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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이 법원의 삼성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말한 이유

  • 허완
  • 입력 2017.01.19 14:21
  • 수정 2017.01.20 05:10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19일, 야권 대선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법원을 강하게 성토했다.

문재인 : "뜻밖이다. 매우 유감스럽다."

이재명 : "법이 정의를 외면하고 또 다시 재벌 권력의 힘 앞에 굴복한 것입니다."

안철수 :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다면, 정의는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 것입니까."

박원순 : "부패에 관대한 나라의 경제가 잘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딱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다.

안 지사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을 직접 한 번 들어보자.

질문 : (...) 오늘 새벽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안희정 : 네, 지금 현재 국민들의 법 감정으로 봤을 때에는 구속영장의 기각과 인용이 정당했느냐? 또 그것이 정의로운가에 대해서 국민들은 정서적으로 많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서 우리가 늘 존중하는 입장을 갖는 것이 법치의 엄격성과 법치의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달리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질문 : 그러니까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안희정 :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존중이라는 표현보다는, 지금 그것에 대해서 사법부, 또 특검이 좀 더 소명을 하거나, 또는 소명이 부족해서 영장이 기각되었다고 판단한다면 특검이 또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겠습니까?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1월19일)

그는 앞서 "삼성그룹이 최순실 딸(정유라)에게 말을 사준 것은 공짜가 아니다. '돈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포섭"이라며 "우선 개혁해야 할 대상은 돈의 권력, 언론, 검찰"이라는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다만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안 지사의 이번 발언은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것은 사법적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안 지사가 주요 이슈에서 다른 야권 주자들과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을 보였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례로 그는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 '누구를 구속시켜야 한다는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는 민주국가일 수 없다'는 의견을 트윗에 올렸다.

또 문재인 전 대표의 '4대 재벌 개혁' 구상에 대해서는 "자유시장경제의 공정경쟁이라는 원칙, 약자 보호란 원칙에 따라 기울어진 경제 생태계를 바로 잡자는 것은 (문 전 대표와 내 입장이) 똑같다"면서도 "(개혁 대상을) 4대 재벌이라고 특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거리를 뒀다.

야권의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해서는 "증세 논쟁은 어떤 경우든 징벌적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며 "(법인세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다 똑같다"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 문제에는 "저는 사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국가간의 약속행위의 한 부분으로, 단순하게 뒤집든 말든, 폐기한다 만다는 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드에 찬성하면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해석은 옳지 않다"는 것.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의 군복무 기간 단축 주장에 대해서도 '포퓰리즘의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질문 : 기본소득이나 군복무, 이런 건 일종의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다,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안희정 : 예를 들면 군복무 기간도 우리가 어떠한 안보와 국방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는 각각의 정책은 그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 간의 분열만 낳습니다. 그 논쟁으로는 우리 국방이 튼튼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누구와 싸워야 하고, 어떠한 안보위협이 있고, 그래서 나는 이러한 안보위협에 따라서 어떻게 국방을 튼튼하게 할 것이라는 이 철학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다. 이 가치와 방향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정책은 늘 그런 위험성이 있습니다.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1월19일)

나머지 야권 후보들과 조금씩 다른 안 지사의 이같은 행보는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일보는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 목소리를 내며 원칙에 기초한 실용주의자의 면모가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라고 전했고, 조선일보는 "안 지사 주변에서는 노무현 정부 당시의 사회적 분열상을 경험하며 소통과 타협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고 분석한다"고 보도했다.

물론 안 지사의 이런 포지셔닝이 기존 야권 지지층의 거부감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자신의 사드 배치 '소신 발언'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안희정 사드 찬성’이라고 하면서 진보 진영은 서운하다 그러고 반대 진영은 기특하다 그럽니다.

5,000만 국민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진영을 떠나 합리주의적 생각을 견지해 나가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입장으로 가려 합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 정말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이 어떤 입장에 가담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진정한 정치 지도자는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용기있게 걸어가야 합니다.

저는 지금 가장 용기있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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