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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녹취록은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People watch a television broadcast of a news report on President Park Geun-hye releasing a statement to the public in Seoul, South Korea, November 29, 2016.  REUTERS/Kim Hong-Ji
People watch a television broadcast of a news report on President Park Geun-hye releasing a statement to the public in Seoul, South Korea, November 29, 2016. REUTERS/Kim Hong-Ji ⓒKim Hong-Ji / Reuters

헌법재판소가 14일 증거로 채택한 ‘고영태 녹취록’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단 개입과 최순실씨의 국정 관여 관련 대화가 담겨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은 시간 끌기 전략으로 고영태 녹취록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았다.

국회가 13일 헌재에 낸 ‘증거제출서’에 나온 고 전 이사의 발언을 보면 최씨는 매우 긴밀한 관계였던 박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이사는 “진짜 브이아이피(VIP·박 대통령)가, VIP는 이 사람(최씨)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진짜 뭐 하나 결정도, 뭐 글씨 하나, 연설문 토씨 하나. 다 어쨌든 여기서 수정을 보고 새벽 늦더라도 오케이 하고, 옷도 무슨 옷을 입어야 하고, 어떤, 뒷 배경을 어떻게 해야 되고”, “VIP가 믿는 사람은 소장밖에 없어” 라며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크게 의존했다고 말했다.

고영태 씨

이어 고 전 이사는 “내가, 비서진들이 있잖아 원래부터 보좌관들 비서진들 꽂아넣은 게 아니야. 다 그냥 ‘야, 친하니까 그냥 너 비서해’ 전혀 비서란, 비서에 대해 모르는 애들을 갖다 놓고. 야, 헬스장 트레이너를 비서에 꽂아놨으니 거기서 무슨 일을 보겠어. 잘 못 하지. 그런 애들만 꽂아놨어. 그래서 일이 안 돼. 그래서 소장(최씨)이 다 봤단 말이야. 다 완전 문제 생기고, 뭐가 문제가 생기고, 항상 해야 될, 안 해야 될 일만 하고, 그래서 문제가 생겼어. 근데 소장이, VIP는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나서도 무조건 ‘소장님, 뭐 했어. 뭐 했어, 뭐 했대요.’ 그러고 ‘뭐 왔는데 일이 있어서 1시간 늦게 왔더라고요.’ 다 일일이 사사건건 뭐 1시간에 두세 번씩 전화통화를 하다가 그 손을, 손을 놓고 싶어도 놓지를 못했어. 이 사람 뒤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그런 것 때문에, 그러다가 결국에 이번에는 큰 문제가 터졌잖아”라고 말하며 청와대 비서진 임명에도 최씨가 개입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퇴임 뒤 최씨와 함께 살 거처를 논의하는 발언도 있다.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이 “아방궁이 될 텐데”라고 하자,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는 “그러니까 용, 원래는 VIP, 최”, “한 십여 채 지어가지고 맨 앞, 끝에 큰 거는 VIP”, “맨 끝에 가 VIP가 살고”라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청와대가 두 재단 설립과 운영에 개입한 사실도 나온다. 에스케이의 재단 출연금을 받는 과정에서 박헌영 케이스포츠재단 과장은 “처음에 그게 이제 정부에서 협의가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정부 말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건 자발적인 건 아니지만, 명분상으로는 기업이 국민과 지금 한국 사는 국민들을 위해서 기업이 이익에만 몰두한 게 아니라 자기 돈을 이익을 냈던 걸 다시 환원시켜가지고 자발적으로, 정부에서 밀은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300억씩, 300억씩 내갖고 했다. 이게 현 정부의 업적이 되는 거다.’ 이렇게 지금 저는 잡은 거, 프레임을 잡아서 한 거로 알고 있거든요”, “회장님이 좀 더 디테일하게 얘기를 해주면 참 좋겠는데”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또 ‘내일 2시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최순실을 만나기로 했다’며 “태권도 애들 뭐, 그거 시범단, 그거. VIP한테 재가를 받아야 된다고 해서”라고 말했다.

최씨의 인사개입 등 국정농단을 뒷받침하는 대화도 있다.

최씨에게서 국세청장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김수현 전 대표에게 “지금 이제 중요한 것 또 하나 오더가 있는데,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데”라고 말했다. 류상영 부장도 최씨가 한 인사개입을 열거하며 “아무튼 그 사람이 진짜 국세청장으로 가면 말도 안 되는 인사지만 우리가 한 게 맞는 거고, 아니면 진짜 그렇게 보내고 국세랑 관세를 아우르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으로. 근데 또 이 한편으로는 무슨 생각이 드냐면 이번 정부에서는 다 가능한 일이야. 박근혜 정부에서는”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의 “소장님한테 얘기해서 위에서 찍는 프로세스가 있잖아요”라는 발언도 녹취록에 담겨있었다.

두 재단 설립·운영 과정의 문제가 제기되자 대책을 논의하는 대화도 있다. 고 전 이사는 “결국 책임은 누가 져? 대통령이 지지 않아. 소장을 지키기 위해 이 정책수석이 책임을 지고, 책임지고 날아가는 걸로 끝날거야. 내가 생각했을 땐. 어쨌든 소장을 지킬거니까”라며 박 대통령이 최씨를 보호하려 할 거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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