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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 생의 마지막 나날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여성 인권의 수호자였다.

2019년 10월 3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은 미사추세츠주 애머스트 대학에서 연설하기 전 학생들에게 손짓을 했다. (AP 사진/제시카 힐)
2019년 10월 3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은 미사추세츠주 애머스트 대학에서 연설하기 전 학생들에게 손짓을 했다. (AP 사진/제시카 힐) ⓒASSOCIATED PRESS

워싱턴 (AP) - 그는 가족을 만났다. 그는 운동을 했다. 그는 오페라를 들었다. 그는 법원 업무를 봤다. 그는 결혼식 주례까지 맡았다.

미국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몇 주 동안 한 일들이다. 긴즈버그와 최근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들에 의하면 그는 암 치료에 잘 적응하는 듯했으며, 몇 개월 안에 있을 일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전해진 그의 사망 소식은 가까운 지인들에게조차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긴즈버그의 공인 전기작가 중 한 명인 메리 하트넷은 8월 중순, 워싱턴 존 F. 케네디 공연예술 센터 옆에 위치한 워터게이트 아파트 단지에 사는 긴즈버그를 방문했다. 그는 긴즈버그가 암이 재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그의 몸이 포기했다”고 하트넷은 말했다

하트넷은 긴즈버그를 방문하기 전에 마스크를 착용했고 코로나바이러스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에 의하면 긴즈버그는 계속 법원 업무를 하고 있었다. 또한 긴즈버그는 러닝머신에서 운동하거나 오랜 시간 긴즈버그와 함께한 헬스 트레이너인 브라이언트 존슨이 만든 비디오를 보며 운동을 했다. 하트넷은 긴즈버그가 저녁에는 ‘라이브 앳 더 메트(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오페라를 관람했다고 말했다.

하트넷은 그의 병과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그나마 긍정적인 면이 있느냐고 긴즈버그에게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환한 얼굴로 ‘있지, 나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정말 좋았어’라고 말했다”고 하트넷은 전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2020년 2월 10일 워싱턴 조지타운대 법학센터에서 열린 수정헌법 19조 비준 100주년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P 포토/패트릭 세만스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2020년 2월 10일 워싱턴 조지타운대 법학센터에서 열린 수정헌법 19조 비준 100주년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P 포토/패트릭 세만스키). ⓒASSOCIATED PRESS

 

긴즈버그는 7월 중순 암 재발로 화학요법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1999년 이후 다섯 번째 받는 암 치료였다.

당시 긴즈버그는 ″나는 내가 이 일에 전력을 다할 수 있을 때까지는 법원의 구성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여전히 충분히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중들이 긴즈버그의 건강 상태를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5월부터 화학치료를 받기 시작하고는 몇 개월 후에야 그 사실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대법관은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재판 결정문을 발표하기 위해 판사석에 앉아야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때문에 법관들은 대중의 눈을 떠나 한동안 전화로 변론에 임해야 했다. 

그러던 8월 말, 그의 사진 한 장이 공개됐다. 긴즈버그가 워싱턴 지역에서 야외 결혼식을 주재하면서 흑백 자수가 놓인 옷깃에 검은 법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이 사진은 8월30일 긴즈버그가 주재한 결혼식의 신부였던 바브 솔리쉬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다. AP는 솔리쉬에게 멘트를 부탁하며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이메일에 응답하지 않았다.

또한 올여름 긴즈버그는 법원 업무에 집중했다. 연방대법관들은 여름 동안 몇 가지 긴급한 재판들을 처리했고, 새 회기를 앞두고 9월 말과 10월에 열릴 장시간의 비공개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긴즈버그의 삶을 다룬 2018년 다큐멘터리 ‘RBG’의 공동 연출을 맡은 벳시 웨스트와 줄리 코헨은 8월 중순 그로부터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인 RBG(긴즈버그 이름의 약자)로 서명된 이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8일에 긴즈버그의 오랜 친구 니나 아펠은 긴즈버그의 아들 제임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제임스는 해가 지기 직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그에게 말했다. ”아펠이 텔레비전에서 먼저 이 소식을 듣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제임스는 말했다. 아펠은 이에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긴즈버그가 워싱턴에 있는 그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는 가운데 임종했다고 밝혔다

긴즈버그와 60년 넘게 친구로 지냈고, 로욜라 시카고대 로스쿨 학장으로 재임했던 아펠은 이 소식이 ‘너무 충격’이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펠은 그의 친구를 뛰어난 법학자뿐만 아니라 젊은이들과 소통했던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즈버그는 언제나 그 자신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인 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은 그녀가 2019년 8월 31일 워싱턴의회 도서관 국립도서축제에서 연설하기 위해 무대 쪽으로 계단을 오르는 동안 경호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AP 사진/클리프 오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은 그녀가 2019년 8월 31일 워싱턴의회 도서관 국립도서축제에서 연설하기 위해 무대 쪽으로 계단을 오르는 동안 경호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AP 사진/클리프 오웬) ⓒASSOCIATED PRESS

 

긴즈버그의 친구인 앤 클레어 윌리엄스 전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긴즈버그가 가을에 계획했던 공개 대담 일정을 가을로 연기했다가 다시 2021년으로 미루기 위해 올여름 긴즈버그의 사무실과 연락을 취했다고 전했다.

윌리엄스는 ”긴즈버그는 두 달 전만 해도 내년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건강이 안 좋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그가 세상을 떠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긴즈버그가 사망하기 하루 전, 그는 미국 국가헌법센터의 자유 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이 센터의 회장인 제프리 로젠은 영상으로 진행된 시상식의 개막식에서 긴즈버그가 ”집에서 (시상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 행사에는 긴즈버그가 가장 좋아했던 오페라 가수들과 그와 친했던 유명인사들이 출연했다. 긴즈버그가 센터에 보낸 말도 공개됐다.

긴즈버그는 ”이 행사에 참가한 모든 분들, 내 기분을 최고로 끌어올려준 모든 분들”에게 ”브라비시모스(연주가 및 공연자를 향한 최고의 감탄사)!”를 전하는 것으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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