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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가 어머니와 의절한 사연

훌륭한 연주가들에게는 다양한 종류의 부모가 있다. 친구처럼 의지할 수 있는 부모도 있고, 좋은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부모도 있다. 그 중 부모가 어마어마한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경우도 있다. 혹독한 부모 밑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연주자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부모가 지나치게 억압하면 아무리 좋은 뜻이었다 하더라도 자녀와 감정적으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바네사 메이와 데이비드 헬프갓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얻어보자.

1. 바네사 메이는 훈련된 천재였다.

“바네사 메이는 열 살에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을 했고, 열세 살에 베토벤과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모두 녹음한 최연소 연주자로 세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찌감치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자란 그녀는 과연 어떻게 바이올린을 배웠을까요? 중국계 어머니와 태국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만 세 살부터 피아노를, 만 다섯 살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조금 이른 감은 있어도 한국의 보통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에 악기를 시작한 셈입니다. ….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바네사 메이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는 화가 나면 내 팔과 얼굴을 때렸어요. 나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이마를 찧는 중국식 절을 하면서 반성해야 했죠. 어린 나이에 많은 관중 앞에 섰지만 침대 정돈, 아침 식사 준비, 혼자 길을 걷는 법 등을 배우지 못했어요. 어머니가 바이올린을 위해 승마와 스키 같은 취미활동과 친구를 포기하라고 강요했거든요.” (책 ‘악기보다 음악’, 김연수 저)

파격적인 의상, 역동적인 연주, 장르를 뛰어넘는 편곡 등 바네사 메이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 뒤에 그녀의 어머니와의 수많은 갈등이 있었다.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어머니는 그녀를 조련했다. 어머니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맛보았지만, 바네사 메이에게는 큰 상처였다. 혹독한 훈련을 통한 성취는 결국 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2. 바네사 메이는 어머니와 의절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겉으로 보기에는 딸을 성공적으로 키웠는지 모르지만 딸과의 관계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바네사 메이는 스물한 살 생일을 하루 앞두고 어머니가 더는 매니저 역할을 하지 못하게 했으며, 어머니와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그 후 바네사 메이는 알파인 스키선수가 되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 그녀는 남자친구와 15년 넘게 연인으로만 지내고 있습니다. 자신 역시 아이에게 완벽을 강요하는 엄마가 될까 봐 아이를 갖지 않는다고 합니다.” (책 ‘악기보다 음악’, 김연수 저)

세계적인 연주자였던 바네사 메이는 태국 국가대표 스키선수가 되었다.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뒤늦게라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머니 덕분에 세계적인 연주자가 되었지만, 혹사에 가까운 어머니의 지도 방법은 바네사 메이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큰 상처는 결국 두 모녀 사이를 갈라 놓는다. 모르는 전화번호를 통해 어머니에게 안부문자가 와도, 딸은 그에 답을 하지 않는 지경까지 왔다.

3. 데이비드 헬프갓을 통해 아버지는 대신 꿈을 이루려 했다.

“아버지 피터는 폴란드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한 이민자입니다. 그는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합니다. 아들을 통해 꿈을 이루겠다는 집착 때문에 그는 고작 네 살의 어린 데이비드에게 강압적이고 엄격하게 피아노를 가르칩니다. 데이비드의 불안증,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향은 그런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2004년 일본 NHK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아버지는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나를 사랑하셨죠. ‘나처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또 없을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저주 같았죠. 아버지는 한때 내게는 수갑 족쇄였습니다.” (책 ‘악기보다 음악’, 김연수 저)

1996년 개봉한 영화 ‘샤인’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은 엄격한 아버지를 뒀다. 자신의 꿈을 아들이 대신 이뤄주길 바라며, 강압적인 교육 방법을 썼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아들은 평생 괴로워했고, 아버지를 멀리했다. 결국 아버지는 더 이상 자신을 따르지 않는 아들을 보며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데이비드 헬프갓의 아버지는 자기 아버지의 반대로 음악가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오히려 자신은 아들에 대한 집착으로 부자 관계를 틀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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