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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이 워싱턴 중국 대사관 앞길을 '리원량길'로 명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책임을 중국에 돌려온 트럼프 정부를 측면 지원하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이 움직이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05.08 14:56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외부에 폭로한 의사 리원량. 그는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가 풀려났고, 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사진은 미국 UCLA(캘리포니아대학 LA캠퍼스) 내에 설치된 추모 공간. 2020년 2월15일.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외부에 폭로한 의사 리원량. 그는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가 풀려났고, 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사진은 미국 UCLA(캘리포니아대학 LA캠퍼스) 내에 설치된 추모 공간. 2020년 2월15일. ⓒMARK RALSTON via Getty Images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워싱턴DC의 중국 대사관 앞길 이름을 ‘리원량 플라자’로 바꾸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중국 우한에서 의사로 일했던 리원량은 중국의 초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실태를 폭로했던 인물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 정부의 거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은 이 법안으로 트럼프 정부의 중국 압박 작전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한 이 법안은 상당히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거리명 변경을 추진하는 곳은 중국 대사관 바로 앞길이다. 현재의 ‘인터내셔널 플레이스‘라는 이름 대신 ‘리원량 플라자’로 바꾸겠다는 게 의원들의 구상이다.

우한중앙병원에서 근무하던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코로나19 발병 상황을 소셜미디어에 폭로했던 인물이다. 중국 정부는 ‘허위정보 유포‘라며 그와 동료 의사들을 체포했고,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석방했다.

그러나 당시 ‘원인불명 폐렴’으로 불리던 바이러스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 전 세계로 퍼져 27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리원량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6일 만에 사망했다. 중국 전역에서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고, 중국 정부는 뒤늦게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를 해야만 했다. 그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만연했던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와 검열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오른 배경이다. 

″우리는 리원량의 이름이 결코 잊혀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의회 내 대중국 강경파로 유명한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당)이 말했다.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은 중국 공산당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대사관 앞길의 이름을 다시 짓는 것은 리 박사의 유산이 결코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미국은 억압자가 아닌 억압을 받는 이들의 편에 설 것이라는 점을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 강력하게 상기시키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ASSOCIATED PRESS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최근 부쩍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건 중국의 코로나19 은폐 및 축소 시도 때문이라고 말했고, 바이러스가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성공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왔다며 미국이 전 세계 최대 발병국이 된 책임을 중국, WHO, 주지사들, 의회,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언론 등에 돌려왔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와 미흡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중국과 아시아에서의 바이러스 확산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리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위험을 과소평가했고, 병상이나 검사키트, 보호장비를 확보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말까지도 중국 정부의 대응을 공개적으로 칭찬했고, ”중국의 노력과 투명성에 큰 감사”를 표했다. 재선에 성공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여긴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시기였다. 

한편 7일(현지시각)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는 중국에 관한 ”광범위한 문제들”을 조사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TF는 대학교와 싱크탱크, 언론 등 미국을 겨냥한 영향력을 높여가려는 중국 정부의 작전, 우리 정부 및 동맹국들에 대한 경제적 위협,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및 확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비롯해 중국과 관련된 광범위한 문제들을 들여다볼 것이다.” 매카시 의원이 말했다.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됐는데, 매우 분명해진 한 가지가 있다. 중국의 은폐가 직접적으로 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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