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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당시 ‘관제상황 영상파일 삭제'는 징계 사유"

ⓒ한겨레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의 관제 모습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자료 원본 파일을 삭제하도록 한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센터장에 대한 징계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의 혐의가 형사재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구조작업의 적절성을 확인하려는 국민 열망을 배신하는 등 국가공무원법상의 징계 사유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세월호 참사 당시 관제 업무를 소홀히 하고, 영상자료 원본 파일을 삭제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센터장 김아무개(48) 경감이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은 김 경감의 영상자료 원본 파일 삭제는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 규정에 부합하지도 않을뿐더러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행위여서 품위유지의무에도 위반된다며, 이렇게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아무런 보고나 지시도 없이 독단적으로 영상자료 원본 파일을 삭제한 것은 ‘해양경찰청 영상정보처리기기 관리규칙’에 정해진 보존 기간을 뒤늦게 준수하려는 게 아니라 비상상황에서 자신들에게 미칠 수 있는 처벌이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변칙근무 행태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구조활동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단서로 여겨졌던 영상자료 삭제로 국민의 혼란과 불신이 초래됐고 해양경찰 전체의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파일이 삭제된) 2014년 5월에는 세월호 관련 수사가 이뤄지고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도 있던 때여서, 주권자인 국민으로서는 사고원인 규명과 수습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자료라면 담당 공무원이 마땅히 수사기관에 제출하리라고 기대했을 것”이라며 “해양경찰청의 영상정보처리기기 관리규칙도 범죄 수사나 재판에 필요한 경우 영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고, 평균적인 공무원이라면 이 사건 영상자료가 증거로 쓰일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경감은 △사고 당일 세월호와 직접 교신하면서 파악한 정보를 현장에 출동한 함정 등에 전파하지 않고 △2명씩 근무해야 하는 야간관제를 1명으로 줄여 변칙근무하도록 하는 등 감독을 소홀히 하고 △사고 이후 폐회로텔레비전을 벽에서 떼어낸 뒤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가 있는데도 3개월분의 영상자료 원본 파일을 삭제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김 경감은 이와 함께 직무유기,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판부는 “무죄 판결은 형사법적 관점에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판단일 뿐”이라며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 위반 또는 품위손상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심은 정보를 알리지 않은 점과 변칙근무를 한 점만을 징계 사유로 보고 징계가 과도하다고 판단했으나, 정직처분은 해양경찰청의 징계양정 규칙이 정한 범위 안에 있다”며 “오히려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 보면 이들 사유가 가볍지도 않거니와, 영상자료 원본 파일 삭제까지 징계 사유로 인정할 수 있어 비위의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김 경감이 형사재판에서 직무유기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표창 경력 등 징계감경 사유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김 경감에 대한 정직처분이 지나치다며 징계처분 취소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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