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20년 07월 24일 11시 03분 KST

김지은씨가 안희정 모친상 조문행렬에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2018년 3월 5일에 갇힌 것만 같았다"

JTBC '뉴스룸' 캡처

″가해자가 지닌 위력만큼 피해자가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의 크기는 여전히 커 보인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는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보며 ”제가 겪었던 상황과 비슷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8년 공개적으로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밝혔다. 이후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전 시장까지 성폭력 사건에 휘말렸다. 김씨는 ”더는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며 어렵사리 미투를 외쳤던 2년 전과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듣는 게 너무도 힘들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소식을 듣고, 2018년 3월 5일에 갇힌 것만 같았다. 

 

뉴스1
(자료사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2017년 10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성지방의원 워크숍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투 이후의 시간은 결국 위력과의 싸움”

김씨는 박 전 시장 의혹이 자신과 겹쳐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해자의 범죄 행위부터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악플까지 일련의 상황이 비슷했다”며 ”그때의 감정이 올라왔다”고 회상했다. 

보도를 보고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다. 김씨는 ”미투가 일어나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모두가 말하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죽음과 별개로 진상 규명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씨는 ”어떤 죽음이 애도돼야 한다면, 어떤 생존도 존중돼야 한다”며 ”죽음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건의 실체 규명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의 공은 공대로 인정해야 한다며 애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개인적인 애도와 권력을 가진 분들의 공식적인 지지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며 ”고인을 추모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피해자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투 이후의 시간은 결국 위력과의 싸움이라고도 말했다. 김씨는 ”사건이 일어나고 고발하면 늘 피해자는 가해자 한 사람이 아니라 비호 세력과도 싸워야 한다”며 ”한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여러 허위 사실을 만들어 내고 다양한 통로로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상식적으로는 그런 2차 가해의 시발점이 된 사람들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뉴스1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시민이 새롭게 출간된 '김지은입니다'를 읽고 있다.

 

″권력의 카르텔 앞에 무기력 느꼈다”

7월 첫 주, 김씨는 공포스러운 한 주를 보냈다. 지난 4일 안 전 지사의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한 것이다. 김씨는 공개 조문을 보며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온 몸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에 호흡곤란이 와 병원을 찾기도 했다. 

김씨는 ”보호받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기대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며 ”주변의 다른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출소가 견딜 수 없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어떤 공포인지 잘 몰랐는데, 그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유죄판결 뒤에도 변함없는 위세와 권력의 카르텔 앞에서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새삼 다시 느꼈다”며 ”게다가 나는 여전히 온라인에서 화형대 위에 사로잡힌 마녀다. 불은 꺼지지 않고 더 활활 타오르고 있다. 언제쯤 이 고통이 끝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김씨는 ”다소 힘겹지만 민사 소송과 2차 가해에 대한 고발을 계속 이어나가려 한다”며 ”성폭력 피해자가 혼자만 고통 받고, 피해 당해야 하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꿔가고 싶다. 피해자의 온전한 일상 회복까지가 진정한 싸움의 끝”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시장 고소인에게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따로 뵐 일이 있다면 긴 말 보다 그분의 손을 잡아드리고 싶다. 당신 곁에 서겠다”고 전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