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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21일 10시 51분 KST

“베이징선 승훈이형 앞질러야죠”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한겨레
한국 빙상의 장거리 기대주 정재원이 20일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훈련에 앞서 편안한 표정으로 심정을 밝히고 있다.

“올림픽 메달 땄을 땐 몰랐어요. 지금은 조금 느껴요.”

20일 서울 오륜동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만난 정재원(17·동북고2)은 한달 새 달라진 팬들의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 18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고등부 1500m 경기 때는 학생 팬 250여명이 그를 응원했다. “처음이죠. 기분 좋았어요.” 과자부터 모자, 인형, 신발까지 마음을 담은 선물을 받으면 형 정재웅(19·한국체대)과 비교하며 장난도 친다. 학교에 가면 몰려드는 사인 요청에 바쁘고, 화보도 찍는다. “팀추월 올림픽 은메달 땄을 때는 신기하고,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확실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평일 평균 5시간30분의 짧은 수면, 이후 밤까지 이어지는 혹독한 훈련. 시차 극복할 틈도 없는 세계주니어 대회 등 국제경기 출전. 과연 어떻게 버틸까? 정재원은 “주말 이틀간 집에서 12시간 이상 잔다”고 밝혔다. 28일 중고빙상대회로 시즌을 마무리하면 한달간의 휴식기다.

그는 “학교 가는 시간만 빼고 한달 내내 잘 거다. 정말 자는 데는 자신 있다”고 했다. ‘겨울잠’이 아니라 다음 시즌을 위한 장시간의 ‘봄잠’이다.

한국 빙상의 차세대 장거리 간판 정재원은 특이한 심장을 지녔다. 최종열 코치는 “똑같은 부하로 훈련을 시키면 다른 선수들이 180~190 심박수를 보이는데, 재원이는 160 정도다. 남들보다 여유 있게 버틸 수 있는 심폐지구력을 타고났다”고 설명했다. 요즘 청소년들과 다른 참을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 코치는 “성격적으로 침칙하고, 몰입도가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집(서울 성내동)에서 가까운 한국체대는 최고의 훈련 장소다. 단거리 간판인 형을 비롯해 대표급 선수들이 합동훈련을 하면 배우는 것이 많다.

한겨레
정재원이 20일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훈련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직 앳되 보이지만 침착하고 생각을 많이 한 뒤 말을 했다.

1m75, 62㎏의 체격을 키우고 체력을 보완하는 것은 과제다. 최종열 코치는 “지난해 여름부터 처음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조금씩 몸에 근력을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워를 붙이고 몸이 더 성장하면 지금보다 더 큰 가속을 낼 수 있다. 자동차의 아르피엠(RPM)처럼 출력 범위를 키워 놓아야 필요할 때 순간 가속을 내는 것과 똑같다.

평창올림픽은 끝났고, 팀추월에서 은메달도 땄다.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정재원은 “지난해 올림픽 대표가 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국제대회 기록 단축과 베이징 올림픽 개인전 우승을 노린다”고 말했다. 국내 5000m 기록 보유자인 이승훈(6분7초대)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훨씬 많이 단축해야 한다. 물론 장거리에서도 1초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1만m는 지금까지 3번밖에 뛴 적이 없을 정도로 부담스럽다. 그는 “전력질주를 하고 나면 얼음판에 드러눕고 싶을 정도”라고 고백했다.

올림픽 매스스타트 경기에 대한 해명도 했다. 당시 6400m 코스를 돌고 들어온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재원은 “힘든 여정이 다 끝났다는 생각에 후련했고, 내 역할을 다해 기분이 무척 좋았다. 불만 섞인 표정이라고 해석하는 팬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주니어 월드컵 세계대회 때도 승훈 선배랑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승훈이 형의 잘하라는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