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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24일 15시 47분 KST

이 치킨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사상 최대규모 '을의 투쟁'에 나섰다

1400명 중 930명이 이미 참여하고 있다.

한겨레

“비에이치씨(BHC) 본사가 말로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강조하지만, 실제는 본사만 배불리고 가맹점은 고사 직전입니다.”

분노한 을(가맹점주)들이 뭉쳤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HC(회장 박현종) 가맹점주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BHC 가맹점협의회’ 출범식을 가졌다. 지정호 협의회장(울산 옥동점 대표)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BHC의 갑질에 맞서 흔들림없이 나아갈 것”이라면서 “전체 가맹점주 1400여명 중에서 930여명이 이미 함께 할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4천여개에 달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에서 자주적인 가맹점주 단체로는 최대 규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을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가맹점주들의 자주적인 단체에 본사와의 협의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겨레
BHC 가맹점협의회의 진정호 회장

진 회장은 “BHC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착취행위를 저질러 가맹점주들은 고사 위기”라며 “특히 본사가 가맹점에 튀김오일을 한 캔당 6만7천원(15kg 기준)에 파는데, 실제 납품업체로부터는 3만원에 공급받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가맹본부들은 브랜드나 상품의 동질성 유지를 이유로 일부 핵심품목은 본부로부터만 구입하도록 강제하는데, 상당수가 이를 통해 부당이익을 챙긴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진 회장은 “본사와 간담회 때 시중가격보다 비싸니 공급가격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일반제품과 성분이 다르다고 난색을 보였다”면서 “그래서 원가공개와 성분조사를 요청했더니, BHC만 할 수는 없다며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진 회장은 또 “본사에서 공급하는 닭고기 품질이 갈수록 떨어지는데도 비싸게 공급하고, 본사가 부담하기로 약속한 광고비도 닭고기 공급가격에 마리당 400원씩 끼워넣어 가맹점에 떠넘겼다”며 분개했다. 이어 “본사 공급가격이 높은데다 임대료, 인건비, 배달비까지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빚 지는 가맹점주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진 회장은 “지난 5월 본사 간담회 때 어려운 사정을 호소했더니, 대표가 치킨점은 부부가 함께 일하는 곳이 많으니 휴일은 교대로 쉬고 (연중무휴로) 더 열심히 일하라고 해서 기가 막혔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도 부부가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13시간씩, 한 달에 이틀만 쉬면서 죽도록 일하는데 수입은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도 목소리가 쉬어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데, (병원에서는) 만성피로 때문이라고 한다”면서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한겨레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BHC치킨 가맹점협의회 회원들이 설립총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의 식자재 원가공개와 납품단가 인하, 외국계 사모펀드 회수 자금내역 공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진 회장은 “가맹점들이 이렇게 어려운데 본사 영업이익률은 20%를 넘어 경쟁업체(6~8%)의 3~4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면서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로하틴그룹)가 BHC를 인수했는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적을 높여서 비싸게 팔고 나가려는 ‘먹튀 전략’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회 창립 소식이 알려지자 본사에서 회장·사장·본부장이 모두 지방까지 찾아와 ‘협상으로 풀자’고 회유했지만, 더는 속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가맹점협의회는 본사 상대로 부당 갑질행위 중단, 필수품목 공급가격 인하와 원가공개, 광고비 등 가맹점에서 받은 부당이익 내역 공개와 반환, 협의회 인정 등을 요구하며, 오는 6월30일까지 공식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갑질근절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하면서 소상공인들의 큰 기대를 모았는데, 을들이 대규모로 직접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진 회장은 “공정위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아직 현장까지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공정위가 최근 BHC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제재하면서 과징금 1억4천여만원만 부과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는데, 오일 공급가격 부풀리기와 광고비 전가 등을 철저히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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