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2018년 02월 24일 11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26일 18시 38분 KST

[허프 단독 인터뷰] 브라이언 오서가 차준환, 하뉴 유즈루, 그리고 김연아를 말하다

결별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김연아가 자랑스럽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가장 바빴던 사람은 따로 있다. 남자 싱글 경기가 열리던 날 옷을 세 번 갈아입었고, 세 명의 선수들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바로 피겨스케이팅 코치 브라이언 오서다.

1984년과 1988년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브라이언 오서는 은퇴 후 김연아를 첫 제자로 받아들였고, 김연아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다. 두 사람의 끝은 좋지 않았지만, 김연아는 오서와 결별한 후 출전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오서는 김연아 이후에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키워냈다.

브라이언 오서는 총 다섯 명의 선수를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시켰다. 한국의 차준환, 일본의 하뉴 유즈루, 스페인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 캐나다의 가브리엘 데일먼과 카자흐스탄의 엘리자베트 투르신바예바가 그 주인공이다.

차준환은 싱글 경기에서 최종 15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하뉴 유즈루는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미국의 딕 버튼 이후 66년 만의 기록이다. 하비에르 페르난데스 역시 동메달을 획득하며 유즈루와 함께 단상 위에 올랐다. 데일먼과 투르신바예바는 각각 12위와 15위를 기록했다.

이번 올림픽은 브라이언 오서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전 제자 김연아의 나라로 돌아와 치르게 되어 감회가 새롭지는 않았을까?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여자 피겨스케이팅 프리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 22일, 강릉에서 오서를 만나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전 제자들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전에 오서는 직접 김연아의 이름을 꺼냈다. 김연아와 오서의 결별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오서는 김연아가 자랑스럽다.

 평창동계올림픽

허프포스트코리아/이윤섭

먼저 선수들이 좋은 기록을 낸 걸 축하한다. 하뉴 유즈루와 하비에르 페르난데스가 단상 위에 섰을 땐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싱글 이벤트에서 하뉴 유즈루가 우승하고 하비에르 페르난데스는 3위를 기록했다. 코치인 나에게는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두 사람과 꽤 오랜 시간 함께했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와는 7년, 하뉴와는 6년을 함께했다. 단상 위에 선 두 사람을 보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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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우노 쇼마, 하뉴 유즈루, 하비에르 페르난데스. 

이번 올림픽은 굉장히 중요했다. 유즈루와 하비에르 등 내가 지도한 선수들이 지난 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출전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했다. 유즈루는 금메달과 동시에 올림픽 2연패라는 새 역사를 쓰는 것을 노리고 있었다. 유즈루는 하비에르와 함께 단상에 서게된 걸 기뻐했다. 지난 올림픽 때 하비에르가 단 몇 점 차로 4등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위를 기록한 덕에 그의 모습을 3년 간 더 볼 수 있었다. 만약 4년 전에 메달을 획득했다면 하비에르는 그때 은퇴했을 것이다.

이번 올림픽은 페르난데스와 하뉴의 대결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지도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편애는 할 수 없다. 어릴 때 부모님께 ‘자식 중에 누가 제일 좋냐’고 물으면 부모님은 ‘모두가 특별하기 때문에 똑같이 사랑한다’고 답하지 않는가.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의 선수들을 똑같이 사랑한다. 각자 다른 성격과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와 거의 다를 바 없다.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가장 바쁜 남자’로 불렸다. 옷을 두 번 갈아입었고, 다섯 명의 선수를 지도했다. 여러 선수를 동시에 지도할 때는 어떤 점이 중요한가?

뉴스1
맨 위부터 한국, 일본, 스페인. 

=세심함이 중요하다. 하비에르가 연습에 나갈 때면 스페인의 재킷을 입어야 한다. 유즈루와 준환, 가브리엘, 엘리자베트의 경우에도 그들의 단복을 입어야 한다. 나는 총 다섯 국가의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만약 선수들이 같은 워밍업 세션에 배정될 경우에는 약간 복잡해진다. 그럴 때는 중립적인 재킷을 입지만 선수들의 출신 국가를 대표하는 재킷도 준비해둔다. 미리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촌을 떠나기 전 필요한 재킷을 모두 챙겼는지 확인하고 동선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재킷을 갈아입는 건 순조롭게 이목을 끌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체계적으로 준비만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다른 올림픽과 어떻게 달랐나? 특히 좋았던 부분이 있었다면?

=동계올림픽은 추운 장소에서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동계올림픽이 특히나 좋았다. 이전에는 여러 국가에서 준비해주는 스키복을 입을 수 없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는 영상 15도였고 소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가 쨍쨍하고 따뜻했으며 모두 티셔츠를 입고 있어 겨울옷을 입을 새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영하 20도였다. 마침내 겨울옷을 꺼내 입을 수 있었다.

선수단이 준비해준 옷으로 강릉의 엄청난 추위를 버틸 수 있었는가?

=물론이다. 다섯 국가의 선수들을 가르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내게는 선택권이 많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은 지나친 화려함 대신 스포츠의 정수와 선수들에 집중한 것 같았다. 소치도 정말 즐거웠지만 마치 ‘올림픽 디즈니 월드’ 같았다. LED 조명을 많이 사용하며 멋을 내려 했기 때문이다. 평창은 조금 더 ‘날 것’처럼 느껴진다. 그 때문에 다른 것보다 선수들에게 집중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화려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는 건 아니다. 개회식은 정말 훌륭했다.

허프포스트코리아/이윤섭
팀 코리아 패딩을 입은 오서. 

개회식은 어땠나?

=개회식은 내게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다. 김연아가 마지막으로 성화를 점화하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눈에 눈물이 맺힐 뻔했다. 김연아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이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그녀는 올림픽 입찰 경쟁에 참여했고 조직위원회의 일원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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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등장했을 때 모두 눈물을 글썽였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특히 더 그랬다. 보기 좋은 장면이었고, 완벽한 선택이었다.

 

차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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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은 차준환의 올림픽 데뷔전이었다. 차준환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이번 올림픽에 임했는지?

=사실 우리의 첫 목표는 올림픽 출전권을 얻는 것이었다. 차준환이 올림픽 출전권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된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한국 피겨계에는 기대주가 세 명 있다. 차준환 외에 나머지 두 명은 세계 선수권과 시니어 대회에서의 경험이 좀 있다.  

7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부상도 있었고, 스케이트에 문제도 있었던 데다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등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신체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내가 준환과 함께 한 3년 동안 그는 정말 많이 컸다. 피겨스케이팅은 몸의 ‘축’이 가장 중요하다. 몸이 성장하게 되면 무게 중심과 축이 계속 변화하게 되며, 전만큼 빠르게 회전할 수 없게 된다. 좌절의 연속이었다. 선수는 물론이고 선수의 노력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 온 코치도 심란해진다. 그리고 피겨스케이팅에 대해 잘 모르는 부모들도 불안해하곤 한다. 그래서 참을성을 길러야 했다.

첫 경기에서 준환은 선두에 24점 뒤처져 있었다. 그다음 경기에서는 3점 뒤처져 세 번째 경기에서 선두보다 적어도 27점 차로 앞서야 했다. 그래서 준환에게 지난해 한 경기에서 그 두 선수를 5~60점 차이로 이겼던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줬다. 그리고 그는 출전권을 따냈다.

그들(빙상연맹)이 적임자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험이 준환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앞으로 어떤 동력을 줄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준환은 그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차준환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그를 전 세계 탑 5, 6, 7위 안에 드는 선수로 생각하냐고? 그렇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냐고? 아니다. 심판진 역시 사람들이다. 그들도 머릿속에 선수들이 받을 점수를 미리 생각하고 있다. 차준환의 경기가 감명 깊었을 수도 있지만 아직은 자신들의 생각한 점수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준환이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보여준다면 심판들 역시 그를 더 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준환은 지금 8점짜리 기술의 경계선에 서 있다. 8점 기술을 터득하고 나면 다음 목표는 9점 기술에 성공하는 것이다.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언젠간 그렇게 될 것이다.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차준환에게 약점이 있다면?

=딱히 큰 약점은 없다.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책임감’일 것이다. (어렸을 때는) 매일 하는 훈련에 있어 자기 주도적이지 못했다. 차준환은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하고, 어쩌면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기 의견과 자기 목소리가 생겼다. 내게 의견을 표출하도록 가르치려 한다. 만약 음악이나 안무, 기술의 순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목소리를 내기를 바란다. 그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낼 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올림픽 덕에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질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준환은 이제 다음 단계로 갈 준비가 됐다.  

차준환도 쿼드러플 점프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지?

=차준환은 쿼드러플 점프를 할 능력이 있고 이미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해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쿼드러플 점프를 시키고 싶지 않다. 그가 다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쿼드러플 점프를 무리하다가 다치는 선수들을 너무 많이 봤다. 중요한 건 다른 기술에 이어 쿼드러플 기술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쿼드러플 점프 자체도 중요하지만 러츠와 플립에 이어 트리플 악셀을 한 뒤에 쿼드 토루프를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게 진정한 예술이고 흔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쿼드러플 점프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다.

쿼드러플 점프만을 위해 피겨스케이팅의 정수를 망각하고 싶지는 않다. 만약 선수들이 스케이팅 기술, 트랜지션, 안무, 속도와 힘에 점수를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쿼드러플 점프를 강제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슬퍼질 것이다.

차준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차준환의 다음 목표는 그랑프리 시즌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그가 진지한 선수로 받아들여지고 그랑프리 시즌에서 메달을 따길 바란다. 그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부디 성장이 끝나서 마침내 자신의 신체에 적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몸의 축과 균형이 유지되면 쿼드러플 점프를 연습할 수 있을 것이다.

 

하뉴 유즈루 

Valery Sharifulin via Getty Images

하뉴 유즈루는 부상으로 3개월간 공백이 있었다. 그 기간은 어떻게 보냈나?

=하뉴는 그 기간 내내 토론토에 있었다. 초반에는 정말 암울했다. 그가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것을 보는 건 슬펐다. 하뉴가 얼마나 훈련하기를 원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뉴는 훈련 대신 머릿속으로 훈련하는 상상을 하고 바닥에서 기술 연습을 했다. 그리고 그 훈련에 매우 진지하게 임했다.

전환점은 올림픽 개막 3주 전에 찾아왔다. 길이 다시 열리는 듯했다. 그때부터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계획한 모든 기술을 해내야 했다. 그래서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전략적으로 계획을 짰다. 그리고 그는 해냈다.

사진 촬영 중 갑자기 나타나 오서에게 장난을 치고 간 하뉴 유즈루. 

그가 이런 결과를 낸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절대 과소평가한 적은 없지만 그는 다른 행성에서 온 ‘슈퍼 파워’ 같았다. 그가 이런 성적을 낸 것이 놀랍지 않다. 그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알기 때문에 기뻤을 뿐이다.

하뉴 유즈루가 2015/2016 시즌 프로그램을 ‘재탕’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프로그램을 아껴두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선보인 건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특별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나 볼 법한 프로그램 아닌가? 2년 전에 그 프로그램을 한 건 올림픽에서 보여줘야 할 경기를 너무 일찍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쇼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훌륭하고 아름다우며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하뉴 유즈루가 직접 결정한 건가?

=100% 그의 선택이었고,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 그가 책임감을 가지고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항상 좋은 생각을 지니고 있다. 언론에서 이 결정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중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특히 좋아했던 건 심판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하뉴가 자신의 세계 신기록을 깼을 때 ’이 훌륭하고 마법 같은 경기를 직접 보고 판정하다니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라고 말한 심판들도 있었다.

그 당시 경기를 직접 감상하지 못한 심판들도 이번 올림픽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코치 오서

뉴스1
쇼트 프로그램 마친 차준환을 반기는 오서. 

현재 몇 명을 지도하고 있는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말고 정기적으로 지도하는 선수들이 4~5명 더 있다. 유즈루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이번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하비에르가 은퇴할 것은 알고 있다.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는 비결이 있다면?

=운 좋게도 그들이 내게 오는 편이다. 선수를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선수들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힘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차준환과 하비에르, 유즈루, 가브리엘 같은 정상급 선수들과 훈련할 때면 나는 각 선수와 시간을 보낸다. 만약 내가 12명을 지도했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선수들을 꽤 선택적으로 고르고 그 숫자를 제한한다.

빠른 변화를 필요로 하는 선수에게 나는 적절한 코치가 아니다. 내 지도는 보통 1년 반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스케이팅의 기반을 다지고 변화를 보이기까지는 1년 반 정도가 걸린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새 선수를 한두 명 더 받을 예정이다. 이 선수들도 내가 지금 지도하는 선수들이 그랬듯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피아노를 배우는 것과 같다. 피아노의 이론을 배우거나 종일 손가락 연습만 하는 건 정말 지루하지 않은가. 하지만 기초를 다져야 한다. 탄탄한 기초가 있으면 악보를 읽고 더 화려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스케이팅도 그렇다.

어린 선수를 발탁할 때 꼭 보는 자질이 있다면?

=피겨스케이팅을 사랑해야 한다. 아이스 링크 위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 엣지 수업 때 다른 선수들과 합을 잘 맞추고 아름다운 기술을 선보이는 것을 보고 싶다. 우선 스케이팅을 정말 사랑해야 한다.

지금 눈여겨보는 신인 선수가 있는가?

=어리지만 유능한 한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 올해 주니어 선수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며 베이징 동계 올림픽도 준비시킬 예정이다. 캐나다인인 스티븐 고골레프이다. 2달 전 13살이 됐는데 벌써 쿼드러플 점프를 모두 할 줄 안다. 10살 때 트리플 러츠를 해냈을 정도다. 우리가 지도하기도 했지만, 그는 신이 내린 능력을 갖췄다. 아름다운 스케이팅 선수로, 회전과 점프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아직 성장하지 않은 상태라 앞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차준환 역시 눈여겨보고 있다. 3살 어린 고골레프가 차준환보다 쿼드러플 점프는 잘 뛸지 모르지만, 흐름과 성숙함 면에서는 차준환이 더 낫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두 사람의 대결이 될 것이다. 라이벌 관계가 될지도 모르지만 정말 흥미로울 듯하다.

 

김연아 

Simon Newman / Reuters

김연아도 스케이팅을 사랑했는지?

=연아를 지도하기 시작했을 때는 스케이팅을 정말 사랑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게도 큰 도전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1년 반 동안의 훈련 끝에 아름답고 탄탄한 기초를 쌓았고, 연아도 스케이팅을 사랑하게 됐다. 실력이 계속 좋아졌기 때문에 훈련까지 사랑하게 된 것으로 보였다. 훈련하는 동안 연아도 알지 못했던 자신만의 아름다운 움직임이나 점프 실력 등을 깨달은 듯했다.

연아의 섬세한 움직임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즐거웠다.

김연아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는가?

=우리는 유감스러운 결별을 맞았고, 지금까지도 그 일은 내게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했고 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도 우리는 몇 번 만났는데 서로를 굉장히 다정하게 대했다.

내가 선수들을 지도해 이룬 성과를 연아가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소치에서 만났을 때는 유즈루의 성적에 대해 축하해줬고, 하비에르에 대해서도 축하해줬다. 내 생각에 연아는 내가 앞으로 나아가 다른 선수들과 훌륭한 성과를 이뤘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듯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연아와 만나게 되길 바란다.

Andy Clark / Reuters

우리는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여러 훌륭한 순간들을 함께했고, 가끔은 좋지 않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럴 때도 함께였다. 연아가 은퇴했을 때는 슬펐다. 모두가 빙판 위에 선 연아의 모습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평창에서 김연아와 만날 기회가 있었나?

-아직 못 만났다. 연아가 너무 유명하다 보니 다가가기 힘든 부분도 있다. 연아도 자신의 역할에 맞게 올림픽 일정을 치르느라 바쁘고, 나도 나의 역할에 맞게 올림픽 일정을 치르고 있다. 어쩌면 여자 프리 경기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다. 인사라도 할 수 있도록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다양성 

허프포스트코리아/윤인경
평창 프라이드 하우스.

올림픽 내 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말 좋은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는 세계적 무대라고 생각한다. 아담 리폰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전파하고 현재 힘들어하고 있을 청년들을 돕고 있다. 올림픽에서도 그런 교육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은 다양성을 전파하기에 완벽한 장소다. 모두가 보고 듣고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 작은 마을에 사는 아이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신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대신 올림픽을 보고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또한, 캐나다 하우스에 프라이드 하우스가 설치되지 않았나. 캐나다인으로서 자랑스럽다. 이전 올림픽에서도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평창에 설치된 프라이드 하우스는 더 가시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모두 의견이 다르고, 견해나 가정교육, 종교 등도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문화와 전통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한국도 점점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로 발전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정확히 30년 전인 1988년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리고 김연아를 지도하기 시작한 이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 여성들이 자신감과 목소리를 얻기 시작했다. 연아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김연아를 우러러본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세상은 남성들만의 것이 아니지 않은가. 세상은 변화했다.

 

브라이언 오서

허프포스트코리아/이윤섭

브라이언 오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좀 쉬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내 삶의 모든 건 올림픽으로 향했다. 그래서 올림픽 때문에 할 수 없는 게 많았다. 내 파트너는 참고 기다려줬고 내 세상이 올림픽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이해해줬다.

한국, 일본과의 시차 때문에 가끔은 이메일을 확인하느라 새벽에 깨어있기도 했다. 올림픽 직전 1년간 쉰 건 단 일주일뿐이었다. 그 일주일 동안에도 파트너가 보지 않는 동안 몰래 이메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올해 건강 문제가 좀 있었다. 파트너가 너무 걱정하더라.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아닌가. 그래서 휴식이 필요하다. 세계선수권이 다가오고 있다. 그 후에 아마 일주일 정도 쉴 것 같다.

 

사진/동영상: 허프포스트코리아 이윤섭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