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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연애가 왜 나빠?

커플이 될수록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혼자 조용히 보내거나,사람을 만나거나 무언가를 배우거나,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만약 상대방이 그런 시간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그런 그에게 전적으로 맞춰나간다면,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을 잃는다는 건 곧 매력을 잃는다는 것. 그 순간 연애는 기울기 시작한다.

상대방보다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을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특히 연애에 있어서는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보다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이 '배려'이자 '좋은 여자 친구의 덕목'이라 흔히들 착각한다. 솔직하고 당당한 요구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면서 말이다. 그래봤자 우리만 손해다.

이기적인 것의 반대는 '맞춰주는 것'이 아니야~

이왕이면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은 건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다. 좋은 사람, 싫은 사람을 가르는 문제가 호감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평가의 주체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대체로 그 '좋은 사람'의 반대편엔 '이기적인 사람'이 있다. "넌 애가 왜 그리 이기적이야?"라는 문장이 우리가 연인에게 날릴 수 있는 가장 심한 욕 중 하나인 것만 봐도 명확해진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이기적으로 보여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이기적으로 보이는 것'의 기준을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저 명제 하나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는지를 깨닫게 된다.

내 친구 S는 얼마 전 남자 친구에게 차였다. 이유는 자기가 아는 사람과 과거에 사귀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내가 그걸 알고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생각이나 해봤어? 어쩜 내 입장은 하나도 생각 안 하고 그렇게 이기적이야?" 그게 왜 내 잘못이냐고 항변하는 S를 향해 그가 남긴 이 명언은 친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결국 S는 나중에 울며불며 그에게 사과했다.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고, 생각이 짧았다고 말이다.

결혼한 친구 H는 남편으로부터 늘 "자기밖에 모른다"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결혼 전과 다름없이 사람 만나고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걸 좋아한다는 이유에서다. H는 남편에게 혼날(?) 때마다 "미안해... "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곤 한다.

후배 J는 야근과 마감에 시달리느라 남친에게 소홀해질 때면 어김없이 "넌 너만 생각해"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한다. 자기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면서, 웬만하면 좀 더 여유 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단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연봉이 좀 줄어도 덜 빡세고 출퇴근이 여유로운 회사로 옮겨야 할까 봐요." J가 이직을 상담하며 털어놓은 얘기다.

S와 H와 J는 과연 상대방의 말처럼 비난받아 마땅한 이기적인 사람일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남자가 잘못했네~"에 한 표 행사하리라 본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시는 것이, 심지어는 과거에 했던 연애가 왜, 어느 지점에서 이기적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해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연애에 임하는 우리의 모습은 셋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때가 많다. '배려'라는 미명 아래 자의적으로 순종하고 체념하거나 희생까지 자처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상대방이 편안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맞춰주는 것'이 '좋은 여자 친구'의 미덕인 줄 착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여자들이여, 이기적이 되어라

<내가 선택한 남자와 사랑하라>의 저자인 나비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과 '무조건 맞춰주는 것'을 착각하는 태도에 대해 일침을 날린다.

"많은 여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우선 순위를 바꾸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해요. 그게 바로 자신이 상대방에게 받고 싶은 사랑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사랑에 대한 환상 속에서 상대에게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투영하며 맞추고 끌려다니는 것은,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잃게 될 뿐이에요. 삶에는 지배 가치라는 것이 있어요.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것인데 그건 사람마다 다르죠.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배 가치와 대치되는 것을 요구한다거나 자신의 지배 가치를 무시하려든다면, 그때는 과감히 'No'라고 외칠 줄 알아야 합니다."

실례에 대입시켜보면 이런 거다. S는 헤어지는 마당에 "이런 븅×! 찐따 같은 게 가지가지한다. 끌끌"이라고 코웃음을 날려줬어야 맞다. H는 남편에게 사과하는 대신 "나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 때면 너무 행복해. 나의 개인 시간을 존중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당당하게 말했어야 했다. J는 "내가 내 일 열심히 하는 게 어떻게 나만 생각하는 거지? 내가 커리어 관리 잘해서 다 너 먹여 살리려고 그러는 거야"라고 큰소리를 떵떵 쳤어야 했다.

'이기적인 여자'란 말이 품은 온갖 패악적인 뉘앙스에 짐짓 겁먹고는 몸을 사리느라 우리는 때로 당연히 받아야 할 존중과 대우를 스스로 놓쳐버리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 그에 앞서, 이기적이어서 안 될 건 또 뭔가?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싶은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잘났건 못났건 착하건 못됐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여자들의 오랜 숙원은, 결국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강한 긍정과 맞닿아 있기도 한 문제고 말이다. 삶을 함께할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맘껏 표현하지 못하고 산다고 생각해보라. 그 욕구를 숨기고 참아가면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상대방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할까 겁이 난다고? 과연 나의 솔직한 욕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살기 싫었고 그렇게 살아갈 자신도 없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그를 조금 귀찮게 하는 일일지 몰라도, 상대방이 싫어하는 포인트를 자극하는 것일지 몰라도, 내가 꼭 하고 싶은 것과 상대방이 꼭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는? 나는 그를 더 믿게 되었고, 그는 훨씬 세심하게 나를 배려해주고 있으며, 우리의 관계는 한결 더 탄탄해졌다. 이제 나는 목놓아 외치고 싶다. 연애는 최대한 이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소중하니까.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니까. 그와 당신의 사랑이 진실하다면, 이 모든 과정이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절대로 이기적이 되어야 하는 순간 3

<자기 주도적인 연애를 주창하는 나비 작가가 말하는, '너보다 내가 우선이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마땅한 순간!>

내 신체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다

아프거나 피곤할 때 만나자고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정중하게 거절하는 게 맞다. 서운해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정말 미련한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당신을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럴 리도 없거니와, 혹시라도 서운함을 드러낸다면 평생 안 만나도 그만인 남자다.

내 일을 존중하지 않는다

내가 바쁘게 일하고 있을 때 만나자거나 연락해달라고 조른다면, 단호하게 잘라내라. 그런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내 일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내 일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내 삶도 존중할 수 없다.

나만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다

커플이 될수록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혼자 조용히 보내거나,사람을 만나거나 무언가를 배우거나,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만약 상대방이 그런 시간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그런 그에게 전적으로 맞춰나간다면,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을 잃는다는 건 곧 매력을 잃는다는 것. 그 순간 연애는 기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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