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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연설문 전문+영상)

문재인 대통령 연설부분에서 화면이 흑백으로 전환됐다.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생중계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이번 탄소중립 비전 선언은 일상으로 다가온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도국가로 도약하고자 담대한 비전을 담았다.

 

인류 위협하는 지구온난화...답은 탄소 배출 줄이기 뿐

‘탄소중립’이란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 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산림·습지 등을 통해 흡수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상태를 말한다.

2018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선 지구의 온도 상승을 인류의 생존 한계선인 평균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상태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 전 부분에서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그린딜을 통해 2050년을, 중국은 올해 9월 유엔총회 계기로 오는 2060년을, 일본은 지난 10월 2050년을 탄소중립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으로 우리나라도 이같은 국제사회 노력에 선도적으로 동참하게 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더 늦기 전에 2050'을 주제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탄소저감에 대한 경각심 환기를 위해 흑백영상으로 송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더 늦기 전에 2050'을 주제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탄소저감에 대한 경각심 환기를 위해 흑백영상으로 송출됐다. ⓒ뉴스1

대통령 연설 시작하자 화면 흑백으로 전환

이번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은 인트로 영상, 대통령 연설, 뮤직비디오 순으로 진행됐으며, 곳곳에 기후환경 위기를 암시하는 장치를 심어 눈길을 끌었다.

인트로 영상 속 회중시계와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 탁상시계, 그리고 뮤직비디오 속 오후 9시47분을 가리키는 시계는 모두 지구 환경의 악화 정도를 시간으로 나타내는 ‘환경위기시계’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다. 환경위기시계는 12시에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환경파괴에 의한 지구 종말을 의미한다. 1992년 당시 환경위기시계는 오후 7시49분이었으나 2020년 현재 오후 9시47분을 가리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온라인 생중계 형식의 대통령 탄소중립선언 연설은 흑백영상으로 처리됐다. 흑백영상은 산업화 이전 시절 천연색 자연을 볼 수 있었던 반면 첨단기술이 발전한 지금 오히려 미세먼지로 인한 회색빛 하늘에 갇힌 우리의 현실을 표현했다. 또한 컬러 영상의 4분의1 수준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 화면을 통해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탄소중립 선언 직후에는 1992년 고(故) 신해철 씨가 작사·작곡한 ‘더 늦기 전에’를 편곡한 캠페인 뮤직비디오 영상이 이어졌다. 뮤직비디오에는 가수 하현우와 배우 이기우, CBS소년소녀합창단이 출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더 늦기 전에 2050'을 주제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탄소저감에 대한 경각심 환기를 위해 흑백영상으로 송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더 늦기 전에 2050'을 주제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탄소저감에 대한 경각심 환기를 위해 흑백영상으로 송출됐다. ⓒ뉴스1

대통령 폐플라스틱 활용 ‘친환경 넥타이’ 착용

이날 문 대통령은 점차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더 늦기 전에” 일상에서 모두의 실천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선진국보다 200년 이상 뒤늦은 산업화에 비해 비교적 비슷한 선상에서 출발하게 되는 대한민국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기후위기를 극복하면서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담대한 목표 설정과 이를 위한 능동적인 혁신전략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밝혔다.

탄소중립 선언은 기후위기 극복과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하고 △신유망산업의 육성과 순환경제 활성화 등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며, △변화·혁신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나 지역이 없도록 공정한 전환을 도모하는 한편, △기술개발 R&D 확대·지원, 탄소중립 재정프로그램 구축, 녹색투자 확대를 위한 금융제도 정비, 국제협력 강화 등 정부의 책임과 지원역할을 강화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에서 문 대통령이 착용한 넥타이 역시 특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폐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친환경 원단으로 제작한 짙은 감색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는 2018년 패션 업계에 뛰어든 스타트업 ‘몽세누‘(MONTSENU)’의 제품으로, 이 업체는 생활 쓰레기나 의류 등에서 폐기되는 자원들을 재활용한 원단을 사용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는△9시47분에 멈춰있는 시계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풍경 사진 △내일은 늦으리 음반 △풍력발전기 모형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차 넥쏘 모형 △고출력 양면수광 모듈 실물 등 ‘탄소중립‘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가 숨어 있다.

아래는 연설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 한 해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코로나로 사랑하는 이를 잃어야 했던 모든 분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병마와 싸우고 계신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하며 방역에 함께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내 이웃과 가족을 위해 묵묵히 땀 흘리며 헌신하고 계시는
수많은 생활 속 영웅들께도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국민 여러분,
많은 과학자가 오래전부터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신종감염병이 인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그러나 일상에 바쁜 우리에게 절실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빙하나, 길 잃은 북극곰을 보며 안타까워했지만,
먼 나중의 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에 아주 가까이 와 있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100년 만의 집중호우, 100년 만의 이상고온,
100년 만의 가뭄, 폭염, 태풍, 최악의 미세먼지 등
‘100년 만’이라는 이름이 붙는, 기록적 이상기후가
매년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올해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30대에 접어드는 2050년이면,
한반도의 일상은 지금과 또 달라질 것입니다.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질 것입니다.
폭염과 열대야 같은 극한 기후가 더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병해충 피해가 겹치게 되면,
쌀을 비롯한 곡물 수확량도 크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가축을 키우는 일도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라산의 구상나무, 소백산의 은방울꽃은 사진으로만 남고,
청개구리 울음소리마저 듣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나은 편입니다.
시야를 바깥으로 돌려 보면,
세계적인 이상기후가 세계 도처에서
이미 인류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가장 취약한 지역과 계층, 어려운 이들을 가장 먼저 힘들게 하다가,
끝내는 모든 인류의 삶을 고통스럽게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러나 지금 말씀드린 암담한 미래는,
인류가 변화 없이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어제의 우리가 오늘을 바꿨듯,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일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30년 전부터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계속해왔습니다.
1990년 2.3㎏에 이르던 1인당 하루 생활 쓰레기량은
종량제를 전면 도입한 1995년부터 줄어들어,
지금 1㎏ 내외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재활용률도 크게 증가해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는 쓰레기량도 많이 줄었습니다.
국민들은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품 줄이기, 재활용품 분리배출 같은
일상 속 실천으로
지구를 살리는 일에 이미 동참하고 계십니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과 함께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성과도 많았습니다.
산업발전과 함께 지속적인 증가추세였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고,
올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발전소 열 기를 조기 폐지하는 등
석탄발전을 과감히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했으며,
노후 경유차의 공해저감과 친환경차 보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기업들도 탈탄소 대표산업인
태양광, 전기차, 수소차 분야에 적극 투자하여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장치 분야에서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심각한 것은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IPCC 48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 등으로
수많은 인류의 삶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위기는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각 나라가 앞다투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인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한편,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미 EU를 시작으로 주요국들은
탄소 국경세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기업 위주로 거래와 투자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국제 경제 규제와 무역 환경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하여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그러나 전쟁의 폐허를 딛고,
농업 기반 사회에서 출발해
경공업, 중화학 공업, ICT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발전하며 경제성장을 일궈온 우리 국민의 저력이라면
못해낼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배터리, 수소 등 우수한 저탄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디지털 기술과 혁신역량에서 앞서가고 있습니다.
200년이나 늦게 시작한 산업화에 비하면,
비교적 동등한 선상에서 출발하는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난 7월 발표한 ‘그린 뉴딜’은
‘2050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담대한 첫걸음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2050년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마련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삼아
능동적으로 혁신하며,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하고 넉넉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첫째,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주공급원을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IT 등 3대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둘째,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습니다.

저탄소 신산업 유망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겠습니다.
원료와 제품 그리고 폐기물의 재사용·재활용을 확대하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순환경제를 활성화하겠습니다.

셋째, 소외되는 계층이나 지역이 없도록 공정한 전환을 도모하겠습니다.

지역별 맞춤형 전략과 지역 주도 녹색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주민의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할 것입니다.
정부의 책임이 무겁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기틀을 세울 수 있도록,
말씀드린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겠습니다.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술 발전으로 에너지 전환의 비용을 낮춰야 합니다.
우리의 핵심기술이 세계를 선도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한 뒷받침이 되겠습니다.
‘탄소중립 친화적 재정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그린 뉴딜에 국민들의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녹색 금융과 펀드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겠습니다.

내년 5월 우리는 ‘제2차 P4G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합니다.
국제사회와 함께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겠습니다.
임기 내에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려우면 다른 나라들도 어렵고,
다른 나라가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며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K-방역’은 세계의 표준이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2050 탄소중립 비전’ 역시
국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실천과 함께하면서
또다시 세계의 모범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의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살리고 나와 이웃, 우리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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