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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인종차별 경찰관'을 사면하다

  • 김태우
  • 입력 2017.08.26 08:36
  • 수정 2017.08.26 08: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연방검사의 명령을 어기고 주민들을 불법 구금한 전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경찰관을 사면했다.

자칭 '미국에서 가장 터프한 경찰관', 조 아르페이오는 지난 7월 무리한 불심검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연방검사의 명령을 여겼다는 혐의(criminal contempt)로 기소됐다. 올해 85세인 아르페이오는 오는 10월 5일 선고 공판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아르페이오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범죄와 불법 이민의 재앙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라며, "조 아르페이오는 현재 85세이며, 지난 50여 년간 국가를 위해 존경받을 만한 봉사를 했으므로 대통령의 사면을 받을 가치가 있다"라고 전했다.

아르페이오의 사면은 트럼프의 임기 첫 사면권 행사다. 이는 트럼프가 아르페이오의 인종차별적 행동을 암묵적으로 옹호하고 자신의 지지자를 보호한다는 행보로 읽힐 수 있다. 아르페이오는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지난해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연설을 한 바 있다. 아르페이오와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993년부터 2016년까지 경찰관으로 지낸 아르페이오는 히스패닉계를 상대로 인종차별적 심문을 벌여 논란이 됐다. 미 법무부는 지난 2011년, 아르페이오가 불법 심문과 인종 프로파일링(인종에 기반해 용의자를 찾는 수사 기법)을 관행적으로 해왔다는 결론을 내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아르페이오 아래 근무하던 경찰관들은 히스패닉 주민들을 "망할 멕시칸", "멍청한 멕시칸", "멕시코 쓰레기들" 등으로 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이 히스패닉 주민들을 검문한 사례가 다른 인종의 주민에 비해 4배에서 9배 더 잦았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밤(현지시각), 피닉스 집회 현장에서 아르페이오를 사면할 것이라 암시한 바 있다. 그는 아르페이오가 "자기 일을 하는 것으로 기소당했다"며, "예언을 하나 하겠다. 그는 괜찮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잔 R. 볼튼 지방법원 판사는 지난 7월, 아르페이오가 법원의 2011년 명령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며, 법원의 명령을 알고도 자신이 불법체류자라고 추정한 주민들을 불법 구금했다고 판결을 내렸다.

아르페이오의 변호사들은 정부의 기소가 "헌법에 위배되는 선택적인" 결정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또한 배심재판을 허용하지 않은 법원의 동기가 의심스럽다고도 덧붙였다. 법원은 이에 아직 대응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의 이번 사면 결정은 일반적인 검토 과정을 건너뛴 채 진행됐다. 사면권은 보통 법무부 산하 사면심사위원회의 검토를 받는다.

한편, 이번 사면권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네오나치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폭력 시위를 벌인 뒤 2주 만에 행사됐다.

허프포스트US의 Trump Pardons Former Sheriff Joe Arpaio, Who Illegally Targeted Latino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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