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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로 퍼지는 SPC 불매 운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노동자와의 연대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눈물로 반죽한 SPC 빵, 먹지 않겠다"

7일 이은세(20)씨가 서울대 기숙사 삼거리 게시판에 붙인 ‘SPC 불매’ 관련 대자보.
7일 이은세(20)씨가 서울대 기숙사 삼거리 게시판에 붙인 ‘SPC 불매’ 관련 대자보. ⓒ한겨레/ 이은세씨 제공

 

“2030 청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이야기는 ‘또 다른 나’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또 다른 나’의 눈물을 먹지 않겠습니다. 에스피씨(SPC)그룹 불매에 더 많은 분이 함께해주시기를, 더 많은 연대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7일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소속 이은세(20·서울대 인문대학 재학)씨가 서울대 기숙사 삼거리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내용 중 일부다.

최근 프랑스의 전국단위 노동조합연합단체인 세제테(CGT·노동총동맹)가 파리 현지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서 에스피씨(SPC)파트너즈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한국에선 온라인을 넘어 대학가를 중심으로 에스피씨 불매운동이 퍼지고 있다.

에스피씨의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노조탈퇴 회유와 승진차별 등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사과를 회사에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대학생들은 또래인 파리바게뜨 청년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대자보를 통해 파리바게뜨의 부당노동행위를 알리고, 에스피씨 계열사 제품 불매운동에 함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9일 현재 서울대에만 7개의 대자보가 부착되고, 성공회대, 서강대, 한신대, 중앙대 등에도 속속 대자보가 붙고 있다. 대자보 연대활동에 동참한 이현수(23·중앙대 사회과학대학 재학)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에스피씨의 노동탄압 문제가 꽤 오래됐는데도 시민들과 학우들이 이를 잘 모르고 에스피씨 계열사 제품인 ‘포켓몬빵’에 열광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같은 청년으로서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에게 연대하고 시민들과 학우들에게 이 문제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 대자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의 불법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단체’가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 에스피씨(SPC) 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불법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단체’가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 에스피씨(SPC) 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대학가 이벤트 상품에서 에스피씨 계열사 제품 ‘기프티콘’이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의 한 학과 학생회는 지난 6일 기말고사 간식 나눔 사업의 하나로 에스피씨 계열사인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상품으로 내세웠으나 학생들의 반발에 다른 상품으로 교체했다. 해당 학생회 관계자는 “해당 제품 이미지가 포함된 간식 나눔 이벤트 공지가 나가고 익명 창구를 통해 노동 인권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에스피씨 브랜드의 상품이 포함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들어와 내부 논의 끝에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러한 불매운동이 소상공인인 에스피씨 계열사 가맹점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불매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기업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가리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는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건수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청년공동행동’ 간사는 “시민들은 그동안 에스피씨가 방치하고 방관해왔던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마치 에스피씨와 가맹점주가 한편이고 나머지 시민들이 이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왜곡”이라며 “에스피씨가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고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올바른 해결방안”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임종린의 53일 단식 멈춰도, 시민의 ‘#SPC_불매’ 계속된다

 

한겨레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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