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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사업 시작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노브랜드 피자'가 '고피자'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해명)

1호점끼리 코앞에 위치한다.

길 건널목을 사이에 둔 ‘고피자(GO PIZZA)’ 대치본점(위 사진)과 정용진표 ‘노브랜드피자(No Brand Pizza)’ 대치점의 간판 색깔이 주황색으로 비슷하다. 옥기원 기자
길 건널목을 사이에 둔 ‘고피자(GO PIZZA)’ 대치본점(위 사진)과 정용진표 ‘노브랜드피자(No Brand Pizza)’ 대치점의 간판 색깔이 주황색으로 비슷하다. 옥기원 기자 ⓒ한겨레

최근 공개된 ‘정용진표’ 노브랜드 피자가 중소 피자 전문점 ‘고피자’의 디자인과 콘셉트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욱이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 피자 1호점을 고피자 1호점 바로 맞은 편에 출점해 ‘중소업체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노브랜드 피자는 지난 10일 고피자 1호점이 영업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에 직영 1호점을 개점했다. 본격적인 가맹점주 모집 전에 선보인 40평 규모의 테스트 매장으로, 노브랜드 버거에 이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표 ‘미국식 빈티지 피자’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조각 피자는 2900~3900원, 피자 한판은 1만4900~2만3900원으로 가성비 좋은 중저가 피자 시장을 겨냥했다.

 

‘고피자’ 그대로 카피한 ‘정용진 피자’?

문제는 후발 주자인 노브랜드 피자 매장의 간판 색깔과 직원 유니폼, 주방 앞치마 색깔까지 길 건너 맞은 편에 위치한 고피자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노브랜드 피자는 기존 상징색이던 노란색을 쓰지 않고 주황색을 사용해 간판과 매장을 꾸몄다. 고피자는 2016년 서울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입소문을 탄 뒤 2018년 대치 1호점을 오픈할 때부터 주황색을 브랜드 색으로 사용해왔다. 고피자는 현재 100여개 전국 가맹점을 내며 성장 중이다.

심지어 매장 점원의 검정색 모자와 검은 반팔티, 주황색 앞치마 등 복장까지 비슷했다. 고피자 1호점에서 일하는 직원 이아무개씨는 <한겨레>에 “바로 앞 노브랜드 간판 색깔이 우리 매장과 똑같아서 놀랐는데, 직원 복장까지 우리를 따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같은 브랜드 매장으로 착각하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정용진표 ‘노브랜드피자(No Brand Pizza)’ 대치점과 중소 피자점 ‘고피자(GO PIZZA)’ 대치본점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에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최근 1호 직영점을 오픈한 노브랜드 피자가 중소 피자업체 고피자의 외관과 기술 콘셉트 등을 따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1일 오후 정용진표 ‘노브랜드피자(No Brand Pizza)’ 대치점과 중소 피자점 ‘고피자(GO PIZZA)’ 대치본점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에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최근 1호 직영점을 오픈한 노브랜드 피자가 중소 피자업체 고피자의 외관과 기술 콘셉트 등을 따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고피자가 프랜차이즈 사업 초기부터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8분 피자 푸드테크’ 콘셉트까지 노브랜드가 가로채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피자를 출점하면서 업계 최단 시간인 8분 이내에 피자가 완성되는 ‘스마트 피자 키친’을 도입했다고 홍보했다. 자체 개발한 피자 반죽 압축 기계로 도우를 만드는 시간을 줄이고, ‘고온 오븐’으로 빠르게 구워, 업계 평균 13분보다 5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소지

고피자는 창업 초기부터 ‘8분 피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체 고온 오븐을 개발하는 등 투자를 이어왔다. 고피자 쪽은 “외국계 대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사가 손해를 보면서 8분 피자 기술을 개발해 가맹점에 적용하고 있는데, 신세계가 갑자기 업계 최초 8분 피자라는 콘셉트를 따라 하면서 코앞에 1호점을 내 위기감이 크다”고 밝혔다.

노브랜드 피자 출점과 관련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서치원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소비자에게 알려진 상호나 상품의 포장 등을 유사하게 사용해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다퉈볼 수 있다”며 “법 위반을 넘어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도 논의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노브랜드피자 점원(왼쪽)과 고피자 점원의 유니폼과 앞치마 색깔뿐만 아니라 고피자가 강조해온 ‘8분 피자’ 콘셉트도 노브랜드가 따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옥기원 기자
노브랜드피자 점원(왼쪽)과 고피자 점원의 유니폼과 앞치마 색깔뿐만 아니라 고피자가 강조해온 ‘8분 피자’ 콘셉트도 노브랜드가 따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옥기원 기자 ⓒ한겨레

업계에선 신세계푸드의 피자 시장 진출 뒤 중소 피자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피자 시장은 도미노피자·피자헛·파파존스 등 ‘빅3’ 외국계 피자 기업들이 주축을 이루고, 나머지 시장을 놓고 중소 규모 프랜차이즈 기업 수십여곳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다. 본사 영업이익률이 10% 이상인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와 달리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의 영업이익률은 5% 안팎으로 열악하다. 다른 외식 품목에 비해 개인이 운영하는 피자가게도 많은 상황이어서 신세계푸드의 가맹점 사업은 작은 가게들의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랜드명 노출을 꺼린 피자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노브랜드 피자가 내세운 1만원대 가성비 피자는 수많은 피자 프랜차이즈들이 경쟁하는 중저가 피자 시장과 완전히 겹친다”며 “노브랜드가 본격적으로 가맹점 사업을 시작할 경우 국내 피자 시장은 외국계 고급 피자와 중저가 노브랜드로 양분되면서 많은 기업이 정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피 의혹 전면 부인한 노브랜드

이에 대해 노브랜드 피자는 “기존 노브랜드 버거와 차별을 두기 위해 주황색을 사용한 것이지 특정 기업을 겨냥해 색깔을 결정한 건 아니다. 1호점 위치도 기존 노브랜드 버거 매장이 있던 자리라서 결정됐고, 8분 피자 기술도 고피자만의 독점 기술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값싸고 질 좋은 노브랜드 피자 가맹점이 늘어나면 피자 시장에 건강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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