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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농장의 모견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 박세회
  • 입력 2016.05.29 12:48
  • 수정 2016.05.29 12:49

전남 화순의 강아지 농장.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하고 환기가 되지 않아 숨쉬기 답답하다. 바닥에는 개의 오물이 수북이 쌓여 있다. 개들은 두어 걸음 떼면 더 갈 곳 없는 비좁은 우리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

‘강아지공장’ 막으려면

▶ 지난 15일 방송된 에스비에스(SBS) <티브이 동물농장> ‘강아지공장’의 실태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출산기계’로 유린당하는 강아지들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보도 이후 동물보호단체가 요구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지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줄곧 동물권 운동을 해온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즉각적인 개입과 더불어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오늘도 전국 곳곳의 번식장에서 어린 강아지들이 울부짖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애견숍이 있었다. 어떤 종의 개들이 진열돼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그 가게 앞을 지나갈 때는 꼬물꼬물 움직이는 예쁜 강아지들을 볼 수 있어 늘 흥분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매장 셔터가 20㎝ 정도 벌어진 틈 사이로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타일 바닥에 흐르는 흥건한 피와 개의 사체들.

예쁜 꼬물이들에 대한 들뜬 감정이 무참하게 짓밟혀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그 어린 날의 경험은 40여년이 흐른 지금 폭력적이고 잔혹한 현실에 대한 저항기제가 되어 돌아왔다.

사육 초점은 오로지 생산성

지난 15일 <티브이 동물농장>이 보여준 전남 화순의 강아지농장 실태에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며 반려동물 번식 및 판매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물자유연대가 동물보호법 개정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닷새 만에 30여만명이 참여했다. 영상 전파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방송된 내용은 그동안 동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내용들이고 동물운동가들로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었다. 방송 전에 피디들이 내용 공개 수위를 놓고 전전긍긍할 때 뭘 그리 걱정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상처가 반복되면 살이 단단해진다는 이야기가 이런 것인가. 하지만 한발 떨어져 있을 때 덤덤한 태도가 나오는 것일 뿐 현장조사차 번식농장 가까이 들어서기 시작하면 심장은 요동을 친다. 분노의 감정과 그곳에 두고 올 모견들을 향한 애절함의 반응이다.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조심스럽게 비닐하우스의 문을 열자 안에서 맹렬한 짖음이 나를 맞는다.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하며 환기가 되지 않아 숨쉬기 답답할 듯한 환경이다. 바닥에는 개의 오물이 수북이 쌓여 있다. 개들이 낯선 사람을 보면 경계를 드러내는 건 당연하다. 감금 상태에서 극도의 무료한 삶을 이어가는 개들에게 낯선 사람은 감정 폭발의 기폭제이고 맹렬한 짖음은 카타르시스다. 두어 걸음 떼면 더 갈 곳 없는 비좁은 우리에서 평생 살아온 개들이니, 이렇게 정의하는 게 무리라 할 것도 없다. 맹렬히 짖고 있지만 그 몸짓은 사람 손에 닿고 싶고 품에 안기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그렇듯 사람과 가까이하고자 하는 욕망을 표출하는 존재이기에 반려동물이 되었건만 반려동물이어서 그런 가혹한 삶에 내몰리다니 이 얼마나 지독한 이율배반인가.

개 번식장 대부분은 한두 명이 200~300여마리를 관리하기 때문에 사육 방식의 초점은 오로지 생산성이다. 배변 치우는 것을 손쉽게 하기 위해 우리 바닥은 구멍이 숭숭 뚫린 철망을 사용한다. 이런 우리를 속칭 뜬장이라고 한다. 어린 강아지는 철망 사이로 네 발이 빠진 채 몸이 걸쳐 있기도 하며 체구가 작은 모견들도 철망 바닥 사이로 발이 빠질 듯한 불안한 상태에서 산다. 비좁은 우리에 갇혀 살면서 바닥을 디디는 발조차 편안하지 않은 것이다.

모견은 오로지 강아지를 찍어내는 기계적 역할만 요구받는다. 발정이 제때 안 오면 발정유도제를 사용해 새끼를 배게 한다. 모견일수록 충분한 영양과 적당한 운동이 보장되어야 건강하게 출산을 한다. 하지만 평생을 뜬장에서 사는 모견에게 적절한 산책을 할 기회는 전혀 없다. 영양은 어떤가. 음식쓰레기로 연명한다. 업자는 마지못해 음식쓰레기에 적절한 양의 사료를 섞기도 한다. 우리가 식당에서 먹던 음식을 남기는 것이 마음 불편한 또 하나의 이유가 거기 있다.

사는 환경이 그러니 몸이 건강할 수 없어 난산을 하는 것이 정상일 정도다. 난산을 하면 번식업자는 산과 수의사로 돌변한다. 이른바 돌팔이다. 번식업자의 제왕절개 수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던 사실인데 이번 화순 번식장 방송을 통해 직접 드러났다. 제왕절개는 그 수술만으로도 전문성이 요구되며 마취는 과하면 죽거나 수술 도중 개가 깨어날 수 있어 수의사의 주의와 전문적 대처가 필요하다. 무자격자가 수술 도중 개가 깨어나면 벌어진 배를 수습하는 손이 빨라질 터이니 어미 개는 더욱 위험해진다. 그 고통은 오로지 어미 개의 몫이고 업자는 새끼만 빼내면 된다. 젖꼭지가 있는 배를 수술했으니 새끼는 대리모가 수유한다. 출산과 수유로 온몸의 진액이 빠져나간다. 내 새끼 먹이는 것도 힘겨운 삶인데 남의 새끼까지 떠맡는다.

전국 경매장 20여곳서 거래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채 무자격자한테 배가 갈린 어미나, 음식쓰레기나 섞어 먹으며 남의 새끼까지 떠맡아야 하는 양어미나 사는 게 지난하긴 마찬가지다. 그렇게 살아온 대가는 자궁계 질환이나 유선 종양, 염증 등의 질환으로 만신창이가 돼 죽거나 개고기, 개소주가 되어 생을 마감하는 것이 다반사다. 한국 사회에서 개 번식 사업은 도태시킬 어미 개의 처분까지 보장되니 밑질 것 하나 없는 사업이 됐다.

이번 방송 이후 익명의 번식업자가 동물자유연대에 전화했다. 자신은 정말 잘하고 있는데 함께 매도되는 상황이 되어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세상에는 나쁜 심성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렇듯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도 그 산업 내에서 자성의 소리와 향후 개선 대책에 대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화순 번식장 업주에게 어쩌다가 그렇게 까발리는 데 이용당했느냐는 원망만 돌아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기 남양주의 번식장들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문 두드리며 주인을 부르는 소리에도 절대 반응하지 않는다. 안 나가면 안 걸린다는 식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법과 규제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동물판매업 등록제와 동물생산업 신고제가 시행된 지 8년째가 되도록 정부는 3천여곳에 달한다는 번식장의 정확한 수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으니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나는지 더욱 알 턱이 없다. 정부에 번식장 전수조사와 불법업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벌금 상향 조정 등을 요구했다. 국민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100만원에 불과한 불법 번식장에 대한 벌금을 현실화하고 무자격 시술을 금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안하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12월 한 일간지에 번식장 문제를 파헤치는 기사가 나온 직후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 12월11일자로 언론에 설명자료를 배포해 번식장 실태 조사를 하고 미신고 업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니 이번 발표도 여론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정부가 번식장 실태조사를 하고 법을 개정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안에 대책은 있어야 한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경매장에 대한 행정지도를 강화하고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더 쉽게 규정을 개정할 근거가 있다.

번식장의 개들이 판매되는 유통 구조는 경매장을 통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경매장은 동물판매업에 속하며 영업자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위반 땐 영업 정지 또는 판매업 등록 취소 등을 가할 수 있다. 따라서 전국에 있는 20여곳의 경매장에 불법업자가 발 들여놓을 수 없도록 하는 행정기관의 감시와 더불어 영업자 준수사항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령으로 개정하면 된다. 또한 현행법에 영업자는 입수, 판매되는 동물에 대해 그 내역을 기록한 거래내역서를 1년 이상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이 내역에 경매 거래를 한 동물생산업자 기록을 의무화하면 불법업자를 발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법업자로부터 나온 강아지들이 합법업자의 이름을 빌려 유통되는 것도 걸러낼 수 있다. 동물 판매업 및 생산업자들은 개체 관리 카드를 비치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어 연간 출생하는 강아지의 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강아지 돌려막기를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익을 좇는 산업의 틀에 갇힌 암컷 동물들이 출산기계로 취급되어온 것이 비단 개, 고양이만은 아니다. 생산의 사명을 강제받은 암퇘지, 암탉의 운명이라고 다를 바는 없다. 그래서 동물단체들은 농장 동물의 복지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이 개, 고양이 번식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 동물들은 인간의 동반자임을 내세워 공급과 소비 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본래적 가치와 충돌하는 행태에 대한 질타는 인간으로서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인간이다.

이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만 있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 국민의 관심과 개선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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