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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말하는 북미정상회담 성공 '유일 해법'

'6개월 안에 1단계를 끝내자'

  • 허완
  • 입력 2018.05.31 12:02
  • 수정 2018.05.31 12:04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30일 열린 '한국미래포럼 2018'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30일 열린 '한국미래포럼 2018'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의 핵심 요소를 6개월 안에 맞교환하는 방법만이 북한과 미국의 우려를 해소해 양쪽의 희망을 두루 충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길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속한 일괄 타결”(all in one)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단계적·동보적(동시적) 조처”를 두루 아우르는 제3의 대안으로 “(6개월짜리) 두괄식 해법”을 제안했다. 북-미가 사상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뉴욕·싱가포르에서 3각 협의에 속도를 내면서 ‘비핵화-체제안전 보장’의 확실한 맞교환 방식을 두고 치열하게 ‘밀당’ 중인 가운데 나온 제안이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미래포럼’에서 ‘‘트럼프 방식’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제목으로 한 강연에서, 2단계로 짜인 ‘두괄식 해법’을 제안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30일 열린 '한국미래포럼 2018'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30일 열린 '한국미래포럼 2018'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우선 북-미 정상회담으로부터 연말까지 6개월 안에 북한은 △미국에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 장소와 목록을 제시하고 △이를 국외 반출 등의 방법으로 모두 폐기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적 안보위협이라 간주해온 북한 ‘핵무력’의 알짬을 먼저 해소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의 전망을 확실하게 여는 방식이다.

그 기간에 미국은 상응조처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보장”(CVIG)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군사적 안전보장으로 ‘종전선언(불가침 내용 포함) 또는 필요시 불가침협정’ △정치적 안전보장으로 ‘북-미 수교’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경제적 안전보장으로 ‘(유엔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을 실행하는 식이다. 이 기간에 평화협정 논의도 시작한다.

ⓒKCNA KCNA / Reuters

 

이어 2019~2020년 말까지 2년간 2단계로 ‘비핵화’와 관련해선 △핵무기·아이시비엠 폐기 리스트 검증 △핵물질 폐기·검증 △핵물질 관련 공정·시설물 폐기·검증 △아이시비엠 생산시설·공정·보관시설 폐기·검증 △핵무기·아이시비엠 관련 인력 산업분야로 전환 △특별사찰 등을 실행한다.

‘체제안전 보장’과 관련해선 △대북 경제보상 추진 △미국 기업의 북한 진출 △북-일 수교(권유) △평화협정 체결을 실행한다. 이 전 장관은 “이 정도면 북-미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Jonathan Ernst / Reuters

 

이 제안의 핵심은 북-미가 서로 원하는 결정적 내용을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속도를 내서 서로 실행하고 충족시키자는 데 있다. 예컨대 북한의 비핵화 실천과 함께, 상주연락대표부 설치를 건너뛰고 대사관급 수교를 통한 관계정상화로 직행하는 속도전이다. 이 전 장관은 “미국 법에 따르면 테러지원국 해제뿐만 아니라 북한과 수교도 (의회의 승인 없이) 대통령이 결정·실행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두려움’ 해소를 위해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고는 “협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두려움’을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핵화 결심’은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뒤 핵심 생존 방식인 ‘군사주의’의 포기를 뜻하는 것이자, “핵을 만든 명분이 된 ‘적대국’(미국)한테서 체제안전 보장을 받고 핵을 포기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라 “김 위원장의 핵포기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김 위원장과 ‘통일각 정상회담’ 결과를 밝히며 “김 위원장한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에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지 걱정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각) 하원 청문회에 나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김 위원장과 논의했다”고 공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장관은 “‘트럼프 방식’이란 이미 확정된 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등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트럼프 방식’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덧붙였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남·북·미 3국 정부의 움직임과 최근 정세 흐름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이 전 장관의 제안이 실천에 옮겨진다면, 설혹 중간에 미국 의회가 틀어서 ‘일시중지’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북한한테 ‘나쁜 거래’는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이 전 장관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2차 북핵위기’의 방식으로 북-미 적대관계가 격화했을 때 6자회담 9·19공동성명 채택 등으로 정세를 안정시키려 한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였고,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 대통령을 청와대 관저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장)과 함께 만나 긴 대화를 하는 등 ‘정부 밖 핵심 인사’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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