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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 입사시험에 '박원순 성추행 의혹 고소인 호칭' 문제가 나와 '2차가해' 논란이 제기됐다

입사지망생들 사이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 허완
  • 입력 2020.09.14 07:17
(자료사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자료사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뉴스1

MBC 취재기자 입사시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고소인을 피해자로 칭해야 하는지를 묻는 논제가 나와 ‘2차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MBC 측은 ”논리적 사고력과 전개 과정을 평가하려는 게 핵심취지”라며 ”어떤 호칭을 선택했느냐는 평가 사안도 아니며 관심사도 아니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13일 언론사 지망생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MBC 신입 취재기자 부문 논술시험 논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제 3의 호칭도 상관없음)’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언론사 지망생들은 논제 자체가 ‘2차가해’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회원 15만명을 보유한 언론사 지망생 커뮤니티에는 ‘어떻게 공채 논제로 2차가해를 할 수 있는지 황당했다. 인간된 도리를 저버리는 논제’ ‘공영방송에서 정파적인 논제를 가지고 논리성을 논한다 생각하니 아찔하다’ ‘피해호소인은 틀린 표현, 명백한 2차가해’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이날 MBC 입사시험을 치른 언론사 준비생 김모씨는 ”이같은 논제가 언론사 채용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이 논제 떄문에 해당 논란이 또 수면 위로 떠오르면 피해자가 고통받을 것이 아닌가. 명백한 2차가해”라고 지적했다.

같은 시험을 본 또 다른 언론사 준비생 김모씨는 ”피해자라고 칭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언론에서도 비판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에는 피해자의 피해를 ‘믿지 않겠다’는 생각이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에 이번 MBC의 논제는 2차가해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분향소. 2020년 7월11일.
(자료사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분향소. 2020년 7월11일. ⓒED JONES via Getty Images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과 관련한 2차가해 논란은 지난 7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원순 전 시장의 고소인을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하면서 불거졌다.

야당을 중심으로 ‘피해호소인은 의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한 2차가해‘라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따라 민주당은 고소인을 ‘피해자’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다.

MBC 측은 이날 늦은 오후 ”해당 논제를 출제한 취지는 시사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함이지 어떤 호칭을 선택했느냐는 평가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기자는 양쪽의 주장을 고르게 듣고 한쪽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면 그 주장에 왜 문제가 있는지 논증을 해야 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이 있다”며 ”양쪽의 주장을 다 들어보고 어떤 어휘가 선택되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의견과 맥락을 제시해달라는 출제 의도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호소인’이라는 어휘에 문제가 있다면 언론인으로서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에 왜 문제가 있는지, 어떤 맥락상의 문제를 갖고 있는지 2차가해 문제까지 포함해서 논증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제3의 용어가 있다면 그것을 심도있게 고민하고 이유를 제시해달라고 했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해자 중심주의는 상충되는 것이 아니며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잘 지켜져야 피해자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로서 논증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려 했던 출제 의도가 달리 비쳐져 안타깝다”며 ”(박원순 전 시장 고소인 보도와 관련해) MBC도 당시 2차가해는 막아야 한다 보도했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MBC가 출제한 취재기자 필기시험(논술) 문제 원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의 호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쪽에서는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피해자‘란 단어를 쓰면 성추행을 기정사실화하게 된다”며 ‘피해호소인’ 또는 ‘피해고소인’으로 칭했다.

반대쪽에서는 ”기존 관행과 달리 ‘피해호소인’이란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성범죄 사건에서의 피해자 중심주의에 반하고 2차피해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피해호소인(피해고소인)‘과 ‘피해자’ 중 어떤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를 논술하라. (제3의 적절한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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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