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위협받는 오늘날의 미국을 위해, 이를 수호하고 대법원을 위한 내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했다. 그리고 233년간 견고하게 자리를 지켜왔던 유리천장이 마침내 깨졌다. 미국 대법원의 이야기다.
CNN에 따르면 조 바이든은 미국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곧 퇴임하는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바이든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정부와 사법부가 미국답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특출난 자격 요건을 가진 인물의 능력과 위대함을 반영하고, 젊은이들이 언젠가 이 나라를 위해 가장 높은 자리에 서서 일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법원을 선보일 때가 됐다”며 잭슨 판사를 소개했다.
4월 중순 진행되는 상원 인준에서 잭슨 판사의 지명이 승인된다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하게 된다. 흑인의 대법관 임명은 세 번째가 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2020년 대선 후보로서 ”흑인 여성이 꼭 대법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모든 사람이 대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잭슨의 인준(認准-입법부가 법률에 지정된 공무원의 임명과 행정부의 행정 행위를 인정하는 일)을 위해 이번 주 내 상원 의원들과 면담이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체제에서 ’50대 50′으로 정확히 양분된 미국 상원의 구조상 인준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미국 역사상 최초 흑인 여성’으로서 대법관 후보로 지목된 잭슨의 지명 자체를 높이 평가하며 이를 축하하고 있다.
미국 하원 의원 중 흑인 의원들의 모임인 블랙 코커스(Congressional Black Caucus) 조이스 비애티 대변인은 잭슨의 지명에 대해 ”평생 기억할 일”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대변인 보니 왓슨 콜먼은 ”새롭고 필수 불가결한 시각으로 흑인 소녀와 여성들에게 영감이 될 것”이라 말했으며, 프레데리카 윌슨 의원은 ”사는 동안 흑인 여성이 지명될 줄 꿈도 꾸지 못했다”며 기쁜 마음을 표출했다.
잭슨 판사는 ”세계가 어지러운 오늘날 헌법을 위해 복무할 임무를 부여받아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하며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문혜준 기자: huff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