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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1일 11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0월 22일 18시 06분 KST

"강서구 살인사건 심신미약 감형 말라"는 75만 청원인이 놓치고 있는 문제

좀 더 생각해보자

president.go.kr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심신미약 등으로 감형을 받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동의 75만을 넘겼다.

지난 17일 올라온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21일 오전 11시 18분 현재 75만4841명의 동의를 받았다.

다만 이 청원 글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내용이 있다. 청원인은 ”피의자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피의자는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라며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최근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 판결이 선고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의 심신장애 여부가 1심 판결문에 언급된 사건은 501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심신장애가 인정된 경우는 93건이었다. 같은 해 1심 판결이 내려진 형사사건의 피고인은 총 268,510명으로, 이 중 심신장애가 인정된 경우는 0.03%에 그쳤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심신미약 피의자에 관한) 청원이 지금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 시민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정신질환이 있다고 자동적으로 심신미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과 재판 과정 중에 형사 책임을 면해 줄 정도냐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염려하시는 것만큼 걱정스러운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심신미약이란 시비를 변별하고 또 그 변별에 의해 행동하는 능력이 상당히 감퇴되어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우울증 진단서를 내고 심신미약으로 주장해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천석 마음연구소 소장(의학 박사)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신과 질병으로 인해 힘든 분들이 사회적 낙인이 찍힐까봐 불안해 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분들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피의자의 가족들이 피의자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진단서를 낸 것을 맞지만, 이는 대부분 피의자 가족들이 하는 노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또한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어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 사건으로 인해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 치료를 받는 이들에게 사회적 압력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