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0월 29일 13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0월 29일 14시 26분 KST

'브라질의 트럼프'가 다음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브라질의 트럼프이자 두테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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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우파 운동과 정당들이 힘을 얻는 가운데, 2018년 10월 28일 브라질에서도 극우 후보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보우소나루는 지난 7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28일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 최종 당선을 확정했다. 그의 경쟁 상대는 좌파를 대변하는 노동자당 후보 페르난두 아다지였다.

군인 출신이며 리우 데 자네이루 국회의원이었던 보우소나루는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지속되었던 브라질의 군부 독재를 옹호했으며 독재자들에 대한 지지 성향을 꾸준히 드러내 왔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다. 그런 브라질이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적 통치에 대한 존중을 거의 드러낸 바 없으며 브라질의 흑인, 성소수자, 여성, 원주민들을 겨냥한 폭력적 수사를 꾸준히 써온 극우 인물을 대통령으로 앉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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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의 지지자가 트럼프 가면을 쓰고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극우는 어떻게 정치 무대에 등장했나?

보우소나루의 당선에는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불안정한 치안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4년 동안 브라질은 회복 없는 불경기를 겪었으며, 폭력 사건이 크게 늘어나 매년 6만 건의 살인이 보고됐다.

수백 명의 정치인들이 부패 혐의를 받았고, 기성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졌다. 2014년 대선 이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부패 혐의로 투옥되었다.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도 정치적 뇌물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한 브라질의 기성 정당들, 특히 좌파 노동자당에 대한 불만은 유권자들의 믿음을 갉아먹었고, 자신만이 브라질을 ‘구할 수’ 있는 구원자라고 주장하는 보우소나루 같은 후보에게 문이 열렸다.

한편 보우소나루는 9월 유세 중 칼에 찔리는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 유세 기간의 마지막 두 달 대부분을 병상에서 보냈다.

그런 와중에 그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사면초가에 몰린, 불만이 가득한 브라질을 맡게 됐다. 

 

트윗을 올리며 ‘가짜뉴스’를 비난하다

그러나 가혹한 제안과 수사를 내놓은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의 위기를 해결하기보다는 네오 파시스트적 정치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선 바로 한 주 전, 그는 브라질의 좌파 정적들을 ‘씻어내겠다’고 공언했다.

엘리트의 실패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만이 더해져 현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예를 브라질에서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독재자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독재자’다.”

존스홉킨스대학교 라틴아메리카학부장 모니카 드볼의 말이다.

브라질 정치계에서 극우파 보우소나루의 급부상은 유럽과 미국에서 비슷한 지도자들이 정권을 잡은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반겼다. 브라질의 기존 언론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고, 선거 본부는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과 페이스북을 이용해 경쟁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와 기사를 직접 퍼뜨리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본인도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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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의 당선을 축하하는 지지자들

 

″브라질의 ‘외국 사상’들을 없애겠다”

보우소나루는 국수주의적 선거 운동을 펼쳤다. 노동자당과 브라질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겨냥하여 공격했고, 인종 및 사회적 반발이 일었다. 그는 LGBTQ와 흑인 브라질인들을 더 이상 ‘애지중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브라질의 ‘외국 사상’들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이는 모든 좌파주의를 가리킨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룰라와 호세프 대통령을 내며 집권했던 노동자당의 대안을 찾는 브라질인들에게 가장 강력한 후보로 어필한 것도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룰라 집권 당시 브라질 경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호세프 대통령 당시에는 추락했다. 브라질의 불경기와 룰라가 2017년에 뇌물 혐의로 기소되는 등의 노동자당의 부패로 인해 노동자당의 정권 운영 능력에 불신이 생겼고 재집권에 대한 강력한 반대 감정이 퍼졌다. 그러나 부패 혐의로 출마가 금지되기 전까지 작년에도 룰라는 여론 조사에서 수위를 달렸다. 아다지가 그를 대신해 노동자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렇다면 ‘극우’가 아닌 브라질의 중도우파당들은 왜 이 빈 틈을 파고들지 못 했을까?

테메르의 연정은 그다지 지지를 얻지 못 했다. 당내 부패 문제도 불거졌다. 테메르와 중도우파는 이런 몰락 위기에서 벗어나 지지를 얻고자, 공권력을 강화하려는 보우소나루의 강경 정책 일부를 수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보우소나루는 부패에 지치고 폭력을 두려워하는 브라질인들에게 정치 성향과 사회적 스펙트럼을 뛰어넘는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를 가장 강력히 지지하는 것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그와 같은 시각을 지닌 점점 커지는 보수적 복음주의 운동 세력이며, 금융 및 산업계 엘리트들이다.

엘리트들은 노동자당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며, 그들이 선호하는 시장 친화적 경제 접근 방식을 지지한다는 보우소나루를 선택했다.

 

 

″경찰을 ‘군대화’해 범죄를 잡겠다”

선택은 엘리트들이 했으나 그 대가는 다른 이들이 치러야 한다.

보우소나루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경찰 중 하나로 손꼽히는 브라질 경찰을 군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범죄자로 추정되면 현장에서 사살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인 사건과 경찰 살인 사망자 대다수가 젊은 흑인 남성인 마약과의 전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주장이다. 일부 브라질 활동가는 이미 이런 현상을 ‘흑인 집단 학살’이라고 부르고 있다.

여성과 LGBTQ에 대한 그의 수사, 이들에 대한 보호를 폐지하겠다는 위협은 지금도 여성 살해와 성소수자 대상 폭력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브라질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의 군사 독재 기간이 ‘영광스러운 시기’였다고 말했고, 퇴역 장성인 그의 러닝 메이트는 군부 지배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보우소나루는 정적들에 대한 폭력을 오래 전부터 지지해 왔다. 선거 며칠 전 그는 “브라질이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씻어내기”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좌파는 “사라지거나 감옥에 갈 수 있다”고도 했다. 아다지를 투옥하겠다, 인권 단체들을 닫겠다, 기타 저명 좌파 운동 지도자들을 체포하겠다, 브라질 최대 신문 중 하나인 폴라 지 상 파울루(Folha de São Paulo)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겠다 등의 위협도 했다.

이 때문에 보우소나루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2만 명을(추정치) 재판없이 경찰에 의해 죽게 만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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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선거 유세 중인 보우소나루

 

새로운 군소정당의 급부상

대선 직전 몇 주 동안 보우소나루의 당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국내외로 논란이 커졌으나, 정작 브라질 내에서는 그의 정책에 대한 지지가 강한 상황이다. 브라질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 비해 독재에 대한 용인도가 높으며 경찰과 국가 폭력 지지 성향도 높다. 보우소나루의 폭력적이며 반 민주주의적 수사에 영향을 받지 않은 유권자들도 많았다.

군소정당인 보우소나루의 소속 정당, 사회자유당(PSL)은 지난 10월 초 치러진 선거에서 사상 최대인 51석을 얻었다. 친 보우소나루 인사들이 다가올 정부 요직과 주 선거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극우 대통령’ 탄생이 다른 나라에 미칠 수 있는 영향들

브라질이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듯, 보우소나루의 승리 또한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먼저 그는 기후 변화를 막으려는 세계적 노력에 반대하는 국가 지도자다. 그의 공약 중에는 브라질 내 환경 보호 단체들을 문 닫게 만들고, 아마존 우림을 광업과 농업 시장에 개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선거 기간 중에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언급했다가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방대한 국토와 영향력을 가진 브라질에서 극우 독재주의자가 권력을 잡았다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가 전세계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이자 바로미터라는 해석도 있다.

하버드대학교 정치학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는 보우소나루의 급부상에 대해 아래와 같이 논평한 바 있다.

“나는 우리가 전세계적 민주주의 후퇴에 들어갔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만약 브라질에서 민주주의가 가라앉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면, 그때는 내 생각도 바뀔 것 같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의 Brazil Elects Far-Right Authoritarian Jair Bolsonaro As President를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