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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15일 06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15일 06시 37분 KST

문자메시지 하나 때문에 하와이가 38분 동안 공포에 떨었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 위기감이 고조돼 있는 미국 하와이에서 13일(현지시간) 오전 탄도미사일 발사 경보가 실수로 발령됐다. 이에 하와이 주민들은 경보가 취소되기까지 30여분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역 내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하와이 주정부 비상관리국(EMA)에서 발송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문자메시지를 받아본 것은 이날 오전 8시7분. 이때 주민과 관광객들은 대부분 하와이의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식사를 하거나 아직 잠을 청하고 있던 중이었다.

'미사일 발사' 문자는 곧 광범위한 공포를 일으켰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와이키키로 관광을 왔다는 론다 라미레스(56)는 "문자를 받자마자 울기 시작했다"면서 "'우리가 할 일은 뭐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미사일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라미레스의 일행 마이클 스털링(56)도 "(뭔가를 하기엔) 너무 늦은 것처럼 보였다"고 털어놨다.

최후를 걱정하는 주민들이 주고받은 인사 내용엔 사랑한다는 말과 작별인사가 주였다.

호놀룰루에 사는 치아 페이트는 배를 정리하다 말고 집안으로 뛰어갔다. "초현실적인 상황이었다. 난 문자를 보자마자 약혼녀를 깨웠다. 폭탄이 터질 것을 대비해 손님방이나 풀장에 숨자고 말했다. 또 부모님에게 작별인사 문자를 드리라고 했다... 정말로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다고 믿었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게 끝일 수 있다고."

와히아와에 사는 데스티니 솔리스는 아이들을 벽장에 숨겼다. "그런 다음 벽장에 들어가 아이들을 꽉 껴안았다. 살 수 있기만 바랐다. 남편은 벽장 밖에서 우리를 지켰다. 벽장에서 잠깐 나가 남편을 껴안아 줬다. 마지막 안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와이 주정부는 해당 문자메시지 발송한 지 약 13분 뒤 트위터를 통해 "하와이에 대한 미사일 위협은 없다"고 밝혔다. 미 태평양사령부도 "하와이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은 감지되지 않았다"며 "앞선 메시지는 실수로 보낸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 트위터 내용 등을 접하지 못한 주민들은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었다. 당국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하와이주에 대한 미사일 위협이나 위험은 없다"고 공식 정정한 것은 첫 문자 발송 이후 38분이 지난 뒤에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사이 현지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대피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하와이에선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대피 훈련이 자주 시행돼왔다고 한다.

실수로 발령된 하와이 탄도미사일 경보. © AFP=뉴스1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하와이에 왔던 선수들도 이 같은 대피 행렬에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골퍼 존 피터슨은 트위터에 "아내, 아기, 친지들과 함께 욕조 매트리스 아래에 들어가 있다"며 "하느님 제발, 이 폭탄 위협이 사실이 아니길"이란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과 CNN 등은 "눈물과 공포가 하와이를 휩쓸다", "낙원에서 공포로"란 제목의 기사들로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미 당국은 이번 문자메시지 오류 사태와 관련해 즉각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오늘 아침의 경보가 실수였다는데 감사하는 마음"이라며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왜 이런 경보가 발령됐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등도 공식 조사에 나섰다.

FCC는 트위터를 통해 "비상경보는 우리 가족들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지,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게 아니다"면서 "우리는 이를 수사해야 하고, 더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말을 맞아 플로리다주 골프클럽에 가 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백악관은 "경보는 순전히 주(州)단위 훈련"이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미군이 실제 위협을 감지하지 못한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문자메시지 발송 건과 관련한 군사 대응을 고려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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