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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14일 19시 38분 KST

계단부터 올라가야 하는 휠체어 통로가 있다(사진)

성북동의 한 은행 건물.

한겨레

지난 1월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신한은행 성북동지점 소유 3층 건물 입구에 경사로가 생겼다. 경사로는 보통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타는 아동의 부모, 자전거를 끌고 건물로 들어가야 하는 이들을 위해 설치한다. 그런데 이 건물의 경사로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타는 아동의 부모가 이용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황당하게도 경사로의 시작점이 평지가 아닌 계단이기 때문이다. 14일 이 건물에 가보니 장애인이 출입할 수 있는 다른 출입구도 없었다. 게다가 이 경사로는 경사가 가파를뿐더러 짧은 구간에 3번이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비장애인이 이용하기에도 불편한 형태다.

경사로를 본 장애인은 차별을 넘어 우롱당한 느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근본적으로 장애인은 고객으로 보지 않고, 비장애인만 고객으로 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구조상 경사로 설치가 어렵다면, 승강기형 리프트를 설치하는 등 충분히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며 “이곳뿐 아니라 많은 은행이 장애인 고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경사로를 설치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성북동지점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경사로는 지난해 10월 은행에 새로 부임한 지점장의 지시로 설치를 시작해 지난 1월 완공했다. 이 건물은 1982년 지어진 건물이어서 199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경사로 설치 대상 건물이 아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역시 2009년 이후에 신·증·개축된 건축물만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지점장은 노인들을 위해 경사로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경사로를 다른 형태로 만들고 싶었지만, 바로 앞쪽이 성북구청 소유의 인도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형태의 경사로밖에 설치할 수 없었다”며 “장애인 경사로 설치 의무사항이 있는 건물도 아닌데 경사로 설치가 오히려 문제가 되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한겨레>의 문제 제기에 통감한다면서 빠른 개선을 약속했다. “장애인들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휠체어도 진입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개선하고, 입구에 호출 벨을 설치해 언제든 직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