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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 대선출마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 허완
  • 입력 2016.09.06 08:47
  • 수정 2016.09.06 12:47
ⓒ연합뉴스

이 정도면 못할 말 빼고는 거의 다 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년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며 "어지럽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답"이라고 말했다.

북미를 순방 중인 박 시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한인회관에서 열린 교민·유학생 간담회에서 내년 대선 출마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시대를 교체하고, 미래를 교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한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권교체가 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이 이어지자 "왜 고민이 없겠느냐"면서도 "더 얘기하면 서울에 있는 신문 1면에 톱으로 나올 수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박 시장은 뉴욕 특파원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

2018년 6월까지인 서울시장 임기를 채울 생각이냐는 질문에도 명쾌하게 선을 긋지 않았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의 직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출마를 위해서는) 개인의 결단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시대의 요구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서울시민들이 임기를 마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면서도 "그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대선 출마 결정은) 그것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시장의 임기는 2018년까지이며, 박 시장은 재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겠다"며 다음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의 대선 출마설은 잠잠해진 적이 없고, 그 때마다 그는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2014년에는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서울시장 직무를 맡고 있으면서 마음이 콩밭에 가있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흔들림 없이 서울시장 직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출마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왜 자꾸 질문을 하는지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론 고맙다"며 "서울시장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이날 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국내 정치 현안과 관련된 질문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킨 데 대해 "1%가 사회의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99%는 소외되는 불균형이 낳은 결과"라면서 "한국도 경제성장 동력이 식었고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어 미국에서의 돌풍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내년 대통령선거의 핵심은 경제적 불평등"이라면서 "내년은 분명히 99%의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은 서울시의 청년 수당과 관련해서는 "중앙정부가 다 하려고 하면 안 되고 지방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며 중앙정부를 비판했다.

또 "현재 대한민국 청년의 상황은 준 전시상황"이라면서 "국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서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헌과 관련해서는 분권형으로의 개헌 등이 필요하다면서도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다른 중대 문제가 파묻혀 버리고 당쟁이 격화될 가능성을 우려했으며, 총선 이후 야당에 대해 이전과 별로 차이가 없으며 국민에게 충분한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자 "대권 후보로 이야기되는 사람이라면 기본 저력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칙론적인 답변을 했다.

교민·유학생 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현 정부와 각을 세우며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 긴장으로 인한 손해는 우리가 안게 된다"면서 "안보뿐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위해서도 풀어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상인의 합리성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볼 수 있는 정권이 돼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박을 말하는데, 잘못하면 쪽박을 차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어떤 강대국도 분열돼 힘을 합치지 못하면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며 "사드 배치가 적절했는지 충분히 논의했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은 반세기 만에 세계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지금 거의 벼랑 끝 위기에 몰린 상태라고 진단한 박 시장은 "시장 실패는 정치의 실패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경제성장률이 5%, 노무현 대통령 때는 4.3%였다고 소개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747'(연평균 7% 성장·소득 4만 달러 달성·선진 7개국 진입) 공약을 했는데 아직 소득은 3만 달러가 안 됐고, 성장도 2.9%에 불과하다"고 여권을 비판했다.

한국 교육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혁명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획일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좀 더 자율적으로 학습하게 했다면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1명씩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우선 99대 1의 사회 불평등 사회를 시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재벌이 아니라 중소기업, 자영업, 스타트업 등 기업을 살려야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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