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어떻게 하느냐. 하늘이 정해놓은 것인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에게 시키면 안 된다. (빨래와 설거지를) 절대 안 한다. 하면 안 된다. 전기밥솥도 열 줄 모른다. 라면도 못 끓인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YTN과의 인터뷰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집에서 설거지를 하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홍 후보의 ‘설거지 발언’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이후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설거지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자 홍준표 후보는 ”스트롱맨이라고, 세게 보이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다. 집에 가면 설거지 다 한다”라며 웃어넘겼다. 그러자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웃어서 넘길 일이 아니다. 여성을 종으로 보지 않으면 그런 얘기를 하실 수 없다. 대한민국 모든 딸에게 이 자리에서 사과해라”라고 촉구했고, 버티고 버티던 홍 후보는 결국 사과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또다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스트롱맨’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내와 저녁을 함께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전기밥솥도 척척 열어 밥을 푸고,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과 수저를 식탁에 세팅했다.
홍 의원은 ‘설거지 발언’은 까맣게 잊었는지 ”지금은 옛날하고 시대가 좀 달라졌다”라며 가사 노동을 하는 남편임을 스스로 흐뭇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평소엔 저만큼은 안 시킨다. 설거지는 같이 한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오라고 하면 밖에 버리고 온다.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으려면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4년 전에 비해 다소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으나, 예나 지금이나 밥은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자신의 신조를 버리지 않은 듯했다.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