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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12일 11시 13분 KST

국민연금 개혁안에 가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뉴스1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당초 전망한 2060년에서 3년 앞당겨진 2057년으로 추산되며 재정안정성 확보를 위해 여러 제도개혁 방안이 제시됐지만 땜질 처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무가입 기간 연장, 연금수령 나이 상향 조정, 고령자 연금액 삭감 등 가입자 부담을 높이며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만 열을 올리니 가입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등장한 상태다.

어두운 경제 전망, ‘인구 절벽‘으로 표현되는 저출산·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고갈 시기가 앞당겨진다면, 오히려 ‘고갈 그 이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 국가지급보장 명시 등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금 고갈 2057년…처방은 고갈 시기 늦추는데 집중

12일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기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빨라진다.

빨라진 기금 고갈 시기에 위원회는 보험료율을 올리고 제도를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토안을 보면 우선 2088년까지 1년 치 연금지급액을 쌓아둔다는 전제로 당장 2019년 보험료율을 1.8%p(포인트) 높인다. 보험료율을 1.8%p 높이면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 연금액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은 현재와 같이 45%를 유지할 수 있다.

또 다른 안은 기존 계획대로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고 2033년 또는 2028년까지 보험료율을 4%p 올리는 것이다. 더불어 연금 받는 연령을 2033년 65세에서 5년마다 1세씩 늘려 2048년까지 68세로 올린다. 늘어나는 기대수명을 고려해 연령이 많으면 연금액을 깎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 외 국민연금 의무가입 기간을 60세 미만에서 2033년까지 65세 미만으로 올린다. 연금을 받기 위해 꼭 채워야 하는 최소가입기간을 현재 10년에서 5년으로 줄여 문턱을 낮춘다.

출산크레딧은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씩 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도록 했다. 지금은 둘째 자녀부터 부모에게 가입기간을 더해주고 있다. 군 복무 크레딧도 현재 6개월에서 전 복무기간으로 늘린다.

재정추계는 2003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이뤄지고 있다. 2018년 4차 재정계산 결과와 제도개선 최종안은 17일 공청회에서 공개된다.

″왜 국민연금만 개혁이냐” 폐지론 거세

국민연금 개혁안이 속속 드러나자 가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료율 인상(1.8~4%p), 연금 수급 연령 상향 조정(65→68세), 의무가입 기간 연장(60→65세 미만), 고령자 연금액 삭감 등 가입자 혜택은 줄고 부담은 커지는 방향의 개혁안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국민연금 자율가입부터 폐지까지 국민연금 관련 청원만 관련 보도가 있었던 전날(10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600여건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국민연금 폐지 일괄 일시금수령’이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계속 납부 나이와 수령 나이를 올리면 결국 100살까지 (연금만) 내고 그냥 죽으라는 말로 들린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신 자율가입으로 즉시 법 개정해라!’라는 제목의 또다른 청원에는 ”선택도 할 수 없는, 반강제적으로 의무가입을 해야만 하는 지금의 법은 악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 같은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지난 1998년, 2007년 국민연금 제도개혁, 그리고 이번 제시안 모두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마련된 국민연금의 본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질타다.

이러한 탓에 땜질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는 고갈 시기 연장에 목메지 말고 고갈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독일, 스웨덴 등도 공적연금을 운용하며 우리나라 국민연금처럼 기금을 쌓으며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적립기금이 거의 없어져 자연스럽게 ‘부과방식’으로 전환했다. 부과방식은 노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을 당시 경제활동인구에게 걷는 방법이다.

국민연금 제도가 무르익으며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기금이 소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부과방식은 현 세대에게 같은 세대 노인 부양 책임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이 지금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적립금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도입해야 연착륙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 부족할 때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국민연금법에 못 박는 것이 기금 고갈에 따른 국민의 불안, 나아가 국민연금 폐지론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제안도 있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은 쌓여 있는 돈이 나갈 돈보다 부족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반해 국민연금은 그렇지 않아 여러 차례 지적 받았다.

복지부 ”위원회 방안일 뿐”…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이번 논란에 ”위원회에서 제안한 방안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재정추계·제도발전위원회의 보고서를 기초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만들어 9월 대통령 승인을 받는다.

승인을 받은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은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돼 국회 논의를 거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위원회 안과 최종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복지부는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 특별위원회나 노사정위원회, 연금가입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등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탓에 이번 제도개혁이 언제 이뤄질지도 미지수인 상태다. 특히 2018년 10월 국회에 제출되면 2019년 논의가 본격화될 테지만 당장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보험료율 인상에 정치권이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07년 두 번째 연금개혁은 2003년 이뤄진 제1차 재정추계를 기반으로 했다. 당시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거세 미뤄지다 재정추계 이후 4년 만에 제도개혁이 이뤄진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정치권에서 결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최종안이나 시기를 내다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