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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짜여진 안보공약을 내놓은 후보는 누굴까? (힌트: 당신의 예상과 전혀 다르다)

ⓒ뉴스1/허핑턴포스트코리아

안보는 한국 대선에서 언제나 중요한 이슈였다. 그러나 이번 19대 대선에서 안보는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됐다. 사드 배치 문제가 줄곧 이슈가 돼 왔고,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한반도의 안보 분위기 또한 더욱 엄중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각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공개한 공약서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모두 안보 공약을 제1순위로 배치했고 심지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안보 공약을 2순위로 전면에 내세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7일 오전 인천 부평구 육군 17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김정유 17사단장으로부터 통신장비(P999-K)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살펴보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주요 5당 후보들의 안보 공약들을 서로 비교해봤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가장 잘 짜여진 안보공약은 오히려 진보 성향의 후보의 것이었다.

공약은 후보의 정치적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러나 가치관을 두고 우열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안보 문제라 하더라도 보수의 공약이 진보의 공약보다 낫다는 게 항상 보장되진 않는다. 후보의 가치관을 보다 구체적으로, 서로 상충하는 일 없게 펼친 공약을 '잘 만든' 공약이라고 평할 수 있으리라.

이를테면 홍준표 후보의 안보 공약은 제1순위인데다가 '강한 안보, 강한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지만 결코 잘 짜여진 공약이라 평하기가 어렵다.

과연 핵잠수함을 개발을 추진해도 '굳건한 한미동맹'이 유지될 수 있을까?

1.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강력한 대비태세 구축

  • 미국과의 충분한 협의 하에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추진
  • 금년 상반기 주한미군 사드 배치
  •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비전력 확충: 감시정찰장비, 타격전력 등 Kill-Chain·KAMD·KMPR 체계전력 최우선 보강
  • 북 SLBM 대비, 원자력추진잠수함 전력화 추진
(홍준표 후보 10대공약)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꾸준히 정책 목표로 외치고 있는 미국과 대체 어떠한 협의를 해서 전술핵을 재배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지도 알 수 없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공공연히 핵잠수함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이다. 북핵을 용납할 수 없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남핵'은 용인해줄 거라고 믿는 것은 그냥 '어리석음'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비록 공약순위는 7위로 배치했기는 하지만 또다른 보수 진영의 후보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안보공약은 훨씬 잘 짜여져 있다. 북핵 대응도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는 허황된 방식이 아닌 미국 핵전력을 한미 공동자산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물론 이 또한 그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지만) 보다 현실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유승민 의원이 지난 2016년 12월31일 강원도 최전방의 GOP 부대 소초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19대 국회에서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어 다른 직업정치인에 비해 안보 문제에 밝은 편이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적극 도입을 주장해오기도 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빨리 끝내겠다고만 하는 홍준표에 비해 유승민은 국군에도 사드를 추가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자산이 아닌 대한민국의 자산을 북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것이 올바른 논리적 귀결이기는 하다.

사드나 북핵 문제 등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인구절벽'이 가까워지면서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병역자원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일례로 2022년이 되면 19세 남성 전부를 입대시켜도 현재의 군 규모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유승민과 심상정을 제외하고는 이 문제를 거론한 후보는 5당 후보 중 없었다. 유승민은 단순히 행정이나 보급·수송 등의 비전투분야를 과감하게 민간에 전면 이양하는 것으로 병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는 반면, 심상정은 5당 후보 중 가장 상세하게 병력 감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015년 9월 강원도 철원 육군 6사단을 방문해 군 관계자의 설명과 함께 각종 무기 및 장비 등을 살펴보고 있다.

② '한국형 모병제(의사 모병제)' 도입, '정예 직업 예비군제' 도입, 기존 병력중심의 선(line) 방어개념을 현대전 방식으로 전환하고 무기 현대화, 아웃소싱 분야(군수지원, 의료복지 등) 민간 이관 추진, 민·관·군 합동으로 '핵심기술개발청' 신설 (심상정 후보 10대공약)

충분한 설명 없이 다소 불친절하게 나열돼 있기는 하지만 특히 선 방어개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중요하다. 여기서 선 방어개념이란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병력을 배치하여 북한의 공격이 있을 경우 대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병력자원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면 이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때문에 기존의 선 방어개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은 군 내부의 전략가들이 꾸준히 제기하던 것이었다.

심상정의 안보공약은 5당 후보의 공약 중 가장 체계가 잘 잡혀있다. 대북(통일)정책부터 외교안보, 통상까지 세 가지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정책 방안들을 가장 논리적이고 상세하게 열거했다. '사드 배치 철회'나 "불평등한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한미SOFA) 전면 개정"과 같은 비현실적인 안건들도 섞여 있다는 것은 함정.

심상정의 공약을 살펴보고나면 안보공약을 제1순위로 내세운 안철수나 '강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외치는 문재인의 공약은 부실하다는 인상을 준다. 두 후보 모두 병력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심지어 문재인은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을 공언했다) 비록 둘 다 안보 문제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사드 배치 등의 눈 앞의 이슈에만 끌려다니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경기도 평택시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빨간마후라와 조종점퍼를 입고 있다.

특히 문재인의 경우 선관위 제출 직후에 민주당에서 공개했던 안보공약은 후보가 정말로 안보에 의지가 있는가를 의심케 할 정도로 부실했다. 심지어 햇볕정책의 계승을 줄곧 공언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안보공약에 대북정책의 언급이 하나도 없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2년에 이미 실패했던 '특전사 출신' 이미지를 다시 재활용했을 뿐인 부실한 공약이었다.

그나마 17일 선관위를 통해 배포한 공약에서는 대폭 수정이 이뤄졌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비준동의 추진 등의 구상은 공약에서 빼고 송두리째 빠져 있던 대북정책 부분도 보강됐다. 그럼에도 안철수 등을 비롯한 타 후보에 비해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아, 홍준표는 제외하고)

흔히들 19대 대선이 '안보대선'이 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정작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문재인·안철수 후보보다 지지도가 훨씬 낮은 유승민·심상정 후보의 안보 공약이 보다 탄탄하다는 사실은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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