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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종말을 걱정하고 우리는 월말을 걱정한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의 정체성

ⓒChris McGrath via Getty Images

프랑스에서 4주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파리에만 이번 주말인 8일(현지시간) 시위대 1만명이 운집했다. 전국적으로는 12만5000이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시위에 참여해 ‘노란 노끼’(gilets jaunes, 질레 존)라 불린다. 이들이 분노한 이유는 뭘까? 이 시위대의 전선 좌우, 안과 밖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가른 시위대의 슬로건이 있다.

″월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와중에 종말까지 신경 쓰긴 힘들다.”

이들의 분노가 지속적으로 타오르는 양상과 요구 사항을 보면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대한 단순한 항의의 성격을 넘어섰다. 시위대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프랑스24의 보도를 보면 시위에 참여한 한 리옹에 사는 한 29살의 무직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 복지 혜택을 받고 있어요. 프랑스에서 제일 큰 사업이죠.”

″저도 아이가 갖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요. 몇 달 앞도 계획을 세울 수가 없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겠어요.”

한편 프랑스 정부의 한 사업가는 프랑스의 복지 세금이 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데 항의하기 위해 시위에 참여해 ”우리 정부는 현실에서 완전히 동떨어졌다”라며 “기업가, 가게 주인, 기능공들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류세에 대한 불만은 도화선일 뿐이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기름값과 담뱃값 등 여러 간접세를 큰폭으로 올렸다. 경유 가격은 최근 1년 사이에 23%, 휘발유 가격은 15% 남짓 올랐다. 프랑스 정부가 최근 노란 조끼 운동에 놀라 계획을 철회하기는 했으나, 내년 초 추가 인상도 예정돼 있었다.

담뱃값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해 11월 평균 0.3유로씩 올린 데 이어 올초에도 1유로 이상 올렸다. 게다가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2022년 임기 전까지 현재 8유로 수준인 담배 한 값의 가격을 10유로(약 1만3000원)까지 올린다고 발표했다. 주거비와 통신요금, 냉난방비(전기요금 등)의 인상이나 인상계획도 중산층과 서민의 불만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란 조끼를 입은 프랑스인들이 최근 정리해 발표한 요구사항을 보면, 이들의 궁극적 목표가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BBC에 따르면 노란 조끼측에서는 집회가 이어지면서 40여개의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발표했다.

유류세 등 모든 간접세를 즉각 내리라는 것은 물론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거비(집세) 인상 제한과 최저임금 인상, 마크롱이 폐지한 부유세 재시행,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누진부과 등이 이들의 핵심 요구다.

노란 조끼 운동이 격화되는 양상을 띄자 마크롱 정부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유류세 인상안 철회는 물론 전기, 가스요금 등 냉난방비 인상 계획도 당분간 보류하겠다고 물러선 상황이다.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을 향해 ”파괴와 무질서 그 자체를 원하는 이들한테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일주일째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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