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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4일 09시 2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25일 17시 25분 KST

이들이 국회 앞에서 '대마 합법화'를 외친 아주 절실한 이유

'의료용 대마'를 보고 아직도 '대마초'만 떠올린다면, 당신은 이 글을 읽어봐야 한다

지난해 6월, 시한부 뇌종양 환자를 아들로 둔 한 어머니는 ”택배 왔다”는 말에 집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택배 기사가 아니라 검찰 수사관이었다. 어머니의 혐의는 마약밀수, 검찰은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이 어머니가 택배로 받으려고 했던 건 바로 ‘대마오일‘,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대마초’와는 다르다. 대마 중 일부 성분(칸나비디올-CBD)을 함유한 오일로 외국에서는 이미 임상시험을 거쳐 뇌전증, 자폐증, 뇌졸중, 치매 등 뇌 질환과 신경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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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자식의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알아보고 알아보다가 ‘대마오일‘이 효과가 있다는 외국 논문을 보고 대마 오일을 들여오기로 결심했고 그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섰다. 법원은 어머니의 상황을 고려해 ‘선고유예’를 처분했다. 어머니의 딱한 사정과 현행법의 그늘, 법원의 판결은 그 사이에 있었다.

이 어머니와 같은 사례는 더 있다. 지난해 난치병 치료 목적으로 대마오일을 구입했다가 마약 밀수 혐의로 세관에 적발된 건수는 80건이었다. 대마오일에 포함된 칸나비디올은 올림픽에서도 허용되는 성분이다. 하지만 검찰은 “칸나비디올 성분이 도핑에서 제외됐더라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이 성분을 사용하면 국내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매년 4월20일은 ‘마리화나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다. 이들은 ‘대마초를 피울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다. 대신 환자복을 입은 사람과 현재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나왔다. 이들의 주장은 하나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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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불법입니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는 강성석 씨의 직업은 특이하다. 개신교 목사이자 운동본부 대표인 그는 몇 해 전 이주민센터에 쌀을 기증하기 위해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 후 2주간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그는 병실 사람들을 지켜봤다. 고통이 심한 환자들은 밤마다 몰핀을 맞았다. 몰핀은 잠시간 통증을 가시게 해주었지만 의존성이 심했다. 환자들은 몰핀 중독이라는 새로운 위험에 직면했다. 그 광경에 이상함을 느낀 강성석 대표는 대안을 찾았다. 해외 사이트와 논문을 살펴보며 몰핀보다 안전한 대안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보면 그가 ‘목사‘이면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의 대표라는 게 희한해 보이지는 않는다.

강성석 대표의 휴대전화번호는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되어있다. 이 번호로 연락하는 사람들은 주로 난치성 소아 뇌전증이나 뇌종양 등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의 부모들이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18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10대 미만 소아 환자의 유병률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대마에서 추출되는 CBD 오일은 뇌전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

 

(이 영상은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이가 발작을 일으킨 후 의료용 대마를 투약하자 진정이 되고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앞서 기소된 사례처럼 직접 의료용 대마를 구해오려고 시도하는 경우는 많이 없다. 그들은 당장 검찰에 기소될 것도 두렵지만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면 그동안 아이를 돌보지 못하게 되는 게 더 두렵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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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거리로 나선 이들 중 상당수도 본인 혹은 가족이 직접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모씨는 양극성 정동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그는 1년 반 정도의 치료 기간 동안 의존성이 센 약물, 과다 섭취 시 사망에 이르는 약물을 의사로부터 길게는 석달 치 까지 처방받았다. 그는 ”죽을 의지만 있었으면 언제든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씨는 ”과용을 하면 죽는 약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처방해주는데, 왜 그런 부작용이 없는 의료용 대마는 아직까지 불법이고 치료를 위해서 쓰려고 하면 검찰에 기소당하고 법정에 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치료를 위해 의료용 대마를 알아보던 의사 권용현씨는 의료용 대마 제품을 ‘네이버 쇼핑’에서 해외 직구입을 했다고 한다. 그는 두번째 구매 때 검찰 조사를 받았다며 ”네이버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별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마약 사범으로 몰렸다”고 말한다. 권씨는 ”기존 약물에 비해 의존성도 낮고 내성도 생기지 않으며 부작용도 덜 한데 한국에만 금지되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국이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지 않는게”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는 가벼운 감기에 대해서는 약을 처방하지 않고 의료용 대마를 권한다”고 말한다. 그는 ”의료용으로 대마를 사용하는 게 감기약을 처방하는 것보다 부작용이 덜하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합리적이며 불법적인 대안, 대마

한국에서 대마에 관한 이미지는 주로 ‘환각‘과 관련되어있다. 대마초를 피우다 걸린 연예인이 고개를 숙이고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간다. 이들은 곧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 이런 잔상 때문에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의료가 아닌 대마에 방점이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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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씨는 그런 오해에 대해 ”의료용 대마라기보다는 대마의 성분 중 일부를 의료용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해보자는 게 합법화의 골자”라고 설명한다. 그는 ”대표적으로 CBD는 환각 작용도 전혀 없어 법적으로 금지될 이유도 전혀 없는 물질”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2월, CBD가 남용이나 의존의 위험이 없다고 언급했다.

권씨는 의료용 대마가 오히려 다른 약물보다 안전함을 주장한다. 그는 ”타이레놀이나 게보린 같은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엔세이드 계열의 진통제는 간에서 대사가 되는데 이 약물은 진통 효과도 떨어지는 데다가 간에서 대사가 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간과 위에 부담을 준다”고 설명한다. 권씨는 ”간이 원래 안 좋거나 지속적인 진통제 복용으로 간에 무리가 간 환자들에겐 진통제 처방 자체를 할 수 없는 셈”이라고 이야기했다.

중독의 우려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권씨는 ”일반인들이 말하는 중독은 약물에 대한 ‘의존성‘을 의미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독성 물질이 신체에 해로운 기능을 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대마는 의학적인 의미의 중독성은 전혀 없으며 CBD의 경우는 의존성도 전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마약류 진통제는 주로 아편 계열인데 의존성이 심해 남용을 많이 하게 된다”며 CBD를 사용하면 오히려 다른 약물의 의존성을 낮춰주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그는 “THC 같은 성분은 약간의 의존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먼저 전문가 처방을 통해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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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신진호씨는 ”암환자들은 말기에 이르면 다 아편계 진통제를 처방 받는데 이들은 아편 중독으로 간과 신장이 망가지고 복수가 차오르는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해외의 임상 연구를 살펴보면 아편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 의료용 대마가 효과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도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이어 ”국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올리고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노력하고 있는데, 한 연구에 의하면 CBD오일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흡연율을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했듯, 대마의 의학적 사용은 외국에서 이미 논의가 꽤 진전된 상태다. 영국의 의학전문지 ‘메디컬 뉴스 투데이’는 지난해 12월 CBD가 인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이에 따르면 CBD는 앞서 언급한 뇌전증과 정신질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불안장애, 진통 효과 등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흡연과 마약, 아편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영국 의학 저널에 올라온 보고서는 CBD에 항암 효과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미국 국립 약물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가 8000명 넘는 15~64세 대상자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마초 이용자 중 오직 9%만이 의존증 현상을 보였다. 의존성이 전혀 없는 CBD오일뿐 아니라 대마초 자체의 의존성도 술(15%), 코카인(17%), 헤로인(23%), 담배(3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의학저널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72개국 (북미 56개 지역 포함) 출신 의사 1446명 중 76%는 의료용 대마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연구도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다. 대마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표류 중인 합법화 법안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1월에 치료 목적의 대마 사용을 허용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아직 심사에도 오르지 못했다. 강성석 대표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인 이유도 바로 국회의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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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마 오일을 구해 오려다 기소되어 법정에 섰다가 선고유예를 처분받은 부모에 대해 검찰은 항소했다. ”아들 상태가 악화되면 다시 대마를 구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강성석씨는 검찰이 의료용 대마를 ”마약 문제”로만 본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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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의료용 대마’를 검색하면 맘카페나 환자카페의 절실한 목소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 청원에는 지난 15일 의료용 대마오일 허가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지만 6,595명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의료용 대마에 대해 아직 대다수는 모르거나 반대한다. 반대하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도 ‘의료용 대마‘와 ‘대마초’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강성석 대표는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대마에 대한 인식은 ‘연예인들의 일탈’처럼 부정적인 선입견이 점철된 70년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번만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 의료용 대마를 꼭 필요로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