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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충동구매] 소비 예찬 에디터의 3월 쇼핑 후기

단마토, 이첸도르프 화병, 이제훈의 오디오북, 에티카 마스크

  • 황혜원
  • 입력 2020.04.10 17:41
  • 수정 2020.04.10 18:30

소비 예찬론자. 지금껏 소신과 취향에 따라 쇼핑하고 있다 믿어왔다. 하지만 구매 ‘목록‘이 아닌  ‘계기’를 살펴보니 출근길 라디오를 듣다가 게스트의 얘기를 듣고 사거나 SNS 피드에 뜬 이미지를 엄지와 중지의 힘으로 저장해두었다가 충동구매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소신 무엇, 그냥 ‘야나두’ 쇼퍼였다.

사자 사자 같이 사자 좋은 것은 함께 사자
사자 사자 같이 사자 좋은 것은 함께 사자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다. 온갖 홍보문구로 도배된 거리를 걸어 다니며, 캐시 삭제 없이는 구글의 끈질긴 소비 펌프를 떨쳐낼 수도 없다. 더불어 SNS 속 이미지를 확대하는 두 손가락조차 컨트롤할 수 없다는 가장 큰 문제에 봉착한다. 환경과 시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 그래서 물리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이때 사회성을 발휘해 택배 한가득 플렉스 했다. ‘내 돈 주고 내가 산’ 후기이며, 강남 갔던 제비처럼 따라서 쇼핑한 것들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번 한 달간 관심을 가졌던 것 중 하나일 수 있다.

What. 다이어트 돕는 ‘단마토’

Who.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달다, 달다, 캬- 달다!
달다, 달다, 캬- 달다! ⓒ(위) 한혜연 인스타그램, (아래) 쿠팡 방씨아들 화면 캡처

Q. 구매 계기 주말 라디오에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단마토‘를 소개했다. 설탕을 뿌린 것처럼 단맛을 내는 토마토인데, 새로운 세계를 맛 봤다고 극찬했다. 게다가 다이어트의 적은 ‘당’ 성분인데도 먹고 살이 빠졌다는 얘기를 듣자니 심장이 소리쳤다. ‘당장 ‘쿠X’을 열라~′

Q. 현혹 포인트 혜연 언니가 ”옛날에 할머니가 토마토를 잘라서 위에 설탕을 살살살 뿌려서 주신 적이 있었는데”라며 ”영양 간식이었잖아요”라고 덧붙였을 때, ‘영.양’이라는 발음이 너무나 맛깔나게 들렸다. ”진짜 맛있어요!”라며 강조하는 특유의 인토네이션도 한몫했다.

Q. 후기 역시 실시간 검색어의 힘. 주문 후 약 1주일하고도 이틀 만에야 도착했다. 출근길에 왔다는 문자를 받고 부모님께 드시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웬걸 엄마가 ”너무 맛나서 토마토 풋내도 안 나고 달고 새로운 맛이라 또 주문해서 먹어야지_” 라며 맛 칼럼니스트 같이 토마토 평을 보내왔다. 퇴근하자마자 먹고 싶은 마음 주체하지 못하고 흐르는 물에 뽀득뽀득 닦아낸 후 그대로 ‘쿡’하고 탱글한 토마토에 이를 박았다. ‘뭐지 이건?’ 보통은 새콤한 맛이 ‘쭉’ 하고 나와야 할 순간에 설탕 뿌린 토마토 맛이 입안 가득 채워진다. 한 입 베어 물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야말로 토마토를 설탕에 굴린 맛이다.

기본적으로 일반 토마토보다는 껍질이 두껍고 단단하다. 그래서 한입 물었을 때 살짝 덜 익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저 토마토의 쫀득쫀득한 식감을 좋아하는 이들은 싫어할 수도 있다. 저작감이 훨씬 강해 먹을 때 서걱서걱 소리가 난다. 또한 일반적으로 씨가 있는 가운데 부분이 토마토 맛의 정수라면, 단마토는 그 서걱거리는 껍질 부분에 단맛이 강하게 들어 있어 씹을수록 달다. 마치 잘라놓은 토마토에 설탕을 뿌리면 그릇 바닷에 남은 국물을 토마토에 주입한 것 같은 토마토와 설탕의 단맛이 미뢰를 강타한다. 많이 먹으면 느끼하다거나 쓰다는 반응도 있어, 그런 이들은 방울토마토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Q. 총평 토마토인가 설탕인가.

Q. 구매 쿠팡, ‘푸드 스토리(12,900원/1Kg)’, ‘방씨아들(18,900원/1kg)’ 각 1회

 

What. 이첸도르프 부케 화병

 Who. 다비치 강민경

예뻐, 예뻐, 진짜 예뻐요!
예뻐, 예뻐, 진짜 예뻐요! ⓒ(위) 강민경 인스타그램, (아래) 이첸도르프 홈페이지

Q. 구매 계기 꽃병이 필요한 시점에 강민경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했다. 활짝 핀 분홍 거베라가 꽂혀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Q. 현혹 포인트 꽃다발 같기도 하고, 고풍스러운 드레스처럼 보이기도 하는 샴페인 잔 같은 모양. 레이스같은 주둥이 부분. 꽃병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Q. 후기 이첸도르프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를 통해 직구했다. 이탈리아 제품인지 모르고 산 터라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려와 달리 주말을 포함해 5일 만에 받았다.

꽃병을 들자마자 가장 놀라웠던 점은 ‘무게’다. 유리로 만들어진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얇고 가볍다. 깨지거나 넘어질 위험성에 대비해 무겁게 만들어진 일반 화병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을 채우고도 너무 가볍게 들려서 오히려 조심해야겠다 싶을 정도다. 전체 꽃병의 길이가 27cm이지만 꽃을 담는 물병의 길이가 긴 편은 아니라, 생각보다 꽃대를 많이 자르게 된다. 하지만 받침 덕분인지 병이 작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기대했던 것처럼 꽃다발의 리본처럼 보여 오히려 더욱 우아하다.

Q. 총평 꽃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꽃병

 

What. 전나무: 이제훈 오디오북

Who. 배우 이제훈 팬 내 친구 김OO

꼭 들어보셔야 합니다. 제훈님 목소리-
꼭 들어보셔야 합니다. 제훈님 목소리- ⓒ(위) 이제훈 인스타그램 (아래) 네이버 오디오 클립

Q. 구매 계기 친구 추천. 그녀는 배우 이제훈의 광신도인데, 주말인데도 나가지 못해 우울하다고 하니 ”우리 오빠 목소리”라며 링크를 보내왔다. 일전에 전시회에 갔다가 이제훈 오디오 가이드를 듣고, 이 목소리 매일 듣는 여자친구 참 좋겠다고 방정을 떨었던 기억이 있기에 그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소망, 사랑으로 기꺼이 구매했다.

Q. 현혹 포인트 ‘잘 읽는다!‘, 첫 부분부터 5분까지 녹음된 ‘샘플 듣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5분 1초부터 벌어질 일들이 기대된다.

Q. 후기 속독이 습관이 돼버려서 오디오북을 듣자면 슬그머니 ‘울화통’이 올라오는 타입이다. 10분이면 볼 것을 30분씩 듣고 있는 것도, 귀로 들으면 기억에 남지 않아서 읽었다는 감각이 별로 없는 것도 불호다. 또 첫 기억이 나빴다는 것도 있다. 목소리에서 꿀이 흐르는 배우였는데, 희한하게도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훈은 다르다. 발음이 좋은 것도 있지만 띄어쓰기를 정확히 지켜준다. 문장의 끝맺음이나 시작도 깨끗하다. 캐릭터별로 미세하게 변화를 주는 것을 보자면 텍스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목소리 톤과 남다른 연기력, 텍스트 이해력이 더해지자 완벽한 오디오북이 완성됐다. 물론 전나무 이야기도 좋았고. 

Q. 총평 오디오 클립, 그에게 다른 책도 주세요!

 

What. 에티카 마스크

Who. 신민아

색깔도 예쁘고, 편하고 무엇보다 숨쉬기 좋아요.
색깔도 예쁘고, 편하고 무엇보다 숨쉬기 좋아요. ⓒ(위) 신민아 에티카 마스크 광고 캡처 (아래) 에티카 마스크

 

Q. 구매 계기 시간이 좀 됐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 이전 2월 아주 초에 교보문고에 갔다가 매대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티카 마스크를 봤다. 전날 이마트에 갔다가 허탕을 쳤던 터라 마스크가 필요하던 차였다. 보건용 마스크 KF94 대형이라는 표시는 있는데, ‘식약처허가‘가 적혀 있지 않길래 한참을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쳐봤더니 ‘좋아라하는(이렇게 누구 좋아한다고 하면 안 되는데 혼나는데) 민아 언니’의 광고 영상만이 구글 창에 외로이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기부 많이 하지, 착하지, 예쁘지, 사랑도 굳건해- 나도 그 사랑에 찬성, 그래서 구매했다.

Q. 현혹 포인트 그녀를 향한 신뢰감이랄까.

Q. 후기 마스크에 달린 에어밸브 덕분에 숨쉬기가 편하다. 착용감, 다양한 색감도 장점이지만, 출퇴근 시간이 긴 내게는 ‘숨쉬기’가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마스크와 이어폰을 낀 채 장시간 버스를 타다보면 자꾸만 졸음이 쏟아지는데, 일반 마스크를 쓰고 잠에서 깨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숨이 잘 통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머리도 띵한 게 퇴근 후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대부분. 한데 에티카는 숨쉬기가 편해서인지 일단 잠이 오지 않았고, 잠시 잠이 들었다 하더라도 깨었을 때 몸에 무리가 없었다. 그래서 에티카 마스크를 구하고 싶지만 현재는 창이 닫혀있다.

다만, 이렇게 후기를 적는 것은 2월부터 매일 왕복 3시간 가까이 되는 길을 단 한 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운전하시는 기사님과 안경에 김이 서린 채 마스크를 쓰고 매일 아침 줄을 서 있는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서울과 경기를 오르내리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동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서다. 또한 그 덕분에 마스크 안 쓰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날이 빨리 올 것이라 믿는다!

Q. 총평 숨쉬기 좋다! 그래도 안 쓰는 것만은 못해.

Q. 구매 교보문고(오프라인) / 에티카 네이버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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