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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전문)

  • 허완
  • 입력 2017.08.08 13:04
  • 수정 2017.08.08 13:37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피해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한 2011년 이후 대통령이 공식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은 물론, 국정감사에 출석한 주무부처 장관들마저 '사과하라'는 의원들의 질의에도 끝내 사과를 거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8일 오후 청와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을 초청해 면담한 자리에서 그동안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피해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피해자들과 제조기업 간의 개인적인 법리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고, 또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재수사, 피해구제 재원 확대, 피해자 인정 기준 확대 등을 요청했다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또 피해자 가족들은 국민안전기본법 제정, 화학물질중독센터 설립, 집단소송제 도입,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등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겠다"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통령이 직접 끝까지 챙겨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급성 호흡 심부전증으로 14개월 때부터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14세 임성준 군과 임 군의 어머니이자 유가족연대 대표인 권은진씨 등 15명의 피해자 및 가족이 참석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전문.

"네,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분들의 사연들을 들으면서 늘 가슴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 또 우리 가족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거꾸로 아이와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또 목숨을 앗아갔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부모님들이 느꼈을 고통, 그리고 자책감, 억울함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라고 절규하시는 그런 부모님들 모습을 봤습니다. 정말 가슴 아프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떤 위로도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막막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부모님들, 건강을 잃고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신 피해자 분들,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신 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피해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들과 제조기업 간의 개인적인 법리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고, 또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습니다.

오늘 제가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 마음으로 환경부가 중심이 돼서 피해자 여러분들 의견을 다시 듣고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습니다. 특별구제계정에 일정 부분 정부 예산을 출현해서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법률의 개정이나 제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국회에 협력을 요청하겠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듣고 앞으로 대책 마련에, 대책 추진에 반영해 나가겠습니다. 다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같은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또 우리 국민이 더 이상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가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여러분께 위로가 되고, 또 희망을 주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 오늘 아마 하고 싶은 말씀들이 많으실 텐데, 편하게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그 사정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발언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히 말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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