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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의 바람직한 후보와 정당의 요건들

지금껏 역대 선거에서 겉으로 보기에 그럴 듯한 정책안과 미래비전을 내세우지 않은 후보나 정당은 없었다. 하지만 한두 번의 예외가 있긴 했지만 번번이 립 서비스로 끝났다. 후보와 정당의 진정한 목소리가 아니라 빌려온 것이었고, 당선 이후 오리발을 내밀었다. 진보당에서 한겨레당, 민중당, 국민승리21로 이어지는 범진보 혁신정당에서 애써 기획하고 정리한 내용을 베껴서 변조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까운 예로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의 담론이 그렇다.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 국민의제
  • 입력 2016.10.17 10:37
  • 수정 2017.10.18 14:12
ⓒ한겨레

글 | 유초하(충북대학교 명예교수)

정권의 부패·부정과 정당들 안팎의 진흙탕 싸움으로 유권자 대중의 혐오와 정치적 무관심이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정치에 대한 대한민국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의지는 결코 낮지 않다. 친지들과의 대화나 온라인 토론마당에서는 여전히, 너나없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한다. 티비에 나오는 이른바 정치평론 전문가들에 못지않은 식견들을 과시한다. 누구 말대로 민주주의의 최루 보루가 깨어있는 시민들과 조직된 힘이라고 할 때,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위한 희망은 죽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의식은 깨어 있으나 힘을 조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희망은 반쯤 살아있는 셈이다. 내년 대통령선거가 흥행하기 어렵게 된 최근 정황에서 이 반 토막 희망을 온 토막으로 살려내는 일이 시민정치의 긴절한 과제가 되어 있다. 이제 한두 달 후가 되면 본선에 진출하기 위한 경선을 맞는 대선캠프가 열 곳 넘게 차려질 것이다. 과연 누가, 어떤 집단이 제대로 진출하고 대통령에 당선해야 할까? 아니다. 누구를 진출하도록 만들어서 당선되도록 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범진보 민주진영 대표주자로 본선에 진출할 후보를 세우는 과정과 방식이 현재의 유력정당들 내부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데 있다. 민주당의 경우 새 지도부가 철저한 준비와 공정한 관리를 통해 당내경선부터 국민적 관심과 흥미를 끌어들이는 정치행사를 만들어내겠다고 호언했지만, 그걸 전적으로 신뢰하기란 어렵다. 믿는다고 하더라도, 신명 넘치고 감동을 일으키고 그래서 민주정권 회복으로까지 가는 정치 페스티벌을 이루기는 데에는 당대표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들의 힘이 최대한 모여들어야 한다. 작은 예로서, 현재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문재인을 만들어낸 주요 원천이 있었다. 안철수의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권리당원으로 새롭게 합류한 얼추 10만명의 인터넷 호위대가 그것이다. 시민적 참여가 최대화하도록 당 지도부의 성의 있는 노력과 깨어있는 정신들의 왕성한 참여가 만날 수 있어야 한다.

19대 대선에서 성공할 민주후보는,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 유권자 대중이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마음에 품고 있는 중요한 경향성을 수용할 수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1947년 제주도민 학살 이래 외세의존 사이비 독립운동파와 군부-신군부 독재자들을 보아온 시민들은 그 정치적 트라우마로 생긴 공포를 잊지 못한다. 1980년 '서울의 봄'이 노태우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지고 김대중-백기완-권영길이 여러 번 쓴 잔을 마시거나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만 데에는 이런 심리기제가 작용했다. 유권자들의 심리와 정치행태는 1980년대 이후 약간의 발전을 거쳐 정착된 듯하다. 호남지역 시민들이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범진보 지향 민주시민들의 암묵적이되 합의된 의지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된다. 당면과제들에 대한 민주지향 정책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믿어지는) 정당과 인물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요컨대, 극우세력의 준동이나 거대 경제권력의 스트라이크가 발생할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려 하는 경향을 지닌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인물과 집단이라야 불안감을 동반하지 않는 지지를 받기가 쉽다.

현실의 과제들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대한 정책대안들을 온당하게 제시하며,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비전을 유권자의 가슴에 와 닿는 울림 있는 목소리로 펼쳐낼 수 있는 인물과 집단이 나와 우뚝 서야 한다. 부패 척결, 양극화 해소, 복지 확대, 인간평등과 자연존중 지향, 독선-불통 지양, 민족과제 해결의지, 역사정통성 회복, 문화정체성 확립의 여러 과업들에 대해 정부-여당이 나서서 선도하거나 시민적 활동을 성실히 보장하는 권력집단이 되어야 한다. 지금껏 역대 선거에서 겉으로 보기에 그럴 듯한 정책안과 미래비전을 내세우지 않은 후보나 정당은 없었다. 하지만 한두 번의 예외가 있긴 했지만 번번이 립 서비스로 끝났다. 후보와 정당의 진정한 목소리가 아니라 빌려온 것이었고, 당선 이후 오리발을 내밀었다. 진보당에서 한겨레당, 민중당, 국민승리21로 이어지는 범진보 혁신정당에서 애써 기획하고 정리한 내용을 베껴서 변조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까운 예로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의 담론이 그렇다.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당선 직후부터 "선거과정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말하는 거지" 하며 공약을 파기하고 거꾸로 가는 대통령과 정당이 있었고, 그 계승집단이 이름만 바꾼 채 지금도 집권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 내세워 당선시켜야 할 후보가 어느 집단의 누구인지를 현재의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은 적절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이 직접 나서서 가장 바람직한 대통령 깜을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미 알려진 열 명 남짓한 인물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들 가운데 그래도, 지금까지 말한 요건에 가장 가까운 인물과 집단이 떠오를 것이다. 또 떠오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뱀발(蛇足) 같지만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덧붙여야 한다. 전자과학-전산기술의 첨단성과물을 악용하는 비열한 결과처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선거 후 발표된 수치가 선거 몇 달 전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임기가 1년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도 퍼져간다. 범진보 민주 지민-정당이 애써 이겨놓은 당선의 결과를 허무하게 도적맞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글 | 유초하

유초하는 1948년에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문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2년부터 충북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명예교수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과 한국사상사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작년부터는 파주에 작업장을 마련하여 <한국사상사산책>을 저술 중이며, 마로니에방송에서 대중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그 배경신념을 요약하면 이렇다. "미래를 개척하는 힘은 현재의 자신감에 있고, 그 자신감은 역사와 문화에 바탕한 긍지와 자부심에 있다."

<알 림> 국민의제 제 11차 공개 민회

국민의제 11차 민회는 문진영교수(서강대 사회복지학과)의 "사회복지 정책의 평가와 전망(가제)"를 주제로 한 발표와 이어지는 대담토론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일시 : 2016.10.20(목) 19:00 - 21:00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5길 29 태화빌딩 지하1층 회의실(종각역 3번 출구)

◈ 대상 : 누구나

◈ 참가비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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