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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13일 18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7월 13일 18시 50분 KST

경기도 용인의 한 농장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 한 마리의 행방이 일주일째 오리무중이다

환경단체와 주변 주민 등의 반대로 사살 아닌 생포로 방침을 바꾼 상태.

뉴스1
자료사진. 태풍의 영향이 자나가고 다시 더위가 찾아온 16일 세종시 베어트리파크에서 반달가슴곰들이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9.8.16

“1주일째 마당 울타리를 벗어날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하루 한 번 자녀들 퇴근할 때만 마을 어귀로 차를 몰고 마중을 갑니다.” (마을 주민 ㄱ씨)

13일 낮 1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전원주택 마을인 경기 용인시 이동읍 천리는 인적이 끊긴 채 매미소리만 가득했다. 주민들은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창문과 현관문을 꽁꽁 닫았다. 주인이 일손을 놓은 텃밭에는 잡풀이 무성했다. 한 주민은 “매일 마을회관에서 담소를 나누던 이웃도 두문불출하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만 소식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출한 반달가슴곰 1마리 실종 일주일째

천리 주민들이 현관문을 걸어 잠근 것은 때 아닌 ‘곰 탈출’ 공포 때문이다. 지난 6일 이 마을의 ㄱ농장에서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탈출했다는 신고가 시청에 접수됐지만, 한 마리만 그날 사살되고 나머지 한 마리의 행방은 1주일이 지나도록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베테랑들로 구성된 곰 포획단도 “야생동물 행적이 이렇게 잡히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곰 실종’이 장기화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과 피로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용인시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에 설명을 종합하면, 용인시는 ㄱ농장 반경 2km에 야생동물관리협회 소속 엽사와 시청 공무원 등을 투입해 매일 저녁 7시까지 추적·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곰이 지나다닐 만한 길목에는 포획틀 3개와 열화상카메라도 설치했다. 당초 시는 포획 작업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곰을 사살하기로 했지만, 환경단체와 주변 주민 등의 반대로 생포로 방침을 바꿨다.

매일 강도 높은 수색 작업이 펼쳐지고 있지만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발자국, 배설물 등의 흔적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6일 이후 ‘곰으로 추정되는 생물을 봤다’는 제보 5건이 시청에 들어왔지만 모두 곰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고, 포획틀에 놓아둔 꿀과 참외 등의 미끼는 곰이 아닌 너구리 등이 먹고 갔다고 한다.

한겨레/천호성 기자
지난 6일 곰이 탈출한 용인시 이동읍 천리에 입산을 금지하는 펼침막이 붙어있다.

″발톱 자국조차 없다” 흔적 없는 곰

시청 직원들과 엽사들은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장창집 용인시 환경과장은 “첫 곰은 사냥개가 금방 흔적을 찾아냈지만 두 번째 곰은 우리를 나오자마자 첫 곰과 헤어졌는지 아무런 흔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도 최근 현장을 둘러봤지만, 곰이 나무 등을 지나며 남긴다는 발톱 자국조차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곰의 행적이 미궁에 빠지자 일부에서는 ‘애초에 탈출한 곰이 한 마리뿐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두 마리가 탈출했다’고 했던 농장주의 신고 내용이 부정확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용인시청의 한 관계자는 이날 수색현장을 방문한 조희송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장에게 “강도 높은 수색을 벌였지만 (탈출한 곰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다. ‘실제로 곰이 탈출한 것이 맞느냐, 나간 것이 (두 마리가 아니라) 한 마리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수색작업을 벌이는 한 엽사 역시 “멧돼지든 고라니든 야생동물은 꼭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4~5년 이상 사냥 활동을 한 개들을 17마리 정도 현장에 풀었는데 한 마리의 흔적만 나왔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에 대해 ㄱ농장의 농장주는 “기르던 곰 중 두 마리가 비어 있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곰 사육 사업 ‘출구 전략’ 마련해야

환경단체들은 “곰 탈출 소동이 전국 어디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염려한다. 환경부 집계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27개 농가에서 총 398마리의 곰을 사육하고 있다. 대부분 영세한 농가여서 시설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새끼 곰 불법 증식이 이뤄져도 정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녹색연합의 집계를 보면, 2000년대 들어 전국 곰 사육 농가에서 발생한 곰 탈출 사고는 이번이 스무 번째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남아 있는 곰 농가 대부분이 수익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전업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노후화 된 시설이 방치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환경부가 사육곰 농가를 전수조사 해 미비한 시설을 보완하게 하고, 불법 증식된 곰을 몰수해 임시로 기를 수 있는 시설 등을 마련해 곰 사육 산업 자체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