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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이슬람 혐오' 리트윗은 여러모로 정말 끔찍하다

  • 허완
  • 입력 2017.12.01 08:04
  • 수정 2017.12.01 08:58
U.S. President Donald Trump looks up as reporters ask questions about the future of U.S.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 in the Oval Office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November 30, 2017.  REUTERS/Kevin Lamarque
U.S. President Donald Trump looks up as reporters ask questions about the future of U.S.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 in the Oval Office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November 30, 2017. REUTERS/Kevin Lamarque ⓒKevin Lamarque / Reuters

"영상 : 무슬림 이민자가 목발을 짚고 있는 네덜란드 소년을 두들겨 패다!"

영상 : 무슬림이 성모 마리아 상을 파괴하다!

영상 : 이슬람 무리들이 10대 소년을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리고 때려서 죽게 만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수요일(29일) 이른 아침, 이 영상을 자신의 공식 트위터로 리트윗했다. 악명 높은 영국 극우-국가주의 군소 정치집단 '브리튼퍼스트(Britain First)'의 부대표 제이다 프랜슨이 올린 트윗들이다.

트럼프, 끔찍한 혐오(와 가짜뉴스)를 퍼뜨리다

이 문장을 조금 더 풀어서 써보면 다음과 같다.

극우 파시스트정당 영국국민당(BNP) 출신 인사들이 만들었고, "영국 및 기독교 도덕성" 보호와 "우리 조상의 민족과 문화적 유산을 보호할 것을 다짐"하며 "우리 조국의 땅에서 토착 영국인들이 주류 인구로 유지되는 것을 지지"함으로써 "진짜 영국 시민들이 주택, 일자리, 교육, 복지, 건강에서 최우선 대접을 받는" 사회를 꿈꾸는, 그러나 단 한 번도 공식 선거에서 당선인을 낸 적이 없으며, 국립 우체국인 로열메일로부터 선거 홍보물 배달을 거부당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당 등록이 취소된, 영국 내에서도 철저히 외면 받고 있는 인종차별 집단이 올린 트윗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리트윗했다.

이 영상들 중 '가짜뉴스'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다음은 미국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이 "팩트는 중요하다"며 @realDonaldTrump에게 보낸 멘션이다.

팩트는 중요하다. 이 영상에서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네덜란드 법에 따라 형을 선고 받았고 복역을 마쳤다.

네덜란드 언론들에 따르면, 이 가해자는 무슬림도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도 아니고, 무슬림도 아니라는 얘기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거의 모든 언론을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는 트럼프가 스스로 가짜뉴스를 퍼뜨린 셈이다.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는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공식 입장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브리튼퍼스트는 거짓말을 유포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적 내러티브를 사용해 커뮤니티를 분열하려 하는" 집단이라는 것.

메이 총리는 "영국 시민들은 이 나라가 대표하는 품위, 관용, 존중의 가치와 반대되는 극우의 편향된 레토릭을 압도적으로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와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등 영국의 주요 정치인들도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극우 리트윗을 우리 정부가 규탄하길 바란다. 그 트윗들은 혐오스럽고, 위험하며, 우리 사회의 위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로지 우리 나라에 분열과 혐오를 심기 위해 존재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극단주의자 단체를 홍보하는 데 트위터를 동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영국 공식 방문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특히 영국에서는 지난해 브렉시트 투표 직전 공개 행사에 참석한 현역 의원이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용의자가 나치즘, 백인우월주의, 그리고 영국 극우 단체들의 주장에 심취해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는 왜 그랬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영상들을 리트윗 했던 걸까. 물론 끔찍한 이슬람혐오적 발언을 망설임 없이 내뱉고, 반(反)이슬람적 편견을 실제 엉터리 정책으로 시행에 옮기기까지 한 전력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현직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에 대한 노골적 반감과 혐오, 거짓 주장을 공개적으로 퍼뜨린 사건을 그저 '늘 있는 일'로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트럼프는 왜 그랬을까.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트럼프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허프포스트US가 추정한 유력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트윗의 원작자인 '브리튼퍼스트'의 부대표 제이다 프랜슨은 28일 오후 3시30분(미국 동부시간), 이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의 트위터 계정에는 본인 소유의 계정임을 뜻하는 '인증' 마크가 붙어 있다.

미국 백인 우월주의 단체의 행사들에 등장하곤 하는 반(反)이민, 반(反)무슬림 극우 선동가인 앤 코울터는 트위터에서 프랜슨을 팔로우하는 관계다. 그는 이날 밤 프랜슨의 이 끔찍한 영상을 리트윗했다. 그의 계정에도 역시 '인증' 마크가 붙어 있다.

앤 코울터의 트위터 계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팔로우하는 단 45개 계정 중 하나다.

따라서 수요일 이른 아침, 트럼프가 침대에서 나와 머리를 만지고 '폭스&프렌즈'를 틀어 놓고 트위터를 열었을 가능성이 있다. 피드를 넘기다가 코울터가 리트윗한 프랜슨의 트윗을 봤을 수 있다.

아마도 그 내용이 마음에 든 나머지 프랜슨의 트위터 프로필을 봤을 것이고, 그의 트윗들을 살펴보다가 오전 6시32분부터 6시49분 사이에 (영상들을) 리트윗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프랜슨의 트윗을 세 번 리트윗했다. 첫 번째는 네덜란드인 "무슬림 이민자" 영상이다. 두 번째 리트윗에는 "영상 : 무슬림이 성모 마리아 상을 파괴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중요한 맥락이 빠져있다. 2013년의 이 영상에 나오는 사람은 그냥 "무슬림"이 아니고, 당시 시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 누스라'에 가담했던 성직자 아보 오마르 가브라다.

세 번째 리트윗에는 "영상 : 이슬람 무리들이 10대 소년을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리고 때려서 죽게 만들다!"라고 적혀 있다. 이 영상은 2013년 이집트 알렉산드라에서 라이벌 정치 집단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담은 것이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프랜슨의 트윗들을 어떻게 본 것인지, 또 실제로 직접 리트윗 버튼을 누른 게 트럼프인지에 대한 질문 요청에 답변을 거부했다. 이 일이 어떻게 벌어졌든, 수요일 아침 수많은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대통령이 영국 이슬람혐오주의자의 말을 퍼뜨리고 있는 것을 보며 잠에서 깨어났다. (허프포스트US 11월30일)

트럼프가 리트윗한 영상은 2013년 7월 이집트 알렉산드라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금도 그렇듯 그 당시에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 영상의 살인범이 2015년에 사형을 선고 받은 이유다.

트럼프와 백악관의 기이한 해명

트럼프는 테레사 메이 총리에게 직접 멘션을 보냈다. 자신의 리트윗을 규탄한 것에 대한 답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실수로 다른 '테레사 메이'에게 멘션을 보냈다가 이를 삭제하기도 했다.)

@Theresa_May, 나에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영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괴적인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에 초점을 맞추라. 우리는 잘하고 있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를 변호하며 이 영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위협은 실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그는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잘못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협은 실재하는 것이고 대통령이 말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리트윗 이후 하루 만에, 프랜슨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는 3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그는 트럼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영상 메시지를 새로 올렸다.

영국 의회에서 긴급하게 소집된 대정부 질의에 나선 영국 노동당 스티븐 다우티 의원은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이거나, 무능력자이거나, 생각이 없거나, 셋 중 하나이거나 셋 전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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