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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로서 나는 강간을 당했고, 당신이 꼭 알아주길 바라는 사실이 있다

성노동자도 강간, 성폭력의 대상이며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처해있다.

  • Laura LeMoon
  • 입력 2020.12.22 16:26
  • 수정 2024.03.27 16:32
ⓒOleg Elkov via Getty Images

 

*경고: 저자는 직접 겪은 성폭행의 자세한 내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일부 독자에게 이 설명이 불쾌하거나 트리거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강간이 일상인 성노동자로 살아가는 절박한 이유 

그가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했을 때 미리 알아챘어야 했다. 그의 요구에 두 손가락을 들고 보름달 아래 한쪽 다리를 들고 깡충깡충 뛰는 나체 셀카를 찍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돈이 필요했다.

난 오랫동안 성노동자로 일해 왔다. ‘스크리닝’(손님을 받을 때 심사하는 과정)은 항상 사치였다. 그건 더 특권층의 성노동자들만이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직감대로 항상 손님을 받았다.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그는 유부남으로 아내가 신용카드 청구서에 호텔 방을 보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내가 돈을 지불해야 했다. 도착하기 전에, 콘돔 없이 나와 섹스할 수 있다면 천 달러(한화 약 110만원)를 주겠다는 데 서로 동의한 상태였다.

어리석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천 달러가 간절히 필요했다. 그건 내 집세, 난방비, 전기 요금, 그리고 식비였다. 물을 마음껏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게 나에게는 특권이다.

이 경험이 남자에게서 경험한 가장 잔인하거나 충격적인 범죄는 결코 아니었다. 나보다 강간과 폭행 경험에 대한 더 섬뜩하고 폭력적인 이야기를 가진 성노동자들이 천 명은 더 있다. 하지만 그게 바로 핵심이다. 대부분 강간은 일상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 남자는 호텔 방에 도착하자마자 나중에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순간 짜증 나고 걱정스럽고 당황스러웠지만, 당시 그 말에 따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 나는 실제 강간 사건의 자세한 내용은 알리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내 경험이고 다른 이에게 어떤 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후에,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그의 차에서 돈을 꺼낼 거라고 말했다. 

 

ⓒDiy13 via Getty Images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성노동도 명백한 강간이다

″돈이 없다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돈을 가지러’라고 말하며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는 나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누군가와 역겹고 메스꺼운 만남을 가졌던 침대에 혼자 남겨졌다. TV 뉴스 소리가 마치 최면술사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그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방금 내게 거짓말을 했고 아주 계산적이고 계획적인 방법으로 나를 완전히 속였다. 속이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섹스를 시키기 위해 신분과 의도를 속였다. 받지 못한 그 돈은 ‘동의’의 대가였다. 주름진 하얀 호텔 침대시트에 앉아 떨면서 방금 그냥 강간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당신은 이 상황이 강간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무도 내 머리에 총을 겨누거나,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동안 나를 붙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남자가 나에게 ”신고했니?”,  ”경찰서에 갔어?”라고 물을 때마다 돈이 생긴다면 이미 백만장자가 됐을 거다. 그가 나에게 성관계를 가지기 위해 친 사기는 명백한 강간이다. 그리고 국제연합(UN)에 의해 정의된 ‘성적 인신매매(Sex Trafficking)’의 정의다. 국제연합(UN)에서는 이를 무력, 사기 또는 강요의 결과로 일어나는 상업적 성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성노동자도 성폭행 또는 강간당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잊지 말라. 우리는 성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강간을 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정확히는 우리가 하는 일이 범죄화되었기 때문에, 고유한 취약성을 이용하고자 하는 ‘포식자‘의 목표가 되기 쉽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남성, 여성, 트랜스젠더 성노동자들은 대부분 성노동과 관련된 오명과 범죄화되는 환경 때문에, 또는 성별, 인종,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걸린 상태, 약물 사용 또는 다른 요인에 따른 차별 때문에 폭력을 당하기 쉽다.’

유색인종과 트랜스젠더 성노동자들, 그중에서도 흑인 트랜스젠더가 짊어진 위험은 훨씬 더 높다. 전직 성노동자이자 운동가인 카니야 워커는 경찰과 민간인은 성노동을 하지 않아도 유색인종의 트랜스젠더 여성을 성노동자로 프로파일링(일종의 분석방법)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쉬운 목표물로 보일 수 있다. 저소득층 커뮤니티 출신이면 더욱 그렇다.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 D.C.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 5명 중 4명이 언어적, 신체적, 성적 폭행을 당했다. 이 폭력은 전국에 걸쳐 존재한다. 성노동자로 의심되는 사람 10명 중 9명이 경찰에 의해 괴롭힘, 공격 또는 폭행을 당했다고 보고했다. 성노동자가 아닌 트랜스젠더 여성들도 폭력에 직면한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JamesBrey via Getty Images

성노동자 강간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시는 섹스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강간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 일의 불법적인 특성 때문에 피해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응급실에도 가지 않았다. 특권층인 의사들에게 내가 너무 가난해서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게 가치 있는 거란 걸 설명하기 싫었다. 

이 강간 경험으로 다시 섹스를 하려고 생각하면 속이 메슥거린다. 나는 시스젠더(타고난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이성애자 남성과 접촉 또는 가벼운 관계조차 맺고 싶지 않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했고 그냥 침대에 누워서 무너질 여유가 없다. 내 감정대로 행동하는 건 아직 누릴 수 없는 사치다. 현직 또는 전직 성노동자 등 많은 사람이 내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치료 기금에 기부해 준 사실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성노동자는 ‘투명인간’이 아니다

성노동자로서의 우리 삶은 종종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는 가난하고, 절박하며, 구제해 줄 가족이나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없을지도 모른다. 목숨을 걸거나 죽을 수도 있다. 생존한 성노동자들은 매일, ‘아마 죽을 것 같다‘와 ‘확실히 죽는다’ 중 하나를 선택할 위기에 놓인다. 또는 ‘아마도 강간을 당할 것‘과 ‘분명히 굶을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여러분이 ‘투명인간 여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생존하는 성노동자에게 물어보라. 성노동자 강간은 거의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일이 무력, 사기, 강요에 의해서 발생하든 아니면 세 가지 모두에 의해서 발생하든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단지 조금만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은 하고 싶다. 생존을 위한 성노동자로서의 우리의 선택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런 선택의 어려움에 관한 연민은 가질 수는 있지 않는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우리는 연민의 가치가 있다.

지난 17일은 성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을 종식시키는 국제 기념일이었다. 공개적으로 글을 쓸 수 없는 다른 많은 성노동자들은 직장에서 강간을 당했다. 목소리를 낼 수 없고 폭행과 강간에 노출된 모든 성노동자들을 위해 촛불을 켜고 싶다. 우리는 아름답고, 귀중하며, 보여지고 목소리를 높일 자격이 있다.

 

 

*저자 로라 리문은 성노동자이며 생존자이자 시애틀에 본부를 둔 작가다. 그는 멕시코 음식과 반려동물을 좋아한다. 그의 이메일: laura.lemoon@gmail.com으로 연락 가능하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로라 리문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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