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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일가의 재산 환수는 헌법적 요청

헌법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헌법 제13조 제2항) 재산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최씨 일가가 과거 40여 년에 걸쳐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하려면 소급입법을 제정해야 하는데 바로 이 헌법조항에 때문에 위헌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을 금지하는 헌법적 원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므로 이 원칙보다 더 중요한 공적 가치나 이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재산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은 허용될 수 있다.

  • 이준일
  • 입력 2016.12.26 05:28
  • 수정 2017.12.27 14:12
ⓒ뉴스1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최측근인 최순실 일가가 유럽으로 빼돌린 재산이 10조 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일정한 직업도 없는 그녀가 이런 엄청난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경위가 의심스럽다. 특히 그녀의 부친이 40여 년 전부터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당시 영애였던 대통령과 함께 전국적인 조직을 이끌면서 재벌로부터 상당한 기부금을 출연받아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 사후 그가 보관하던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마저 최씨 일가가 관리했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국가권력을 이용한 부정축재는 한국 역사에서 자주 등장했고, 4.19혁명, 5.16군사쿠데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격변의 시기에는 늘 부정축재자의 재산을 환수하는 특별법이 제정되곤 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헌법 제13조 제2항) 재산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최씨 일가가 과거 40여 년에 걸쳐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하려면 소급입법을 제정해야 하는데 바로 이 헌법조항에 때문에 위헌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을 금지하는 헌법적 원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므로 이 원칙보다 더 중요한 공적 가치나 이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재산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은 허용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특별법이 상당수 존재한다. 예컨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 협력하고 우리 민족을 탄압한 반민족행위자가 그 당시 친일반민족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킴으로써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귀속법)과 특정한 공무원범죄를 범한 사람이 그 범죄행위를 통하여 취득한 불법수익 등을 철저히 추적ㆍ환수하기 위하여 제정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일명 '전두환 추징법')이 그러한 성격의 법률이다.

헌법재판소는 친일재산귀속법이 소급입법을 금지하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친일재산의 취득 경위에 내포된 민족배반적 성격,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선언한 헌법 전문 등에 비추어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으로서는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친일재산 환수 문제는 그 시대적 배경에 비추어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공동체적 과업이므로" 소급입법금지조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아직 확정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최씨 일가의 재산축적도 권력을 이용하여 재벌들로부터 사실상 강요에 의했다거나 뇌물로 받았다는 범죄혐의가 확정되면 그 반민주적이고 반법치주의적 성격을 고려할 때 최씨 일가는 언젠가 진실이 밝혀져 부정축적된 재산이 소급적으로 박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정경유착을 통한 부정축재라는 오래된 적폐(積弊)를 척결하고자 하는 현재의 시대적 배경에 비추어 최씨 일가의 재산환수는 다시는 반복되기 힘든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공동체적 과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헌법은 전문에서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겠다는 정신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신을 고려할 때 40년 넘은 적폐를 청산하는 것은 헌법적 요청이다. 물론 헌법적 요청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원칙적으로 소급적 입법은 금지되지만 최순실 일가의 권력 사유화로 유린된 헌법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중대한 공익적 가치에 비추어 최씨 일가가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의 국고환수를 위한 소급입법의 예외적 허용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최종결정을 기다라고 있는 대통령을 탄핵심판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하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면서 축적한 재산을 반드시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정의의 요청 앞에서 소급입법금지라는 형식적 원칙은 잠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헌법질서의 회복은 헌법질서를 짓밟은 자들을 처벌함으로써 법적 책임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헌법질서를 침해하는 불법을 통해 형성된 재산을 환수함으로써 다시는 헌법질서의 유린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만 가능해진다.

현재 국회에서도 최씨 일가의 부정축적 재산을 환수하려는 여러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는 국정조사나 특검수사를 통해 진실을 낱낱이 밝혀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정농단을 주도한 비선실세들이 그동안 불법적으로 획득한 재산을 샅샅이 추적하여 국고로 환수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특검의 수사가 남아 있지만 특검의 기소로 최씨의 불법행위가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면 국회는 주저하지 말고 헌법의 기본가치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최씨 일가의 부정축재를 환수하는 법률(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에 적시되어 있듯이 최씨는 대통령과 공모하여 헌법질서를 유린하였기 때문에 헌법질서의 회복을 위해서 최씨 일가의 재산 환수를 위한 법률의 제정은 현재 정치권에서 다분히 정략적 의도로 추구되고 있는 개헌보다 시급한 과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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