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리 엄마와 이웃의 엄마들’ : "엄마는 주부라 하는 일이 없어" 소리가 지겨웠던 10살 아이가 그린 그림은 팩트폭격이다 (ft. 사이다)

20-21년도 인도 케랄라주 젠더와 아동 관련 예산 보고서 표지로 선정됐다.

  • 이소윤
  • 입력 2021.06.24 17:57
  • 수정 2021.06.24 18:09
우리 엄마와 이웃의 엄마들 
우리 엄마와 이웃의 엄마들  ⓒanujath sindhu vinaylal

“그들의 무보수 일. 그들의 소리없는 고통, 그들의 고통스러운 투쟁,
집을 사랑스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값진 노력...”

 

“엄마들을 그려보자는 생각은 엄마와 다른 여성들이 하루 종일 가사노동 하는 모습을 보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이 그림은 엄마가 기본적으로 하는 활동 모음입니다”

- 아누자트 신두 비나얄

몇 년 전 인도에 사는 10살 소년 아누자트 신두 비나얄은 “엄마는 전업주부라, 일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린 소년 눈에 비친 엄마는 게을렀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엄마들이 하는 가사노동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누자트의 그림 ‘우리 엄마와 이웃의 엄마들’(My mother and the mothers in the neighbourhood)은 이렇게 탄생했다.

아누자트는 여성들이 하는 무보수 노동, 눈에 띄지 않는 모든 일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아빠들이 밖에서 일하는 동안 엄마들도 집에서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요리, 청소, 물 가져오기, 우유 짜기 등 다양한 ‘집안일’에 참여하는 여성 19명을 그렸다. 하는 일, 복장, 얼굴은 다 다르지만 모두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들이었다.

아누자트 신두 비나얄
아누자트 신두 비나얄 ⓒ인스타그램
인도 케랄라주 2020-2021 젠더와 아동 예산 문서 표지
인도 케랄라주 2020-2021 젠더와 아동 예산 문서 표지 ⓒKerala Budget 2020

아누자트 그림은  2019년 샹카르 미술서적출판학회가 개최한 대회에서 국제상을 받으며 주목을 끌었다. 안타깝게도 그에게 영감을 준 그의 어머니는 아들 그림이 인정받기 몇 개월 전 세상을 떠났다.

아누자트가 그림에 담은 의도를 알아보는 이가 늘어났다. 칼럼니스트이자 인도 케랄라주 하원의원인 샤시 타루르에 따르면, 과거 해당 그림을 보고 감명받은 아누자트의 선생님은 정부에 그림을 보냈다. 그림은 인도 케랄라주 2020-2021년 젠더와 아동 관련 예산 문서의 표지로 선정됐다. 토마스 아이작 재무장관은 여성 관련 예산 배정을 발표하면서 아누자트 그림을 언급하기도 했다. 

10살 어린이가 붓을 들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이 그림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이 하는 가사노동을 쉽게만 생각하는 인식 때문은 아닐까.

지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에 따르면 2019년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490조9000억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25.5% 수준이라고 조사됐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활동 가치가 우리나라 전체 경제 규모에서 4분의 1에 이른다는 의미다.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연간 1380만원으로 남성 521만원 보다 2.6배 많았다. 아직 여성이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흔히 ‘집안일’이라고 불리는 가사노동은 끝이 없다. 티도 잘 안 난다. 무보수로 끝없이 이어지는 노동의 가치를 이제는 ‘편한 일‘, ‘쉬운 일’로 바라봐선 안 될 일이다. 

 

 

이소윤 에디터 : soyoon.lee@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 #페미니즘 #글로벌 #인도 #가사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