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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위 택배회사가 인력난 때문에 배송 서비스 시간을 줄인다

  • 박수진
  • 입력 2017.06.20 14:04
  • 수정 2017.06.20 14:08

20일 일본 도쿄 다이토구에서 야마토운수의 차량이 정차해있다.

20일 일본 도쿄 다이토구에 있는 한 편의점 카운터에는 ‘야마토운수의 부탁’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택배기사가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고 쉴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한다는 공지다. 일본도 한국처럼 집 대신 편의점에서 택배를 수령할 수 있다.

“택배 배달 지정 시간대를 19일부터 변경합니다.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배달 시간으로 지정할 수 없습니다.”

배달 시간대 지정 축소는 일본 택배업계가 ‘서비스 축소’ 시대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서비스 먼저, 이익은 나중에”라는 경영 이념으로 유명했던 일본 제1의 택배회사 야마토운수가 처음으로 단행하는 서비스 축소다. 야마토운수는 1998년 배달 시간 지정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한번도 이 서비스를 개편한 적이 없다.

“서비스 먼저, 이익은 나중에”는 1971년 야마토운수 사장으로 취임해 택배시장을 개척한 오구라 마사오가 내건 혁신적 구호다.

1970년대 전까지만 해도 운수회사들은 집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사업은 이익이 적게 남는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일쇼크 뒤 경영 개선책을 찾던 오구라 사장은 서비스 질을 높여 개인 고객을 많이 끌어모으면 이익은 따라온다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야마토운수는 택배 시장 점유율 50%의 회사로 성장했다.

20일 일본 도쿄 다이토구의 한 편의점 카운터에 야마토운수가 붙인 배송 지정 시간대 변경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오~오후 2시에는 배송 희망 지정이 불가능하다고 써있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장시간 노동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야마토운수의 서비스 우선주의는 변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야마토운수가 1970년대에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택배 물량은 연간 17만개에 불과했지만 인터넷 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는 19억개에 육박했다.

고도 성장 시대에는 인구가 늘면서 신규 채용으로 대응했지만,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부족한 인력으로 많은 물량과 질 좋은 서비스를 감당하려다 보니 잔업이 일상화됐다. 결국 야마토운수는 올 봄에 27년 만의 운임 인상과 서비스 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사정은 다른 택배회사들도 마찬가지다. 2위 회사인 사가와큐빈은 최근 주 4일 근무 정규직 채용에 나섰다. 간호와 육아 등으로 주 3일은 쉬어야 하는 사람까지 채용해야만 인력 사정에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택배회사들은 경쟁 심화 속에서 채택한 당일 배송 서비스도 줄이기 시작했다. 고객이 집에 없으면 재배송하지 않는 서비스를 선택하면 요금을 깎아주기도 한다. 택배 물량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재배송이 택배 기사 업무량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일본 아파트는 경비원이 택배를 보관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채소 정기 배달 서비스 등은 배송비가 무료인 경우가 있는데, 아파트인지 단독주택인지, 아파트에 택배 박스가 설치돼 있는지, 택배 박스가 가득 차면 현관에 놓고 가도 되는지까지 미리 상세하게 물어본다. 재배송을 피하기 위해서다.

야마토운수의 점심시간 배송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택배 기사들의 업무량이 획기적으로 줄지는 않을 듯하다. 점심시간대는 원래 배송 물량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추가적 서비스 축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객 편의를 위해 장시간 노동이 당연시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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