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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3명의 페미니스트

지난 5월 강남역 살인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 동안 수 많은 ‘묻지마 범죄’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높은 비율로 피해자가 되었다. 여성이 저항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쉽게 피해대상이 되는가 하면, 평소 여성에 대한 혐오감이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은 그 동안 불합리함을 경험한 여성들이 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물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에 비해 여권은 분명히 신장되었다. 여성들은 참정권을 가지게 되었고, 교육권을 보장받아 남성보다 높은 대학 진학률을 기록했고, 거의 모든 직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평등해 진 것인가? 아래에서 소개하는 3명의 페미니스트는 아직까지 여성에게 부과되는 수많은 불평등을 이야기하며, ‘진화된 성차별’에 맞설 ‘새로운 페미니즘’을 주장한다.

1. 여권의 신장으로 이제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시대가 되었다?

"“몇 살이야?”

“열 여섯 살이에요.”

“가슴은?”

“커요.”

“음, 괜찮은 것 같은데? 한번 출연시켜 보자고.”

출연이 결정되었다.

남자는 얼굴과 나이와 물건 크기로 일을 따내는 게 아니니깐 능력을 갈고 닦는다. 여자는 얼굴과 나이와 가슴 크기로 일을 따내기 때문에 화장에 공을 들이고, 나이 들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브래지어에 패드를 넣는다.“(책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하루카 요코 저)

페미니즘을 처음 배워가는 과정을 담은 책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에서는 나이와 외모로 여성의 가치가 평가되는 실태를 비판한다. 필연적으로 아름다움을 상품화하는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은 외모에 대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여자는 25살이면 꺾인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는 남학우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여직원’은 웃고 다녀야 사무실이 밝아진다고 생각하는 부장님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뚱뚱하고 못생긴 남성은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여성은 실력에도 불구하고 외모를 가꾸지 않는다면 성공하기가 훨씬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남성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아름다움과 여성다움의 가치로 여성을 평가 받도록 만들고 있는 한 평등한 사회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남자들과 똑같이 노력하면 ‘여자답지 않기’ 때문에 ‘열등’하고, 여자들과 얌전히 행동하면 ‘ 어짜피 어쩔 수 없는 여자’이기 떄문에 ‘열등’하다. 결국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든 ‘여자의 열등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 페미니즘 비평 -" (책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하루카 요코 저)

2 요즘 세상 참 좋아졌지, 문제가 있으면 평화롭게 해결하면 되지?

여성을 위해 출산, 육아 휴가가 주어지고, 여성전용 주차장이 생기고, 여성전용 휴게실이 생기는 요즘 시대에 무슨 페미니즘이냐고? 문제가 있다면 잘 얘기해서 설득하고 평화롭게 해결하면 되지 왜 싸움을 만드냐고?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의 저자 이민경은 기득권들의 지나치게 느긋한 평화주의에 일침을 던진다. 저자는 남성들에게는 여성들이 차별 받고 있지 않다고 주장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피해를 경험하는 것은 여성이고 남성은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판단하고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성차별적 공격과 질문에 대답해야 할, 그리고 이해시켜야 할 의무가 없다. 왜 여성들은 피해를 입었을 때까지도,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응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여성으로서 무분별한 성적 차별 발언과 성폭력, 부당한 처사에 노출 되어보지 못했다면, ‘평화롭게’ 해결하자는 주장은 허울 좋은 말장난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 사람들, 말을 참 점잖고 멋지게 합니다. ‘관용과 사랑을 베풀어서 우리 모두 더 나은 사회를 이룩해야 한다’, ‘이렇게 갈등을 일으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중략)… 비슷한 예는 더 있습니다. 학교폭력 당사자에게 아무리 그래도 친구인데 친하게 지내는 게 좋지,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학생이 무급 인턴으로라도 이력서를 한 줄 채워보겠다는데 굳이 거기에다 한마디 하기를, 그래도 다 네 실력을 쌓는 거고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니 좋지, 가사 분담에 무책임했으면서 내 덕에 요리실력이 늘게 된 거니깐 고맙게 생각해 …(중략)… 그러나 누군가가 ‘좋게 넘어가자’며 분노하는 이들을 온화하게 타이를 수 있는 것은 그가 분노할 필요가 없는 기득권이기 때문일 뿐입니다.“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이민경 저)

3 요즘은 여자들이 더 힘이 센 시대라고? 멋진 여성 CEO, 의사, 변호사도 많은데 왜 너만 난리냐고?

미국 코메디 프로그램 ‘더맨쇼’는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트램폴린을 뛰는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잡으면서, 여성들은 강한 성적 매력을 가진 존재로, 남성들은 여성의 가슴에 현혹되는 어리석은 존재로 그려낸다.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 낼 뿐 더러, 금발머리에 완벽한 몸매까지 가지고 있는 여주인공은 남자 부하직원에게 속 시원한 호통을 친다. 이를 보며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미디어 속 ‘멋진(?) 여성’들의 존재를 통해 우리는 마치 세상이 평등해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미디어 평론가 수전 J.더글라스는 ‘진화된 성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여전히 우리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950~60년대의 미디어에서는 여성을 어머니이자 아내로서의 주부 모습만을 그렸다. 실제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시작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의 뒤쳐진 여성 역할 묘사로 인해 양성평등이 저해되었던 시기였다. 그렇다면 멋진 여성 영웅이 세상을 구하고, 전문직 여성들이 남성 못지 않게 활약하는 현재는 대중매체를 통해 평등이 실현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미디어에서 보여진 ‘성공한 멋진 여성’의 존재는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불평등을 묵인하게끔 하고, ‘유능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는 독약이 되어버렸다.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만, ‘섹시하면서도 헤프지 않게 아름다운’, ‘똑똑하지만, 남자를 이겨 먹지 않는’ 여성상을 세뇌시키면서 강화된 차별을 고착화 시키고 있다.

“우리 시대의 미디어는 여성이 힘을 갖게 되었으며,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능력 있는 주체라고 말한다. 동시에 여성은 마르고 ‘여자다워야’하며, 여성이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결실은 멋진 남자라고 말한다 …(중략)… 이 시대의 진화된 성차별주의는 강요된 여성상에 근거해 가혹하고 모순된 잣대를 들이대지만, 여성들에게는 이제 힘이 있으니 더 이상 페미니즘은 필요치 않다고 말한다. 이런 대중문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여성들은 유능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주술에 걸려 있다.“(책 ‘배드 걸 굿걸’, 수전 J.더글라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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