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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연봉 100만 달러에서 7만 달러로 내린 CEO와 회사의 현황

회사는 임금 인상 발표 이후 80%나 성장했다

  • 김태성
  • 입력 2018.05.23 14:46
  • 수정 2018.05.23 15:22
그래비티의 CEO 댄 프라이스. 그는 2015년에 모든 직원의 임금을 7만 달러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래비티의 CEO 댄 프라이스. 그는 2015년에 모든 직원의 임금을 7만 달러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MAT HAYWARD VIA GETTY IMAGES

3년 전 그래비티의 CEO 댄 프라이스(34)는 남을 위해 자기의 (십)억대 연봉을 포기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졸지에 유명해졌다.

프라이스는 자신의 110만 달러 연봉을 나눠 모든 직원에게 7만 달러의 ‘생활 임금(living wage)’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백만 달러 수준의 연봉이 CEO들 사이에서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받는 연봉은 사실 미친 수준이다. 무지무지하게 높다.”라며 일반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가 이끄는 그래비티는 신용카드 처리가 주 업무인 테크계 용역업체다. 그는 회사의 시애틀 본사에서 말했다.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에서 누군가가 마크 저커버그 캐릭터에게 ‘백만 달러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에요. 10억 달러는 돼야죠.’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내 생각에 영화 역사상 최악의 대사다. 정말로 중요한 건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임금 인상 발표 직후, 프라이스의 인기는 거의 폭발적이었다. 젊은 그래비티 직원들의 환호하는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졌고 다양한 토크쇼에서 그에게 출연을 요청했으며 심지어 출판 제안까지 들어왔다. 

그런데 문제도 있었다. 그래비티의 공동 오너이자 프라이스의 형인 루카스가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윤리적인 자본주의자로 거듭난 동생 댄이 사실 얼마 전까지 ”자신의 연봉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부도덕한 경영자라고 주장했다. 댄 프라이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은 형 만이 아니었다. 그의 전 아내는 프라이스가 자기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했고 프라이스는 전 아내의 말이 ”완전한 허위”라고 해명했다. 프라이스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계속 돌면서 일각에서는 그의 ‘7만 달러’ 약속을 일종의 홍보 전략으로 보았다.

그럼 사실은?

현재 그래비티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프라이스가 약속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103,000이다. 당시 극우 성향 방송인 러시 림보는 프라이스의 결심에 대해 ”사회주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래비티에 의하면 회사는 임금 인상 발표 이후 80%나 성장했다.

프라이스는 회사의 흑자 경영보다 새 임금 제도가 직원들 삶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더 올바른 성공의 척도라고 말한다. “2년 전만 해도 직원들이 가진 아기 수가 통틀어 둘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매년 20명의 새아기가 태어나고 있다. 정말로 신나는 일이다. 그리고 부동산 값이 치솟고 있는 시애틀에서도 이전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집 장만에 성공하고 있다.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비티의 예를 따라 직원들의 급여를 올리기로 한 파마로직 CEO 메건 드리스콜이 댄 프라이스와 함께 있다.
그래비티의 예를 따라 직원들의 급여를 올리기로 한 파마로직 CEO 메건 드리스콜이 댄 프라이스와 함께 있다. ⓒBOSTON GLOBE/RM

프라이스의 본보기를 따르기로 결심한 업체도 몇몇 있다. 보스턴 회사 파마로직은 직원들의 2016년 임금을 모두 33%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달 애틀랜타의 rented.com은 그래비티의 사례가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며 직원들의 최저 임금을 5만 달러로 올렸다.

사실 그래비티의 모든 직원이 ‘생활 임금’ 발표를 반겼던 것은 아니다. 프라이스에 의하면 그 당시 이미 7만 달러 이상을 버는 직원 둘이 그의 결정을 불합리하게 여기고 회사를 떠났다. 그렇지만 직원 대부분은 회사에 대한 애착심이 더 커졌고 이젠 더 큰 업체로 옮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프라이스의 생각이다. 그는 그의 형 루카스가 제기한 소송에도 이겼다.

댄 프라이스는 이제 새 목표가 있다고 말한다. 테크계의 올리가르히(oligarch)들이 그래비티와 같은 작은 독립업체를 집어삼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거대한 테크계 업체들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는 요즘, 그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발언이다. 하지만 ‘생활 임금’ 발표 당시와 마찬가지로 그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댄 프라이스는 아이다호주 시골 마을에서 12살 때까지 자랐다. 그를 비롯한 여섯 형제는 모두 크리스천 부모 밑에서 홈스쿨 교육을 받았다. 그는 십 대에 아르바이트로 작은 공연장에서 연주를 했다. 그 과정에서 대형 신용카드 회사가 걷는 카드 수수료가 얼마나 높은지를 깨달았고 더 저렴한 방법을 물색하게 됐다. 바로 그래비티가 탄생하게 된 계기다. 대기업들에 맞서고자 하는 그의 목표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인류의 부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친 걸 고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투자자들이 바라는 수익률과 요즘의 기업 가치 등을 보면 어처구니없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작년의 경우 증가한 부의 80%가 상위 1% 부자에게 갔다. 그렇게 형성된 부는 주로 기업 오너들의 차지거나 자산 가치가 늘어나는 식으로 일부만을 위해 더 커진다. 반면에 일반 노동자가 가지고 가는 부의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몇몇 거부들의 지나친 정치적 영향력이나 부의 대가로 나머지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도 충족하지 못 하는 것이다. 그 끝이 얼마나 불행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프라이스는 투자자들에게 거대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엄청난 연봉을 받는 CEO의 연봉체계가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CEO 연봉을 일반 직원의 임금에 연계시키는 제도를 찬성한다. ”예를 들어 CEO 월급을 일반 직원의 20, 30배 정도로 제한하면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며 회사 운영이나 재정 상태를 조작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CEO 자신도 올바르게 행동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는 친구 발레리와 등산에 나선 게 임금 격차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아파트 임대료 인상을 걱정하는 발레리를 보는 자기가 더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이끄는 조직에도 발레리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연봉을 90% 이상 깎았고 모자란 돈을 부동산 대출과 연금을 털어 보충했다. 우선 전체 직원 117명 중 반 이상에게 줄 180만 달러가 필요했다.  그래서 프라이스는 개인 비서 같은 작은 사치도 포기했다. 그렇다고 그의 생활 수준이 형편없어졌다는 건 아니다. 일반 노동자에 비해서 지금도 높은 보수로 잘 살고 있다. 아무튼 ‘생활 임금’ 약속을 모두 실행한 회사 그래비티의 이사진은 프라이스의 보수를 다른 CEO들과 비슷하게 할 시점이 가까웠다고 고민하고 있다(프라이스는 균형의 문제라며 ”내가 없을 경우 나를 대체할 사람”에게 제시할 급여와 부끄러움 없이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볼 수 있는 수준의 급여를 비교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야 어떻든 다른 CEO들은 상상도 못하는 금전적 희생을 프라이스가 감수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기업가들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프라이스에 의하면 한 대형 은행은 그래비티의 ”정치성 정책”을 탓하며 거래를 거절했다.  

프라이스는 테크계 성장세에 힙입어 시애틀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며 그러므로 일반 직장인들에겐 적절한 수준의 집이나 아파트를 찾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시애틀시의 세수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논쟁에 오른 시의 세수 안을 못마땅하게 여겨 본사에 달린 별관 건축을 중단시킨 아마존의 행위는 본사를 시애틀에서 다른 도시로 옮기겠다는 시를 향한 일종의 협박이었다고 말했다. 

노숙자들을 돕기 위한 대기업 상대의 '헤드 세금' 지지자들이 시애틀 시의원회에서 시위하고 있다.
노숙자들을 돕기 위한 대기업 상대의 '헤드 세금' 지지자들이 시애틀 시의원회에서 시위하고 있다. ⓒREUTERS STAFF / REUTERS

프라이스의 말이다. ”난 아마존의 행동을 돈밖에 모르는 공격적인 자본주의의 예라고 본다. 최고의 성공신화로 인식되는 회사가 직원에게 ‘생활 임금’을 제공하지 못해, 결국 나 같은 사람이 나서서 아마존에게 그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아마존의 성공 덕분에 시애틀 주민들은 집을 구하기 어렵다.

아마존은 적절한 값의 주거지(affordable housing) 정책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대기업을 상대로 한 직원 당 $500 세금이 못마땅하다고 직원 7,000명을 다른 도시로 옮기겠다고 위협했다.

사회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인가 아니면 가장 자본주의적인 행동인가?

아마존에 대한 프라이스의 불만은 또 있다. ”우리는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독립업체들, 작은 회사들을 잡아삼키지 못하게 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최고의 클라우드 업체들,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독립업체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전략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프라이스의 목표는 작은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신용카드 처리는 물론 다른 서비스들도 제공하는 것이다. 한 예로 그는 지역 식당들에게 절실한, 우버이츠(UberEats)를 대체할 배달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들었다.

물론 그의 발언이 자사 홍보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가 입장에서는 프라이스의 의도가 뭐든 그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정말로 도움이 되고 이득이 된다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에게 물었다. ‘생활 임금’ 발표를 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어떤 느낌이냐고. ”우리의 결정을 비판한 사람들이 틀렸다는 게 증명됐다. 당시 어떤 직원이 내게 이런 소리를 했다. ‘댄, 난 당신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아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 그 의도가 뭔지 추측해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난 그의 말이 아주 옳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다. 누가 옳았는지는 - 나를 지지한 사람들인지 나를 비판한 사람들인지 -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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