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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만든 '전두환 추징법'이 박근혜를 잡다

FILE PHOTO: South Korea's President Park Geun-Hye talks to her staff during the East Asia Summit (EAS) plenary session during the ASEAN Summit in Naypyitaw November 13, 2014. REUTERS/Damir Sagolj/File Photo     TPX IMAGES OF THE DAY          TPX IMAGES OF THE DAY
FILE PHOTO: South Korea's President Park Geun-Hye talks to her staff during the East Asia Summit (EAS) plenary session during the ASEAN Summit in Naypyitaw November 13, 2014. REUTERS/Damir Sagolj/File Photo TPX IMAGES OF THE DAY TPX IMAGES OF THE DAY ⓒDamir Sagolj / Reuters

2013년 6월11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힘주어 이렇게 말했다. 그때 그는 나중에 이 발언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짐작 못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는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 못하고 이제서야 새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발언 이후 새누리당은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은 같은 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공개 발언 이후 16일 만이었다.

이 법은 위헌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막강했다. 박 전 대통령의 '푸시'가 있기 전까지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을 반드시 찾아내 추징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소급입법을 통해 형벌을 가하자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가족들 재산을 무조건 추징하는 것은 연좌제에 해당한다”(김기현 정책위의장), “‘전두환 추징법’은 헌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성립할 수 없는 법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유기준 최고위원) 등의 이유를 대며 반대했을 정도였다.

통과된 법은 본인 이외의 가족을 비롯한 제3자가 불법재산이라는 정황을 알면서도 획득한 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도 추징할 수 있도록 추징대상을 확대했다. 추징시효도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검찰에 압수수색 권한도 줬다. 결국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그해 9월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스스로 내겠다고 밝혔다.

4년 7개월이 지났다.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를 해결"한 업적은 이제 박 전 대통령 본인을 옥죄고 있다.

계기는 검찰의 추가 기소였다. 검찰은 최근 박 전 대통령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뇌물 36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죄목 중 하나는 뇌물죄다. 그러나 그때의 뇌물은 최종 수령자가 사실상 '최순실'이었다. 이번 뇌물은 다르다. 최종 수령자가 박 전 대통령 본인이다. 뇌물죄가 인정되면, 뇌물로 인정된 액수만큼 토해내야 한다. 형법 134조에 따르면 유죄로 인정된 뇌물은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할 경우 같은 액수만큼 추징하게 돼 있다.

형법 제134조(몰수, 추징) 범인 또는 정을 아는 제삼자가 받은 뇌물 또는 뇌물에 공할 금품은 몰수한다. 그를 몰수하기 불능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기소 내용대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총 36억 5000만원을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 혹시나 있을 유죄 판결에 대비해 꼼수를 쓰기도 어렵다. 검찰 손에는 그가 만들어 준, 위헌시비까지 불러 일으켰던 막강한 '전두환 추징법'이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을 모두 물러나게 했던 박 전 대통령이 최근 유영하 변호사를 다시 선임한 이유다.

검찰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재판하는 동안 맘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상은 △서울 내곡동 사저 △본인명의 예금 △지난해 4월 박 전 대통령 계좌에서 출금돼 유영하 변호사에게 전달된 1억원권 수표 30장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수표 30억원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1일 삼성동 사저를 팔아 내곡동 사저를 구입하고 남은 금액이다. '전두환 추징법'은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에 대해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30억원 수표의 소유권이 유 변호사에게 넘어갔다 해도 검찰에게 승산이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에 대해 8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렇게 논평했다.

"박 전 대통령 당시에 공무원 범죄 몰수 특례법이 개정됐는데, (법 개정으로 숨긴 재산 등)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도 모두 추징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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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박근혜 #전두환추징법 #뇌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