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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건축의 거장’ 리차드 마이어도 성추문

리차드 마이어도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Dario Pignatelli / Reuters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리차드 마이어(83)도 성추문에 휩싸였다. 빛이 잘 드는 아름다운 흰색 건물을 잘 짓기로 유명한 ‘백색 건축의 거장’ 마이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명소인 문화단지 게티 센터를 건축하기도 했다. 바로 그 게티 센터 건축 당시 함께 일했던 직원 등이 13일 ‘뉴욕타임스’에 그의 성추행 역사를 폭로했다.

2009년 로라 트림블 엘보겐은 24살이었고, 당시 75살이던 마이어의 조수였다. 마이어는 입사를 축하한다며 엘보겐을 집으로 초대했다. 와인을 한잔 건넨 마이어는 다른 여성들의 나체 사진을 보여주면서 엘보겐에게도 사진 촬영을 위해 옷을 벗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녀는 회사 관리자에게 이를 털어놨고 ‘인원감축’을 빌미로 해고됐다.

22살의 커뮤니케이션 조수였던 알렉시스 잼리치 역시 마이어의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그의 알몸을 보는 봉변을 당했다. 잼리치는 매주 금요일 마이어의 아파트에서 콜라주를 도우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콜라주 이미지 중에는 여성의 성기도 있었다. 회사는 이후 잼리치에게 비밀유지를 조건으로 1만5000달러(약 1600만원)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스텔라 리는 2000년 마이어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할 때 동료 리제타 코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코는 ‘만일 나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사건을 구체적으로 적은 두개의 카피본을 만든 뒤, 하나는 밀봉해 둬야 한다. 성폭력 날짜와 구체적 사항의 진실성을 입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디 샤데 멍크도 26살이던 2003년 마이어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주의를 당부받았다. 멍크는 “다른 직위의 사람들이 ‘사무실에 밤늦게 혼자 머물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달 뒤 회사에서 파티가 있었는데, 마이어는 등 뒤에서 멍크의 드레스 속에 손을 넣어 속옷 끈을 가지고 놀았다.

마이어는 ‘뉴욕타임스’에 회사 창립자이자 관리책임자로서 6개월간 휴직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마이어는 성명에서 “나의 말과 행동으로 불쾌함을 느낀 몇몇 여성의 사건에 대해 깊이 고통스럽고 당혹스럽다”면서 “우리의 기억이 다르긴 하지만, 나의 행동으로 불쾌감을 느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마이어가 1963년 설립한 ‘리차드 마이어 & 파트너스’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건축회사 중 하나다. 애틀랜타 하이 미술관, 로마 주빌리 교회 등이 대표작이다. 1984년 최연소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마이어는 건축가의 길을 걸은 지 5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월 코넬대에 장학금을 신설하기도 했다. 장학금은 “가장 재능있는 여성 지원자를 채용 및 고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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