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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서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 찬성 종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 원성윤
  • 입력 2016.11.17 05:03
  • 수정 2016.11.17 05:10
People are silhouetted as they pose with mobile devices in front of a screen projected with a Samsung logo, in this picture illustration taken in Zenica October 29, 2014.     REUTERS/Dado Ruvic/Illustration/File Photo
People are silhouetted as they pose with mobile devices in front of a screen projected with a Samsung logo, in this picture illustration taken in Zenica October 29, 2014. REUTERS/Dado Ruvic/Illustration/File Photo ⓒDado Ruvic / Reuters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장관한테 찬성을 종용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그룹이 미르재단 등 최순실씨 쪽에 239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지난해 삼성의 최대 현안을 둘러싼 청와대의 압박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 수사에서 핵심 고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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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한 위원은 15일 <한겨레>와 만나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한테서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또 지인을 통해 ‘청와대의 뜻이다. 찬성을 표시해달라’는 전화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인은 ‘합병이 부결되면 삼성그룹의 승계가 암초에 부딪히고 우리 경제에 중요한 기업에 충격이 올 수 있다. 국가 경제 혼란이 올 수 있으니까 찬성하는 게 옳다’고 청와대의 뜻을 전달했다. 며칠 뒤 또 전화가 와 청와대 뜻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를 곧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으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1 대 0.35 비율로 이뤄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 지분(42.19%)이 많은 제일모직 쪽에 유리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합병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으로, 이 부회장 일가가 많은 지분을 보유해야 안정적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기에 삼성에 아주 중요한 사안이었다. 이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에 적극 반대하면서 벽을 만났지만, 삼성물산은 같은해 7월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출석 주식의 3분의 2(66.7%)보다 불과 2.8%포인트 많은 69.5%의 찬성을 얻는 데는 국민연금(지분율 11.02%)의 찬성이 결정적이었다.

국민연금은 당시 의결권 자문업체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찬성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민감한 사안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겨 찬반 여부를 결정해온 것과는 달리 투자위원회 차원에서 결정하는 데 그쳤다. 이 전문위원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안건을 (우리한테) 보내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반발해 전문위원직을 그만둔 강정민 전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전문위원회에 맡겼다면 반대가 우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의 회원들이 지난해 7월7일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 강남사옥 앞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은 자체적 로비에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문위원은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찾아와 합병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도 “지인들이 수차례 전화해 ‘찬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의 부탁으로 전화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태도를 둘러싼 의혹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다시 불거졌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국민연금이 불공정한 비율로 이뤄진 합병에 찬성해 6천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며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최씨가 사실상 설계한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거액을 출연한 것에 이어 최씨 개인회사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삼성과 최씨 쪽의 ‘커넥션’이 주목받는 것이다.

합병안 가결 일주일 뒤에 이재용 부회장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독대했고, 다음달에는 삼성전자가 최씨 회사인 독일 비덱스포츠에 송금을 시작했다. 검찰은 당시 박 대통령을 독대한 재벌 총수 7명이 ‘민원’을 제출한 대가로 미르재단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섰을 가능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이 돼 최씨 딸 정유라씨 지원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해당 전문위원은 “최근 사안(최순실 게이트)을 보면 돈을 받았으니까 정부가 그렇게 움직였을 것이라는 의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청와대 등의 움직임이 최씨 쪽에 대한 삼성의 지원 대가라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박 대통령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대가성이 인정되면 박 대통령은 뇌물 혐의 적용을 피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최순실씨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검찰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 전문위원과) 의견을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돈을 보낸 것은 뭘 바라고 한 게 아니라 최씨 쪽 인사의 협박으로 뜯긴 것”이라며 “미르재단 등에 출연한 것도 관행적으로 해온 준조세 성격의 지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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