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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기후변화 대책을 폐지해 석탄산업을 살리겠다'는 트럼프의 말이 완전 헛소리인 이유

  • 허완
  • 입력 2017.03.29 09:05
  • 수정 2017.03.29 13:12

세계 최대의 석탄기업의 소유주인 로버트 머레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혼자서는 석탄 산업을 부활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이자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지명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재판 일정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던 머레이는 26일 발행된 '콜럼버스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석탄 산업이 되돌아올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대치를 낮추라고 조언했다."

머레이의 인터뷰는 백악관이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행정명령을 발표하기 불과 이틀 전에 발행됐다. 트럼프는 이 행정명령이 "우리의 석탄 산업을 지킬 것"이라고 약속한다.

지난주 트럼프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한 연설에서 "광부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히 석탄산업의 하락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석탄 수요와 생산은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이라는 증거는 많다.

28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은 오바마 정부의 '클린 파워 플랜'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 오바마의 이 정책은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소의 생산량을 제한하고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해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목표로 시행됐다.

트럼프는 이날 광부들에 둘러싸인 채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 행정명령 만큼 우리 광부들과 에너지산업 종사자 및 기업들을 위협하고 미국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미국의 부를 빼앗아가는 행위를 중단시키고 사랑하는 우리 나라를 재건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지난해 시행된 연방정부 소유 토지의 광산 임대 금지 조치는 일시적으로 효력이 중단된다. 또 정책결정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도록 한 연방 지침을 삭제하는 한편, '탄소 사회비용'을 집계하던 부서를 해체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오바마 정부는 이산화탄소 1톤당 그 비용을 36달러로 계산한 바 있다.

2016년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는 이 분야의 과거 고임금 일자리를 되살리는 대신, 경제적으로 쇠락한 동부 지역의 광부들을 재교육시켜 새 직업을 찾도록 하자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300억달러(약 33조4100억원) 규모의 계획을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석탄 산업계를 자극한 트럼프의 약속을 "희미한 활기"로 표현했다. 석탄 가격은 지난해 이후 두 배 올랐다. 철도를 통한 석탄 운송량은 올해 16% 상승했다. 석탄 기업의 주가는 급등했다. 미국 최대 석탄 생산기업인 '피바디 석탄'(Peabody Coal)은 다음달 파산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석탄 산업을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이득들은 허울에 불과하다.

석탄 기업들과 그들의 정치적 동료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석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륙횡단 철도를 지원하고 미국 대부분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해왔던 산업을 처벌하는 정책들을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산업이 침체를 겪을 때 그게 누구든 정부를 탓하는 건 쉬운 일이다. 인류가 초래한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것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던 역대 첫 번째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도 쉽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이끌었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석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을 어둡게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구조조정과 파산이 증가한 건 사실 시장의 힘 때문이다.

머레이 역시 상황의 엄중함을 인정한다. 2014년, '석탄의 마지막 왕'이라고 불리는 그는 산업계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석탄 산업이 되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면 마약에 취해있거나."

석탄 수요 감소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미국 내 전력 시장에서 석탄과 천연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의 증감을 보여주는 그래프. ⓒEIA

국내적으로 보자면, 미국 전력시장을 삼키고 있는 건 천연가스다. 발전기업들이 수력파쇄나 셰일가스 등의 발전 덕분에 석탄보다 더 깨끗한 연료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에 미국은 발전연료 활용 증가에 따라 천연가스 운송관을 3571마일이 넘게 추가로 건설했다. 2016년이 되자 천연가스는 석탄을 제치고 가장 큰 전력 생산원이 됐다. 석탄의 이런 감소는 석탄 산업이 천천히 진행되는 재앙에 놓여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1960~70년대 석유 파동 당시 의회는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고 신규 발전소 건설에 있어 수십년 간 독점을 허용했고, 그 덕분에 석탄산업은 1970년대 중반 절정을 이뤘다. 석탄보다 더 깨끗한 연소 연료와의 경쟁에 직면하자 석탄은 그 과거의 지위를 상실했다.

또한 석탄은 이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1985년, 석탄산업은 모두 17만7000명을 고용했다. 조시 W. 부시가 대통령이던 2008년 말, 그 숫자는 8만6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5만6000명이었다. 그러나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최근에 석탄이 가장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던 건 2012년 중국의 석탄 수요가 줄어들면서부터다.

중국의 석탄 수요 감소에 따라 미국 석탄 수출량은 급격히 떨어졌다. ⓒEIA

바로 거기, 해외는 석탄 산업이 가장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이다. 석탄산업계는 중국에 크게 기대를 걸었다. 급격한 발전소 건설과 무한한 것으로 보였던 강철 제련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미국 석탄을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중국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이 시점은 스모그로 가득한 도시에서 병에 공기를 담아서 판매하는 기업들이 나타날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각해 국가적으로 악명이 높아지던 때이기도 하다. 1년 후, 석탄 수요는 정점을 찍었다. 다시 1년이 지난 2014년, 중국의 석탄 수요는 3% 감소했으며, 한 해 뒤에는 4~5% 더 줄어들었다고 싱크탱그 사이트라인 인스티튜트는 집계했다. 2016년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1년 전에 비해 4.7% 감소했으며, 중국 통계 당국에 따르면 석탄의 중국 내 에너지 생산 비중은 2% 감소한 62%가 됐다.

미국 석탄 수출도 이같은 침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달 초 미국 에너지보호청(EI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석탄 수출은 4년 연속 감소한 6030만 US톤(약 5470만톤)에 그쳤다. 2012년 수출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중국에서 석탄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지난 1월, 중국은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103개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향후 4년 간 3800억달러(약 423조원)를 재생에너지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이미 자국 내에서도 광부들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전 세계 3위 규모인 중국 국영석탄그룹의 자회사는 연말까지 400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물론 석탄 산업에도 들떠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그 이유들은 트럼프 정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난해 미국은 천연가스 분야에서 순수출국이 됐으며, 해외 수출에 따라 올해와 내년도 가격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전력 분야에서 석탄이 일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석탄 생산은 2017년과 2018년 약간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런 증가는 거의 전적으로 채굴 비용이 저렴한 몬태나나 와이오밍 같은 서부의 석탄 생산 주로 갈 것이다. EIA의 자료에 따르면 서부의 석탄 생산은 지난해 4억700만 US톤에서 2018년 4억4300만 US톤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칸소, 일리노이, 인디애나, 캔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미주리, 오클라호마, 텍사스, 켄터키주 서부 같은 내륙 석탄 생산 지역의 경우, 석탄 채굴은 같은 기간 동안 1억5000만 US톤에서 1억5200만 US톤으로 늘어나는 데 그친다.

그러나 고갈로 인해 채굴비용이 증가한 동부 애팔래치아 지역의 경우, 석탄 생산은 2016년 1억8300만 US톤에서 2018년 1억7700만 US톤으로 오히려 3.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치독 단체 '퍼블릭 시티즌'에서 에너지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타이슨 슬로컴은 "미국은 이미 20년 동안 쓸 만큼 충분한 석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점이 많은 구조 하에서 지금 광산 임대 금지 조치를 해제할 경우, 석탄 기업 CEO들의 주머니만 계속 더 두둑하게 채워주는 꼴이 될 것이다. 이 CEO들은 엄청난 돈을 보너스로 챙기면서 회사를 망가뜨리고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

이런 시장 흐름은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해 11월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어 왔던 것들이다. 게다가 백악관이 제안한 예산은 (부분적으로는 석탄 산업 일자리를 되살리겠다는 트럼프의 약속 때문에) 민주당을 버리고 트럼프에게 승리를 선사한 펜실베니아, 웨스트 버지니아, 켄터키, 테네시주 같은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타격을 입힐 것이다.

트럼프는 석탄 산업 일자리 감소로 타격을 입은 지역을 지원해 온 두 프로그램인 '애팔래치아지역위원회(Appalachian Regional Commission)'와 '경제개발청(Economic Development Administration)'의 예산을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

석탄 산업 지역 출신이자 트럼프의 든든한 측근 중 하나인 할 로저스(공화당, 켄터키) 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가 제안한 인색한 예산에서 줄어들거나 삭제된 것들 중 상당수가 가혹하고, 부주의하며, 비생산적이라는 점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삭감을 지시한 두 프로그램이 "애팔래치아 지역의 빈곤율을 낮추고 지역사회에 기본적 필수품들을 지원해왔다"고 덧붙였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Coal Executive Admits Donald Trump Can’t Single-Handedly Save The Industr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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