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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인플루언서가 보정된 신체 사진을 SNS에 올릴 시 수정 사실을 필수로 표기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프로아나', '신체 이형증'과 맞서기 위한 첫 걸음.

@psychandsquats
@psychandsquats ⓒ인스타그램

지나치게 마른 몸과 비현실적인 외모,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풍족한 일상. 인스타그램 유저들이라면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 지나쳤을 인플루언서들의 게시물이다. 누군가는 그들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미에 가깝지 않은 자신의 외모를 폄하하며 ‘코르셋’을 조이게 된다. ‘뼈말라인간’, ‘프로아나’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하게 만든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지난 해 6월, 노르웨이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인플루언서들이 유료 게시물에 보정된 사진을 올릴 경우 해당 사진이 포토샵을 거쳤음을 명시해야 하며, 이를 어기는 행위는 불법임을 규정했다.

그리고 2022년 지금, 영국도 비슷한 수순을 밟는 중이다. 1월 12일 발의된 이른바 ‘디지털상 변형된 신체 이미지 법안(Digitally Altered Body Image Bill)’은 광고용 게시물에 몸을 보정하여 업로드 할 경우 이를 명시하는 로고를 부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신체 이형증이란 개인이 본인의 신체에 대한 왜곡된 상을 갖게 만들며, 이로 인해 자신의 몸은 교정이 필요하다는 강박과 함께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는 정신질환을 일컫는다. 신동아와 인터뷰했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신체 이형증이 “자신의 신체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는 심리장애”이며, “심한 경우 거식증과 같은 섭식장애나 성형중독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SNS 사용이 활발해지며 타인과 자신의 외모를 비교하고, 사진 보정 어플을 통해 변형된 사진과 자신의 실제 모습 간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 잦아짐에 따라 신체 이형증의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국민 보건 서비스(NHS)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만 17세 이하 청소년 사이 신체이형증과 섭식장애를 진단받은 경우가 41%나 올라갔다고 한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마르고 싶은 여자아이들

이는 비단 영국과 노르웨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해 10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프로아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해당 문제를 제기했다. ‘프로아나’란 찬성을 뜻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애너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로, 거식증을 지향하거나 옹호하는 현상을 뜻한다.

프로아나를 지향하는 10대들은 ‘나비약’이라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복용을 통해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데,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처방 금지된 성분이 많음에도 손쉽게 대리구매나 중고사이트를 통해 구할 수 있다.

나비약은 환각, 환청뿐만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이상행동을 야기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배우 양기원 또한 2019년 나비약 복용 후 도로에 뛰어들고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 마약 복용 의혹까지 받은 사례가 있다. 그는 당시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밝혔다고 알려져 있다. 나비약을 복용한 한 인터뷰이 또한 “한 알 먹으면 슬퍼지고, 극단적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울해져도 식욕이 없어지는 게 더 좋은 거 같다”며 나비약의 위험성과 함께 국내 신체 이형증 환자들의 현 상태에 대한 문제를 재고했다.

SBS 매직아이
SBS 매직아이 ⓒSBS 매직아이

이효리는 과거 방송에서 “외모 중독엔 연예인들의 책임도 크다”며 연예인의 보정된 사진을 보고 시청자들이 외모 강박을 느끼게 되는 현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영국 내 법안을 처음 발의한 루크 에반스 의원은 “보정으로 만들어진 몸이 없는 ‘바디 포지티브’사회를 지향한다”는 말로 해당 법안을 발의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 보정에 대한 규제를 통해서라도 사회에 자리잡은 잘못된 미의 기준을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다.  

문혜준 에디터: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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