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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농민 백남기씨 사망진단서를 다시 논의한다

  • 허완
  • 입력 2016.10.03 06:34

서울대병원이 논란이 일고 있는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에 대해 공식 위원회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 쪽의 의혹 제기에 이어 서울대 의대 학생들과 졸업한 현직 의사들까지 사망진단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병원 차원에서 주치의가 발급한 사망진단서를 논의하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로, 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2일 서울대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병원 쪽은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기관윤리심사위원회를 이용하거나, 다른 객관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백씨의 사망진단서를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애초 14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망진단서와 관련해 병원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그 자리에서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지만 의대생과 학교를 졸업한 동문 의사들까지 나선 마당이라 당장 이번주에 객관적인 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병원장까지 관여됐다는 의혹이 나온 만큼 집행부가 끼지 않는 위원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30일 병원의 기관윤리심사위원회에서 논의하려 했지만 신경외과 쪽에서 일정이 맞지 않아 이번주 초로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망진단서를 두고 병원의 공식 위원회 등에서 논의가 되는 것은 전례를 찾기 거의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기관윤리심사위는 주로 병원에서 하는 임상시험 등이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심사하지만 병원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 의료윤리를 어겼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물대포를 맞은 뒤 아스팔트에 머리를 부딪혀 뇌출혈이 생긴 백씨가 지난달 25일 숨진 뒤, 서울대병원 주치의(신경외과 전공의)는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나 ‘기타 불상’이 아닌 ‘병사’로 적고, 뇌출혈의 하나인 ‘경막하출혈’이 원인이 돼 최종 ‘심폐정지’로 사망했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등이 제시하는 작성 원칙에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지난 30일과 1일에는 서울대 의대생 102명의대 동문 365명이 각각 실명으로 성명을 발표해 이번 사망진단서에 대해 서울대병원 쪽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 출신으로 지난 5월 서울대병원장에 임명된 서창석 원장 등을 백씨의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의료계에선 사망 원인을 ‘심폐정지’로 적은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망 종류를 ‘병사’로 적은 데 대해선 위원회가 열리면 찬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넘어지는 등 머리를 부딪혀 외인에 의해 뇌출혈이 생겨 며칠 안에 숨졌다면 누가 봐도 외인사이겠지만, 일단 수술을 해 300일 넘게 생존했다면 병사로 기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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