런에 도전하는데 기습 번트 등을 대서는 안 된다. 대기록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는 뜻이다. 2000년 7월16일 해태-현대전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다. 당시 현대 선발 김수경은 8회까지 안타를 1개도 내주지 않은 채 3볼넷으로 호투했다. 0-11로 뒤진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 장일현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노히트 노런까지는 2아웃만 남은 상태. 그러나 다음 타자인 타바레스가 노 볼-원 스트라이크에서 2루 쪽으로 기습 번트를 대 성공했다. 불문율은 깨졌고 김수경은 생애 첫 노히트 노런을 놓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불문율을 지키지 않으면서 퍼펙트게임이 무산된 적도 있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선발 투수 커트 실링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상대로 8회1사까지 퍼펙트게임을 이어갔으나 샌디에이고 포수 벤 데이비스가 번트 안타에 성공하면서 대기록이 깨졌다. 밥 브렌리 감독은 경기 후 “멍청한 짓”이라고 데이비스를 힐난했다.

야구 불문율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갈린다. 특히 요즘 같은 타고투저 시대에는 7~8점 차이도 안심할 수가 없다. 때문에 도루, 번트를 자제해야 하는 ‘큰 점수차’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7회까지 2-14로 뒤지던 경기를 15-14로 뒤집었던 사례도 있다. 현대 야구에서 안심할 만한 큰 점수 차는 없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실링의 퍼펙트게임 도전의 경우에도 점수가 2-0 상황이었고, 결국 샌디에이고가 2점을 내며 동점까지 만들었다.

야구 경기에도 분명 지켜야 할 예의는 있다. 지나친 감정 표현은 자제해야만 한다. 하지만 상대 작전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프로의 목표는 ‘승리’이기 때문이다.

*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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